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vely Today: 추억 소환 + 죽음의 무게]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오늘도 뭐 하나 버리지 못하는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Jan.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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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파리 여행 때 찍었던 사진이에요. 저 연인은 지금쯤-


저는 애착이 쬐끔이라도 생긴 물건은 절대 버리지 못하는 병을 오래 전부터 앓아왔어요.

지난 주에 엄마 생신이라 고향집에 다녀오면서 상자 하나를 받아왔는데요
저와 다르게 미니멀리스트이신 어머니는 요즘 더더욱 집안 비우기에 열중이세요.
그래서 창고에 숨어 있던 제 잡동사니를 옳다구나 넘겨주신 거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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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박스를 열면 한참을 씨름해야 할 것 같아 구석에 두고 못 본 척 지나다녔는데 ㅋㅋ
오늘은 큰 맘 먹고 봉인 해제!! 방금 정리를 다 끝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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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양이 많았던 건 바로 손편지들.

재수 합숙 학원에 갇혀 폰을 쓰지 못하는 친구와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하고
(거의 감옥 수준이더군요..)

해병대에 간 사촌 오빠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큰 오빠의 “재밌어 보이스카웃 같아” 라는 말을 듣고 작은 오빠는 뒤를 이어 해병대에 입대.... 큰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시콜콜하게 주고 받은 친구들과의 이야기들...

물론 전남친들의 편지도 초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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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고3이 되던 해 친구에게 받았던 편지인데요
만들다가 집을 태워먹을 뻔 했다고ㅋㅋㅋㅋ
(당시에는 러브장이라는 게 유행이라 붙이고 태우고 많이 했습니다;;)

자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예쁘다며 어린왕자 책을 제게 생일선물로 줬는데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도 어린왕자를 무척 좋아합니다. :p

아쉬운 건 이제는 더 이상 이 친구와 연락이 닿질 않는다는 것.
시간은 어릴적 베스트 프렌드도 남으로 만들어버리네요.. 정말 보고 싶은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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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일기장도 3년치를 발견했고,
내용이 궁금하지만 이제는 골동품이 되어 어떻게 재생해야 할 지 모르겠는 비디오 테이프랑 카세트 테이프도 나왔어요. 아... 궁금하다....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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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학창시절 사진도 있었어요.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왠지 그날의 봄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한테 보냈다가 충격을 주기도 하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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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도 한 무더기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저는 필름 카메라를 썼고,
대학교에 가서야 첫 디지털 카메라가 생겼어요.
그래서 디카로 찍고도 여전히 사진관에 가서 인화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이렇게 옛날 사람 인증을 하게 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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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몽마르뜨 언덕에서.

사진들이 모두 참 좋았어요.
필터도 없고, 어플을 쓴 것도 아니지만 말이죠-

한참을 앉아서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고 있자니 가슴이 저릿저릿 따끈따끈-
이 멜랑꼴리한 기분이 좋아서 앞으로도 저희 집에는 추억 상자들이 늘어갈 것 같아요. :-)




+) 첨언

사실 오늘 여행 포스팅을 하려고 했었는데
뉴스를 보다보니 괜히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접어버렸어요.

특히 화재 참사 속보 화면 아래에 작은 글씨로 스쳐 지나가던
“포스코 외주 직원 4명 질식사”라는 기사가 종일 떠올랐어요.
분명 이 분들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을텐데.
저 조그마한 글씨만큼이나 작은 관심만 받고 끝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물론 병원에 계시다가 사고를 당한 분들도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반드시 정확한 수사와 변화가 있어야겠지만 우리의 마음을 더 크게 키워서 여러 곳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죽음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무거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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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시간을 거슬러 가져온 행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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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물흐르듯 조용한 분위기의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쏭블리님 그리고 제가 간 몽마르뜨는 겨울의 기억이라. 사진 속은 너무 파릇파릇한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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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데 없이 옛날 사람 인증만 잔뜩 한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감사합니다.
(무려 삐삐를 써본 세대라지요ㅋㅋㅋ)

김작가님은 약간 모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여행지에서 사진만 찍으면 대륙 관광객같은데....

겨울의 몽마르뜨도 좋네요. 매번 갈 때마다 초여름과 늦여름의 사이였던 것 같아요 ;)

추억도 멋지구요. 사고를 당하신 분들을 배려하시는 모습도 참 아름다우시네요. 읽으면서 잠시나마 행복해지는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산 사람들은 삶을 계속해나가야겠지만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재밌게 본 단어가 있네요 러브장 ㅎㅎ 어렸을 때 받았던 기억이있네요. 저런거 모아놓고 한번씩 보면 재밌답니다 옛생각도 나고 저도 오랜만에 서랍좀 열어야겠네요 ~ :D

ㅎㅎㅎ 러브장 좀 받아보셨군요!! 인기남?!! ㅋㅋ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건가요- ;o

소중한 추억 잘봤어요 ㅎㅎ 요새 사진을 찍어도 필름으로 인화를 안해서 컴터에 다 저장되어 있다는게 아쉽긴하네요 ㅠ

요즘이 더 효율적이긴 한 것 같아요. 맘에 안 드는 사진도 골라낼 수도 있고.. 가끔 필카 인화해보면 이게 뭐지 하는 사진도 있었는데 말이죠 ;) ㅎㅎ 그래도 서프라이즈 하는 기분이 있었어요 ㅋㅋ

저도 이렇게 하나하나 추억들을 모우는 습관이 있어서 모아뒀는데 최근데 전여친 흔적을 버릴 때 느낌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ㅋㅋ... 크흠... 추억도 추억이지만 슬픈추억은 없었으면 하네요

ㅎㅎ 예전 연인과 추억이 담긴 물건은 좀 그렇죠.. 현재 연인과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기도.. ㅋㅋㅋㅋㅋ
슬픈 추억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아요.. :)

저도 물건을 못버리는 습관이 있어서.. 남일같지 않네요 ㅋㅋㅋㅋ
어딘가의 추억박스에 흑역사들이 잠자고 있을텐데...

하핫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사실 어제 상자를 정리하며 요상한 물건(웬 돌이라든지)과 중2병이 심각한 일기 등등이 있어서 무섭기도 했어요.
이게 공개되면 난 영원히 고통받겠구나.... ㅋㅋㅋ

와 완전 추억의 물품들이네요~~ ㅎㅎ 불에 탄편지라니 처음봅니다 ㅎㅎ

무늬인 줄 알았더니 정말 불에 태웠더라구요 ㅋㅋㅋ 테두리가 바스락바스락 ㅋㅋㅋ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모습이신 것 같아요!! 읽는데 미소가ㅎㅎㅎ

감사합니다 ;) 맞아요-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순간과 사람을 기억하고 싶은 거지요 히힛

좋은 추억 오래오래 반추하시고 슬픈 기억은 용서로써 말끔히 버리세요
멋진 추억 잘 보았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해요. 좋은 추억은 오래오래, 슬픈 기억은 용서.. 정말 중요한 말이네요 ;)

멋진 축억이네요^^
정말 골동품인걸요^^..
소중히 간직하세요~이런 추억은 오래오래 간직하셔도 되세요^^

감사합니다 ;) 해가 갈수록 더 소중한 골동품이 되겠죠-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 다시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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