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으로 그림책 출간하는 방법 A to Z 정리

in #kr7 years ago

<쿵쾅쿵쾅! 윗집공룡> 그림책 소셜펀딩을 시작합니다! 라는 글을 쓰고 쿵쾅쿵쾅 윗집공룡 그림책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나는 글을 쓰고 아내가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그림책을 만들자고 아내와 항상 이야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덜컥 펀딩을 받겠다고 글을 남기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무슨 일이든 일단 시작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과정을 다 정리해야지 생각했었다. 독립출판으로 그림책을 출간할 누군가를 위해서~!

우선 그림책을 출간하고 싶다면 방법은

  1. 아동문학상에 공모해서 수상한다.

  2. 그림책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서 출간한다.

  3. 독립출판으로 직접 출간한다.

대략 이렇게 3가지가 있다. 1번과 2번은 기약이 없는 일이고, 사실 펀딩을 받기전에 두 가지 모두 시도했었다. 공모전에 제출도 했었고, 출판사에 투고도 했었다. 하지만 뭔가 상대방의 판단에 따라 결정받는 것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2~3번 시도해보고 깔끔하게 포기. 3번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아, 물론 이 3가지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림과 글이 있어야 한다. 글도 없고, 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그림책을 출간하고 싶다' 라는 생각만 하는 것은 막연한 꿈이다.

우리는 공모전 제출과 출판사 투고를 하기 위해 이미 글과 그림 초안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쇄비만 있다면 우리가 직접 출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역시나 그 과정은 멀고도 험했으니....)

펀딩 글을 쓰고 하루가 지났다. 아무도 후원을 하지 않았다.

'아, 이렇게 실패하면 아내가 많이 실망할텐데...어쩌지'

'정말 한 명도 후원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그냥 후원게시글을 쓰지말껄'

온갖 걱정과 후회가 밀려왔다.

그런데.

둘째날 부터 후원 댓글이 남겨지더니 후원입금이 계속 이어졌다. 첫날부터 후원을 받았더라면 자만했을텐데, 마음 졸이고 있다가 후원을 받으니 왠지 더 감사했다.

후원자는 총 50명이었고, 후원금액은 2,120,000원이다. 가족의 비중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은 지인들, 그리고 한번도 만난적 없는 SNS 친구분들도 후원을 해주셨다. 소셜펀딩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가족에게도 알려야 한다. 그리고 SNS의 특성상 잊혀지기 쉬우니 여러번 반복해서 후원글을 쓰는게 좋다. 쿵쾅쿵쾅 윗집공룡을 제작하면서는 총 4번의 후원글을 올렸고, 그 이후에도 진행과정을 알리는 글을 계속 올렸다.

<후원 관련 글 목록 제목>

쿵쾅쿵쾅! 윗집 공룡 그림책 소셜펀딩을 시작합니다!

제주에서 그림책을 만들어요!

내 그림으로 그림책을요?

아내를 울렸다.

<진행 일지>

쿵쾅쿵쾅 윗집공룡 그림책 프로젝트 진행일지

쿵쾅쿵쾅 윗집공룡 이제 곧 완성됩니다.

그림책 쿵쾅쿵쾅 윗집공룡 완판 되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가 많은데, 왜 그런 곳을 통해서 펀딩을 받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펀딩업체를 통해서 진행할 경우 자유도가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난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고 싶었다. 그럼 굳이 업체를 통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라면 텀블벅이나 와디즈 같은 펀딩 업체를 통해서 후원을 받는 것도 좋다. 직접 후원을 받으면 입금도 관리해야 하고, 아무래도 확장성이 낮다. 나도 다음 작품은 텀블벅을 통해서 할 생각이다.

후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기대한다는 메세지를 남기기 시작하면서 부담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내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나는 독립출판 방법에 대해 알아봐야 했다. 우선 도서관에서 출판과 관련된 책을 빌려와서 다 읽고(단언컨데 도움되는 책이 없다.) 그런데 모두 출판업계 실무자들을 위한 책뿐이지 일반인이 독립출판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인쇄업체는 어디에 맡겨야 하는지, 견적은 어떻게 내는지, 종이는 뭘로 해야하는지 아는게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 독립출판을 하신 분들에게도 물어보고, 출판업계에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물어보았다. 하지만 물어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직접 부딪쳐보는 수밖에.

내가 이것저것 알아보고 헤매이는 동안 아내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림책에 들어갈 그림은 태블릿으로 그렸다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종이에 그린 그림은 스캔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냥 가정용 스캐너가 아니라 드럼스캔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고화질로 그림을 그대로 스캔하는 것이다. 우리가 맡긴 곳은 한드럼 스캔이라는 곳이었는데 그림 1장(스케치북 기준)당 2만원에 스캔을 했다.

