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 그날이 오기까지

in #kr6 years ago

크리스마스가 휴일도 아닌 일본이란 나라는 할로윈이 끝나자마자 빌딩 가게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서고 번화가는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휘황찬란해진다. 젠장 너무 빠르다고.

미국에 가는 날까지 이제 18일이 남았다.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숫자이다.

병신같은 상사들 밑에서 찌그러져서 조용히 일하다가 미국에 가려고 했으나 상사들이 내 뒷통수를 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도끼로 찍는 바람에 막장 드라마를 한 편 찍었다. 왜 내 삶은 이렇게도 순탄치 않은 것인지 정말 진저리가 났다.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보려고 했고, 성경도 펼쳐두고, 미국의 J와 나름 알콩달콩 말해보기도 했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선 난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

일도, 사랑(이란게 있는지...)도 가진게 없는 나. 이렇게 2018년이 18처럼 끝나가는 것인가?

심지어 J와 만나면 중국말로 대화를 시도하려고 중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본연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선 무슨 일을 해도 마음 속이 시끄럽다. 그래, 뒷통수를 찍혔으면 좋은 일이 있겠지. 이런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10대 때부터 어떤 역경 속에서 굴하지 않고 버텨왔으나 정말 이번 해는 진절머리가 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고비 뒤에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 일도 사랑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J와 이야기를 해도 옛날 이상한 썸남들과 이야기할 때처럼 몰입도 안되고 엄청 기쁘지도 않다. 이제 2달째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만나서 서로 통하지 않으면 정말 무슨 시간낭비인지. 일은 더 심하다. 3년동안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해왔는데 도대체 승진도 안시켜주고 뭔 뻘짓을 한 것일까? 아직 13일 근무일이 남았는데 진짜 일할 맘이 없다....사무실에 나가고 싶지도 않지만 집에 있으면 난방비가 아까워서 일단 나가야한다. 후우...

난 정말 항상 긍정적인 멘트로 부정적인 글을 마무리 짓곤 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게 마지막까지 어둡게 끝내겠다.
하지만 노래는 기쁜 노래로...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5
JST 0.029
BTC 63396.80
ETH 2615.51
USDT 1.00
SBD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