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삶과 죽음을 인식하게된 계기.

in #kr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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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직면했을 때이다.

내가 조금이나마 철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살아오면서 죽음을 바라볼 기회들이 있어서이다.

중학교 시절, 옆반의 친구가 백혈병으로 하늘나라에 갔다.

졸업앨범에 사진이 없는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했었다. "죽는다" 라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는 그 어린나이에 '아,사람은 언제든지 죽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의 변화를 겪었다. 그때의 죽음은 사라짐을 의미했다...

또 한번의 죽음은 다시 중학교 시절 친구의 아버지의 죽음이였다.마흔즈음이였을 친구의 아버님은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담담해보이는 친구를 보았다. 도대체 뭐라고, 무슨말을 해야될지를 몰랐다. 그때 소중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예비소집이 있었다.(정확한 명칭이 기억나지 않아서 그냥 예비소집일이라고 표현했다.)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왜 예비소집을 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의아하지만 입학식 몇 주전에 먼저 학교에 가서 시험도 보고, 단체로 달리기도 했다.

수십명의 남자아이들을 두줄로 세워서 달리기를 시켰는데, 한바퀴를 채 다 돌기도 전에 내 앞에서 달리던 친구가 갑자기 쓰러졌다. 다리가 걸려서 앞으로 넘어진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마치 온몸에 힘이 풀린 것처럼 이상한 모양으로 팔다리가 꺾이면서 땅으로 곤두박질 치듯이 쓰러졌다. 체육선생님이 뛰어오고, 응급차가 바로 달려왔다. 그리고 예비소집은 그날로 끝이 났다.

입학식을 마치고 며칠이 지나 등교를 하는데 교문 앞에 왠 아저씨 한분이 상복을 입고 앉아계셨다. 달리기 도중에 쓰러졌던 그 아이는 심장마비로 바로 숨을 거뒀었고, 상복을 입은 분은 바로 그 아이의 아버지셨다. 그 친구는 그전에 지병이 있거나 몸이 약했던 것도 아니었고, 갑자기 심장마비가 올 이유가 없는데 학교에서 무리하게 달리기를 시켰다는 것이 상복을 입고 학교에 오신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런데 예비소집일에 그 아이는 달리기를 거의 시작하자 마자 쓰러졌었다. 무리를 해서 쓰러진 것이 아니었다.

그때까지 "죽음" 이란 단어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혹은 먼미래에 겪게될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눈앞에서 아무이유도 없이 한 사람이 죽었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불치병에 걸리거나 한 것도 아니라 영문도 모른채. 마치 하늘에서 신이 그냥 데려가버린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접했던 죽음은 병실에 누워서 스스르 눈이 감기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는데. 현실에서는 예고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슬픔도 없었다. 그 아이가 쓰러지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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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나도 언제든지 아무 이유없이 죽을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들께서도 영원히 사시는 분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아니 별다른 일이 없다면 아마도 부모님들께서는 자식인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실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형도 친구들도 모두 언젠가 반드시 죽게된다는 사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모두다.

화를 내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별로 화를 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짜증과 화를 아예 안내는 것은 아니다.)

물건이나 사람, 관계에 집착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남들의 시선, 말에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싫어졌다. 인생을 낭비하는게 싫어졌다. 시간낭비라는 말만 들으면 오해할 소지가 있는데, 늦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피운다거나 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이유없이 좋은 대학에 가기위해서 밤낮없이 공부를 한다면 바로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간낭비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극진한 효자가 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부모님께 종종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말을 안듣기도 하지만 적어도 좀 더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게 되었다.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했다.

그건 바로 가족이었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기였다.

그래서 내 인생의 시간을 최대한 가족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고, 대화를 나누고

매일매일이 기쁨과 즐거움으로 충만할 수 있도록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잊지않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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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변화는 남들은 별로 관심없는 예비군 심폐소생술 교육을 집중해서 열심히 듣고, 지하철에 비치된 심장제세동기 작동법을 눈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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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잊지않으려 노력한다.]
정말 감사한 거죠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생명이 붙어 있는한 죽음은 늘 곁에 있죠!! 건강하다고... 아직 젊다고 생각하지만, 죽음이란 예고없이 찾아올 수도 있죠!!

건강이나 젊음을 자신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정말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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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늦잠을 실컷 자고 나면 몸이 상쾌해져서
다음일에 더 집중해서 일할 수 있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또 '게으름'이란 행위를 통해 남들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영감)를 떠올릴 수도 있지요.

우리는 남들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룰'에
너무 얽매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ㅠ

자신이 원치 않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낭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 어떤 글에서 봤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끝이 알고보니 자신이 원하던 길이 아니었던 것을 깨닫고 후회한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

담담하게 적어 놓으셨는데, 머리와 가슴을 세차게 때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가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러다가 집에 있는 놈들을 생각하면 답답 해 집니다.

늘 지금 처럼만, 지금 처럼만 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집에 있는 놈들 생각하면 왜 답답해지시나요? ^^;;;

저희 부부의 모토가 "늘, 항상" 이랍니다.
늘 항상 같은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자.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편안한 밤되세요. ^^

저도 죽음을 종종 생각해요. 그래도 화를 내는 건 여전하지만.. 저도 화를 좀 줄여봐야겠네요.

브리님이 화내시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가네요. :) 제 머릿속 브리님은 차분하고 따뜻한 이미지라서요!
ㅎㅎㅎ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그 누구라도 화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저는 코박봇 입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 점심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