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in #kr6 years ago (edited)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무슨 알레르기인지 호흡기관이 꽉 막히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아...이게 Twelve Days of Christmas의 선물인가요 하나님?
미국 가기전까지 이것저것 볼일도 보고 활동적으로 지내고 싶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건지.

생각보다 몸이 많이 약해져 있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제일 처음 알레르기성 호흡질환이 생긴건 대학생 때였다.

음대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를 불안한 미래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애써 태연한 척 열심히 살고 있었지만 몸에서 이상반응이 일어났다. 그 후 점점 알게 모르게 몸은 약해져 갔고, 4년전에 한번 몸을 개조해 보려고 PT를 받고 살도 빼고 지내봤지만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충격을 또다시 가족에게 받으면서 다시 몸이 약해졌다. 그 상태에서 컨설팅 일을 하다가 내 몸의 면역체계는 다 무너졌고, 다시 회복하려고 정말 애를 썼지만,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금방 몸에서 반응이 일어난다. 몸은 정직하다. 난 더 이상 여러 일을 감당할 수 없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따졌다. 왜 날 그렇게 힘들게 했냐고. 당신이 나한테 한 행동과 말들을 난 평생 기억하며 살아가야 된다고. 몸이 아파도 모든걸 다 맡기고 쉴 수 있는 집이 나에게는 없다고. 지금은 가족과 잘 지내는 척 하지만 마음 속에선 당신들을 믿을 수 없고,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뭐 다 말해보라고 엄마는 그랬지만, 또 자기방어적인 자세로 아줌마 특유의 나 배째 식으로 피하기만 했다. 엄마가 미쳤었다고 생각하고 했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살아가란다. 너무 쉽게 나의 상처를 지우려고 한다. 엄마에게 말했다. 한번이라도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나한테 했던 말을 엄마에게 했다고 생각해 보라고. 그러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제와서 돈을 줄테니 가고 싶은 대학원에 가라고 한다. 난 말했다. 이미 늦었다고.

우리 가족 형편에, 그리고 엄마 아빠 노후를 생각한다면 내가 오빠처럼 가고 싶은 학교에 간다고 우겼어야 하는게 아니라, 오빠도 나처럼 가족을 생각해서 자기가 알아서 돈이 안 드는 학교를 가야했었다. 오빠가 좋은 학교에 가서 성공해서 가족들을 책임지거나 그런 상황도 아니고, 그는 아직도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과정도 결과도 참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가고 싶은 학교에 가지 못한 난 한이 맺혀있다. 내가 졸업한 학교들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최우선의 학교들이 아니었다. 35살 전에는 꼭 내가 만족하는 학교에 가보는 꿈을 이루고 싶다.

난 결혼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지만, 장래의 내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기를 잘 가질 수 있는 몸도 아니고, 마음속의 상처도 많다. 하나님께 기대서 치유해 보려고 했으나, 치유가 안되는 것 같다. 솔직히 나에게 이런 상처를 준 상황을 허락하신 하나님이 밉다. 난 슈퍼우먼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일 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히 상처를 씻어버리고 일어날 수 없다. 나의 개인적인 상처를 다 보듬어 줄 남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자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왜 내 가족이 나에게 준 상처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가? 더욱이나 평탄하게 자라온 사람이라면, 나의 막장 인생 스토리를 이해하고 보듬어달라고 요구하기 너무 어렵다.

일어난 일을 지울 수는 없다. 내 몸도 아픈 적이 없던 것처럼 살 수 없다. 애써 태연한 척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미국에 가서 J앞에서 밝았으면 좋겠다. 잠시라도 그가 나의 상처를 다 안아줄 것 같은 사람으로 보여도, 난 내 상처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었고, 내 이야기를 들은 남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냐에 따라 그 사람과 사귀거나 만나지 않거나 선택을 했었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결코 좋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듣고 우는 남자도 있었는데, 내가 아파서 휴직 했을 때 날 챙겨주지 않았다. 좋은 사람을 구별하기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성경에 보면 인생에 여러 장이 있다는데, 나의 가족, 내가 쉴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서 행복하게 사는 장을 여는게 내 간절한 바램이다. 완전한 회복이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미래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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