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나나 쓰레기

in #kr6 years ago (edited)

J는 내가 귀국 직전에 만나자고 해도 바쁘다고 날 만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돌변한 이유는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 확신이 들어서인 것 같았다. 그에게 있어서 나는 게임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You are perfect. 그는 첫 데이트 때 내가 완벽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J, 넌 왜 니가 완벽하다고 했던 여자를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지?

쓰레기. 친구들은 입을 모아 그를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했다. 그가 내가 그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보답을 준다고 했는데, 두번 째 데이트 때 내가 선물을 찾으니 차 뒷좌석에 굴러다니는 옷걸이를 줬다고 하는 이야기는 다들 너무나 기가 막혀했다. 그리고 J는 글에 차마 쓸 수 없는 말도 나에게 서슴없이 했다.

데이트앱에서 처음 본 J의 사진은 그래피티가 가득한 쓰레기통이 나열된 뒷골목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직장의 신입사원 여자애는 J를 쓰레기통 옆에서 사진을 찍은 남자로 J를 기억했었다. 결국엔 J는 쓰레기통 옆의 남자로 시작하고 나를 쓰레기처럼 버린 쓰레기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지금 난 그를 쓰레기라고 단정지을 수가 없다. 그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말했던 2달동안의 기간은 내 안에서는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었지만 매일 매일 나와 말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었다. 채팅을 하면서도, 통화를 하면서도, 첫 데이트 때도 J는 나의 힘든 경험을 웃음으로 승화시켜주는 재주가 있었다. 보통 남자들이면 숙연하게 듣거나 공감을 잘 못해서 실망하게 하는데, J는 내가 생각치도 못한 말로 내 속의 우울감을 떨쳐버리게 해 줬다. 내 친구는 그렇게 잘해주다가 미국까지 내가 왔는데 여기저기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나를 함부로 대했다는게 정말 무서운거라고 싸이코같은 놈이라고 욕을 했다.

사람들은 다 나에게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나도 잊어버려야 하는 것은 알지만, 그와 함께한 첫번 째 데이트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었다. 그리고 그가 태평양을 건너서 나에게 한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은 내가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게 해 줬었다.

귀국하는 날, 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안녕? 오늘 귀국하는 날이야. 이제 내가 하는 말이 너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귀국 전에 서로 만났다면 했을 말을 해주고 싶어.
너가 나와 말을 했던 2달간의 시간은 내가 일본에서 많이 힘든 일을 겪었을 때였어. 그래서 너가 나에게 여기저기 데려가 주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남가주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낼거라는 기대감에 많이 행복했어.
내가 너에 대한 환상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었는데, 너를 실제로 만나고 실망을 한 것을 너 앞에서 티나게 보이게 하고, 그 때문에 너가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할게. 나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너도 나에 대해서 실망을 했겠지?
LA랑 Irvine 구경시켜줘서 고마웠고, 좋은 1년이 되도록 바랄게.

그리고 그가 데려가준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친구와 같이 가서 찍은 유원지의 사진을 보냈다. 그에게 답장이 오든 말든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을 그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가 쓰레기여도.

1시간쯤 지나 그에게 답장이 왔다.

굿 모닝 :) 너랑 즐거운 시간 보냈고 너를 알게 되어서 좋았어! 너에 대해서 전혀 실망하지 않았어.
유원지 간거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답장이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별 생각없이 쓴 말이라고 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 그의 메세지에 답장을 할까말까 망설였는데 귀국 비행기 안에서 12시간동안 고민하기 싫어서 그냥 답장을 했다.

응, 스누피 유원지 갔어. 정말 귀여웠어. 난 우드스탁을 데리고 일본에 가.

그리고 거의 하루가 지나서 대답이 왔다.

Have a safe flight back to Japan!

쓰레기야 그 말을 하기엔 하루가 늦었어.

난 J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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