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 love with a psychopath. What is wrong with me?
다음달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연수차원으로 갈 수 있게 되어서 닥터에게 연락을 해봤다. 생각보다 바로 답장이 왔다.
I will try to take that weekend off. But I doubt it, maybe you can come here lol?
이런 쌍팔년도같은 놈. 주말에 피땀눈물을 흘리며(너무 오바인가?#BTS#BloodSweat&Tears) 연수기획서를 작성하고 회사 두목들 앞에서 발표준비도 열심히 하고 진짜 마음 졸이고 결과를 기다려서 기쁜 마음에 알려줬는데. 와 내가 정말 니 놈을 만나려고 별 짓을 다했는데. 널 잊어버리려고도 별 짓을 다 했다. 날 볼 마음이 없으면 답장도 하지말란 말이야. 이 메세지를 받은 후 몇 차례 메세지가 오고 갔지만 결국엔 손에 남는 결과가 없었다. 내가 San Antonio에 가길 원하는거면 페이스타임하라고. 그럼 너가 정말 나 만날건지 믿어줄게라고 메세지를 마지막으로 보냈다. 그가 답장할지 잘 모르겠다. 근데 답장을 해도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답장을 보내는 놈이니...도대체 처음에 나보고 텍사스 그렇게 오라고 대쉬한 박력은 어디갔니? 고구마 만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에 정말 힘이 쭉 빠진다.
정말 잊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교회를 가보고 친구, 심지어 잘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도 이야기를 해 보기도하고, 혼자서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타로카드까지 샀다. 다른 남자들이랑도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래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를 잊어버릴 수 없다.
오늘은 너무 답답한 마음에 마흔살이 넘은 노총각 회사동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진실되게 생겨서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고 사진까지 보여줬다.
"헐...싸이코패스같네. 눈이 이상하잖아."
"네...?"
"이런 이야기해서 좀 그런데, 내가 좀 사람의 아우라를 볼 줄알아. 얘 봐봐, 주변에 기운이 이상하잖아."
"??? 정말 그렇게 보여요? 그냥 피부색깔이 좀 까매서 그렇지 활짝 웃고 순수해보이지 않아요?"
"양면성이 느껴져. 군의관이라고 했지? 사람 한 명 죽였을 수도."
"네....?"
"군대에 있는 사람들, 특히 군의관같은 사람들 멘탈 이상한 애들 많아."
대화가 정말 안드로메다로 갔지만 그의 말에 일리는 있었다. 그가 나에게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집 사진을 마구마구 보내줬을 때 정말 그의 방들은 엄청 깨끗했었다. 나도 한 깨끗하는 사람인데 그의 방은 내가 봐도 정말 깨끗했었다. 군대생활을 한 사람이니까 각 잡는게 익숙해서 그런가보다 넘어갔었고 그냥 나도 어지럽히는 사람보단 깨끗한 사람이 좋아서 장점으로 봤었다. 하지만 티셔츠를 색깔별로 그라데이션을 만든 옷장은 솔직히 좀 놀라웠었다.
하지만 싸이코패스든 무슨 상관이냐. I'm already in love. 노총각 직원과 대화한 후 나의 마음은 훨씬 심란해졌다. 와 내가 정말 싸이코패스를 좋아하고 있는건가? 난 왜 항상 이렇게 이상한 놈들만 좋아하는거야?
내 마음도 짓밟혔는데 자기혐오까지 빠져들어서 너무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제는 주위에 사람들이 그런 놈 잊어버리라고 해도 들리지도 않는다. 참 사람의 감정이란 무섭다. 나의 감정이 무섭다.
Shania Twain언니의 노래를 들었다. I Ain't No Quitter.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걸크러시 매력을 뿜어내는 Shania언니. 이 언니도 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신 분이다. 4살 때 의붓아버지가 엄마의 머리를 화장실 변기에 쳐박아서 거의 죽이려고 하는 장면을 보고도 그 의붓아버지가 나름 가족을 먹여살리려고 했던 괜찮은 남자라고 하는 모습을 Oprah Winfrey쇼에서 봤을 때 뭔가 동지애?를 느꼈다. 동생들 돌봐주려고 노래로 돈 벌기 시작했는데 엄청난 뮤지션이 되버리고 프로듀서와 결혼을 했는데 알고보니 베프와 바람을 피고있었단다. 정말 너무 이쁜 Shania언니에 비하면 베프는 할망구같이 생겼는데...그런 충격때문인지 Shania언니의 목소리는 완전 맛이 가버리고 말았다. ㅠㅠㅠㅠ
I Ain't No Quitter이 아니라 I have to be a quitter가 되야한다. 더 이상 나에게 좋지 않은 남자는 떠나버려야하는데 왜 이리 쉽지 않은 것일까? 도대체 성경책을 얼마나 더 많이 읽고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할까? 오피스에서 영혼이 아주 나가 있었다. 이렇게까지 일을 전혀 하지 못할정도로 정신줄이 끊긴 적이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휴대폰 메모패드에 하나님 도와주세요라고 써보기도 했다.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What is wrong with me?
나도 사람 보는 눈좀있는데..
저도 보고싶네요 ㅋㅋㅋ 남자는 남자가 더 잘본답니다!!
ㅎㅎ 노총각직원말고는 다들 착하고 성실하게 생겼다고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양면성 있다는 소리는 사주봐주는 사람도 하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