그 이후에 인쇄업체를 찾아야 했는데, 우리는 소량인쇄를 할 것이고 제주에 살다보니까 충무로를 발품팔아가며 인쇄소를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좋은 곳을 발견했다. 바로 디노마드라는 곳이다. 출판관련 교육도 하고 출판대행을 해주는 곳이다. 날짜를 잡고 미팅을 하고 종이샘플도 받고, 견적도 받았다. 무엇보다 디노마드가 좋은 점은 친절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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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부를 인쇄하는 비용은 130만원 가량이 들었다. 반양장이 아니라면 더 저렴하다.

디노마드에는 그림책 파일은 PDF로 보내야 하는데 인쇄소에 보낼 PDF는 재단선이라든지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이 부분에서 인디자인을 할 줄 알아야 한다. ㅠㅠ 인디자인 생각보다 어렵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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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책도 읽어가며 어찌어찌 표지와 내지 모두 인디자인으로 PDF 파일을 완성했다.(이건 아내가 고생함..ㅠㅠ 눈물이...)

디노마드를 통해 독립출판을 진행하게 되면 가제본 2부를 먼저 보내준다. 그 샘플을 보고 색상과 오타를 교정한 후 최종본을 받게 된다. 우리는 가제본에서 색상도 마음에 들고 종이도 잘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최종본에서는 색상이 깨지게 나왔다.(이건 우리의 잘못이었다.ㅠㅠ) 보통 컴퓨터 색상에는 RGB(웹용)와 CMYK(인쇄용)이 따로 있는데. 가제본 때는 인쇄용으로 잘 만들었던 것을 최종본 수정하느라 실수로 RGB로 들어간 것 같다.

그리고 최종본에서는 반양장에다가 내지 종이가 너무 두꺼워서 읽기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부분은 경험치가 낮다보니 발생한 문제였던 것 같다. 페이지수가 적기 때문에 보드북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보드북은 또 제작비용이 비싸다.

그리고 폰트사용에 있어서도 조심해야 하는데. 우리는 무료폰트(나눔체)를 사용했다.

책 출간 후에는 후원자분들에게 책발송을 하는데, 종이봉투, 에어캡을 구매해야 하고 택배비가 발생한다.(제주도에 살아서 택배비가 높아졌다.ㅠㅠ) 그리고 책을 제작하는 6개월 사이 3분이 이사를 가셔서 오발송 되는 사고가 있었다. 배송 전 주소 확인은 필수다!

그 이후에 독립출판 서점에 입고 문의를 했다. 총 5곳에 문의를 했는데. 3곳에서 거절당하고 2곳에서 입고 요청을 받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고는 모두 판매되어서 현재 쿵쾅쿵쾅 윗집공룡을 살 수 있는 곳은 제주도에 있는 독립출판 서점 라이킷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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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킷 서점에 진열된 모습!

제주로 이사오기 전 라이킷 서점을 구경하면 '나중에 여기에 우리 책이 진열되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꿈이 이루어졌다!! 지금은 라이킷 서점에 입고된 책들도 모두 판매되었다!

그리고 롤링다이스 협동조합을 통해서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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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은 생각보다 어렵고 보람찬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뻤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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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쾅쿵쾅 윗집공룡을 읽고 아이들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이다. 아,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쿵쾅쿵쾅 윗집공룡을 이야기를 아이들이 읽고 웃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는데. 이 기쁨과 즐거움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책을 출간하고 큼이도 정말 좋아했다. ^^ ㅎㅎ

독립출판을 꿈꾸는 분이 계시다면 꼭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이후 계획은 쿵쾅쿵쾅 윗집공룡은 영어로 번역해서 아마존 전자책으로 업로드 할 생각이다. 그리고 두번째 책 아빠 뿅!도 구상중이다. <아빠 뿅!> 은 아빠랑 놀고 싶어하는 아이와 바쁜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이번에는 더더더 잘만들어야지!!!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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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namu님 안녕하세요. 여름이 입니다. @bree1042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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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쉽지 않군요 ㅠㅠ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 도전해보세요!

책을 만드는 일은 참 어렵고 보람된 일인 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해서 @홍보해요

맞아요! 보람된 일이죠. 감사합니다! :)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그 마음의 첫날과
후원이 들어온 두번째날 그 두근거리는 마음이 저에게까지 전해지네요. 저도 책을 좋아하는 1인입니다^^

책을 좋아하신다니 더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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