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and Hello

in #kr7 years ago

일주일간의 홍콩에서의 시간은 새벽기상 노동 그 후 먹방 그리고 외로움에 잠 설치는 밤 이렇게 단순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은 작년부터 같은 프로젝트에서 일했었던 멤버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는 5년간 사귄 여친이 있는 일을 소처럼 하는 듬직한 남자다. 비주얼이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그래도 곰같이 귀여운 스타일이다) 같이 일하고 싸우면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들고 무엇보다 그가 정말 일관적으로 일을 성실히 하는 모습에 같은 또래 남자들에게 느껴본 적이 없는 리스펙이 생겼다.

그에겐 쌍둥이 여동생들이 있기 때문에 여자를 위한 배려심이 몸에 배어있고 여자친구도 매우 소중히 여긴다. 내가 이기적인 연하남을 좋아했듯이 그와 여친의 관계를 들어보면 그가 다 져 주고 양보해 주는 듯 했다. 그리고 5년이나 사귀었는데 부모님에게 자기를 소개시키지 않고 부모님과 오래 살고싶다고 결혼하고 싶지도 않고 출산의 고통이 싫다고 아이를 가지기도 싫단다. 홍콩오피스의 상사가 그런 여친 버리라고 하는 말에 내심 그래! 버리고 나같은 여자랑 사귀라고! 라고 기대해보기도 했으나 그는 해바라기 같은 남자다.

금요일 아침에 미국출장에서 돌아온 후 잠을 자고 오피스에 나온 그를 봤을 때 너무 반가웠다. 두명의 어린 연하남들을 겪고 나서일까? 곰같이 듬직하고 큰 그가 너무 든든해보였다.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난 그에게 연하남에게 차인 이야기, 가족이야기, 친구가 결혼하는 이야기, 홍콩에서 일해볼까 생각했지만 생활 환경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말했다. 넌 참 괜찮은 남자이고 여친만 없었어도 사귀자고 했을거라고.

그는 아빠미소를 지으며 허허허 웃었고 페리를 타고 홍콩의 야경을 보여주겠다고 날 부둣가로 데리고 갔다. 너무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는거 같아서 중국에 날 팔러가는거냐고 드립을 쳤고, 그는 신장 하나는 떼야지 하고 받아쳤다. 마치 첫데이트와 같이 그와 보내는 시간은 특별하고 즐거웠다.

부둣가에는 연인들이 바글바글했고, 시간이 너무 늦어 생각보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일본과 한국과는 다른 야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스르륵 기대고 가만히 있어보고 싶은 장소였다. 하지만 내 옆에 남자는 임자있는 몸...

홍콩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면서 연하남에 대한 마음을 어느정도 정리한 것 같다. 다만 어쩌면 일을 같이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프로젝트에서 한국말과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필요했기 때문에 홍콩 파트너와 팀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난 연하남을 비롯한 다른 한국인 리소스가 일본 오피스에 있다고 했다. 별 기대없이 해 본 말이었는데 홍콩 파트너가 연하남의 고객처가 이번 프로젝트와 동종업계에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꽂혀서 연하남을 팀에 투입시키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알고보니 홍콩 파트너는 연하남의 프로젝트 책임자와 17년전 일본에서 함께 일한 사이라고 월요일 아침에 콜을 해서 그를 빼내올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헐...설마...못 빼내겠지? 혹시라도 같이 일하게되면 정말 웃픈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하하하. 누나가 정말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주마.)

솔직히 이제 연하남은 그냥 과거남으로 정리할 때가 온 것 같고 난 이제 듬직한 남자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홍콩에 오게 될때는 주저할 필요없이 기댈 수 있는 남자와 함께 반드시 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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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넓직하고 모든것을 포용할수 있는!
그야말로 곰같은 남자를 만나시길 간절히 빌겟습니다!!

보팅업!

아그리고 송이님 질문 드릴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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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궁금해서 봤는데 아직도 가치가 1달러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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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정보가 되었기를 ^^..

감사합니다! 솔직히 아직 스팀잇을 어떻게 풀로 이용할 줄 몰라서 그냥 글 쓰고 싶을 때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포지티브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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