My turn!

in #kr6 years ago (edited)

친구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국민학교 3학년때 만화방 같이 가는 단짝 친구였던 자매같은 친구 S. 그것도 첫 눈이 오는 날에 눈꽃같이 이쁜 모습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다른 친구의 결혼식보다 나에게는 의미가 깊었다. 가족문제로 서로 힘들 때 의지하고 또 한 때 서로의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섭섭한 마음에 절교도 했었다. 그러다 그녀가 운명의 짝을 만나 사랑을 받으면서 힐링을 하고 나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결혼할 때 부케를 받아달라고 했다.

결혼식내내 친구가 신랑으로부터 사랑받는 모습이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이제 친구의 짝은 정말 신랑이구나. 둘은 하나구나. 그렇게 느껴졌다. 동시에 난 어쩌면 좋을까? 라는 생각이 몰아쳐 왔다.

대만계 미국인 J와는 계속 연락을 하고있지만 솔직히 우리가 만나면 서로 좋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서로 좋아하게 되더라도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본지 너무 오래되서 연애세포가 다 죽어있는데 어쩌지? 오글거리는 사랑노래를 들으면 혼자 망상에 잘 빠지는 난 금방 연애세포가 살아났는데, 직장에서 상사들에게 뒷통수를 맞고 지금까지 나의 더 원을 만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에 지쳐서 그 어떤 노래를 들어도 연애세포가 살아나지 않는다.

그리고 J와 매일 연락하는게 살짝 피곤해졌다. 당장 LA로 가서 J가 운명의 상대인지 확인하고 싶은데 25일이나 남았다니. 주여...

한국에 도착했을 때 짐을 찾는 곳에서 형제처럼 보이는 남자아이들 둘이 짐 나오는 곳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놀고 있었다. 평소에는 여자애들이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남자애들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그날 따라 참 귀엽다고 느껴졌다. 부모님댁에 도착해서 내 어렸을 때 사진이 있는 사진프레임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J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는 어렸을 때 귀여웠는지 물어봤다. 그는 답장대신 어렸을 때 사진 4장을 보내왔다. 공항에서 봤던 귀여운 남자아이들처럼 귀여운 아이였다. J의 어린시절에 정이 들고 말았다.

J가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면 더 이상 정 들고 싶지 않다. 그를 잊어버리고 그의 사진들을 지우고 또 다시 새로운 남자를 처음부터 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난다.

25일이 후딱 지나가서 J를 만나고 싶다. 그는 내 연애세포를 부활시켜 줄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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