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Literature] 2017 이상문학상 돌아보기 : 부처, 그리고 부루마블과 평양

in #kr7 years ago (edited)
  • 이번 글은 평소의 주제와 다소 벗어나 있습니다만, '이야기' 그 자체를 다루기 위해 다양한 주제(맥주, 음악, 여행 등)를 끌어쓴 만큼 큰 줄기에서는 오히려 부합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상문학상 2017년 선정작을 제 나름의 시선으로 살펴보고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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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문학상>은 1977년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2017년 제41회 대회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지니는 문학상 중 하나입니다. 괴짜이자 천재로 이름을 날린 소설가 이상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이름 중 하나인데요, 그의 명성을 잇고자 하는 후배 소설가들의 면면도 정말 대단하기 그지 없습니다. 대상 수상자만 살펴봐도 한국 문학계의 흐름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까지의 대표적인 대상 수상자와 선정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부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체 대상 수상자 목록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제 1 회 (1977) : 김승욱 〈서울의 달빛 0장〉
  • 제 2 회 (1978) : 이청준 〈잔인한 도시〉
  • 제 5 회 (1981) : 박완서 〈엄마의 말뚝〉
  • 제 11 회 (1987) :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제 22 회 (1998) : 은희경 〈아내의 상자〉
  • 제 25 회 (2001) : 신경숙 〈부석사〉
  • 제 28 회 (2004) : 김훈 〈화장〉
  • 제 29 회 (2005) : 한강 〈몽고반점〉
  • 제 31 회 (2007) : 전경린 〈천사는 여기 머문다〉
  • 제 33 회 (2009) : 김연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 제 24 회 (2010) : 박민규 〈아침의 문〉
  • 제 25 회 (2011) : 공지영 〈맨발로 골목을 돌다〉
  • 제 26 회 (2012) : 김영하 〈옥수수와 나〉

  • 위의 수상자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 <이상문학상>은 신진 작가의 등용문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전부터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아왔거나 필력을 인정받은 기성작가가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기타 우수상 등 선정작가도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과정, 40년을 넘게 이어온 문학상이라는 점 등이 작용하여 독자에게는 읽는 즐거움을, 작가에게는 도전의식(?)을 샘솟게 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2017년 대상 수상자 구효서 씨의 약력을 간단하게 줄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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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7년 인천 강화 출생, 목원대 국어교육과 졸업
  •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수상

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단히 많은 작품을 이미 내고 그 성과도 인정받은 기성 작가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연세도 결코 적지 않은 축에 속합니다. 그렇기에 이른바, 아재(...)스러운 감성이 어딘가에 묻어나오지는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것은 결단코 제 기우(杞憂)였습니다.

구효서 - 풍경소리 (2017년 대상)


<풍경소리>를 읽고 있자면, 한 산사(山寺)의 유려하고도 고즈넉한 풍경이 머리 속에서 그려집니다. 자연히 소설의 문장도 그 모습을 천천히, 주의깊게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흐릅니다. 가령 아래와 같습니다.

"풍경소리가 들렸다. 미와가 고개를 들어 대적광전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을 올려다보았다. 하늘빛이 밝고 환했다. 풍경의 실루엣이 바람에 흔들렸다. 공양간 쪽에서 밥 익는 냄새가 났다." (p. 65)

"객실 창호지 문에 어린 푸른 달빛. 달빛과 함께 떨어져 내린 풍경의 둥근 몸체와 물고기 모양의 추가 푸른 창호지에 검은 윤곽으로 또렷이 박혔다. 바람 없는 한밤중이었으므로 그림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꼼짝도 하지 않았으나 풍경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p.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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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성불사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작중 주인공은 딱 8명입니다.

미와, 주승, 수봉스님, 좌자, 영차보살, 젊은/늙은 경찰 각 1명, 그리고 밭주인 함씨. 8명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도 왜인지 선문답(禪問答)을 연상시킬 만큼 짧고 함축적입니다. 그리고 상처입은 주인공은 이 산사에서 그 상처를 치유받(은 것처럼 보이는)고 돌아갑니다. 작가는 그 과정을 느리게, 그러나 올곧게 추적합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모란꽃>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도 아주 강력 추천합니다.


위에서 다룬 이야기가 보다 고전적인 소재라면, 다음에 소개할 작가는 상당히 현대적(!)입니다.
우수상 수상작가 중 하나인 윤고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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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 사진의 주인공이 작가님인데요,
보고서 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어떠신지요?
솔직히 말합시다. 대단한 미인이십니다.(엇흠 엇흠)

작가가 미국 뉴욕에 놀러가서 찍은 셀카 비스무리한 사진인데, 무려 이걸 본인을 소개하는 사진으로 작품집에 실었습니다. 뉴욕에 가서 찍을 셀카를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걸 본인 프로필로 활용하는 작가, 뭔가 새롭죠?

1980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동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했습니다. 한겨레 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문학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습니다. 이 분의 우수상 수상작은 무엇이냐구요?

윤고은 -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2017년 우수작)


소설의 플롯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9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 직장인, 어느날 갑자기 여행상품에 덜컥 당첨되어서 하와이로 3박 4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알아보는 숙소마다 죄다 매진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까지! 여행을 가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남자에게 엄청난 선택지가 제공됩니다.

AirBnB에서 제공하는 1박 40달러짜리 숙소!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남자는 숙소 주인 알리로부터 '개성'에 대한 기괴한(?) 정보를 듣게 되고, 귀국 후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봐봐, 하와이에서 본 건데, 개성공단의 그 개성에 신도시가 들어서는데 분양가가 평당 80이래. 이 정도면 우리도 신혼집 계약할 수 있는데,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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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 길이가 상당히 짧습니다.

<풍경소리>의 경우 80여쪽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의 경우는 32쪽입니다.

그럼에도! 책을 사거나 빌려볼 여유가 없으신 분들을 위해!
KBS <라디오문학관>에서 훌륭한 성우분들의 목소리 연기를 통해 소설을 읽어줍니다.

1. <풍경소리>의 경우 이 곳을 클릭하시고,
2.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의 경우 이 곳을 클릭하세요.

각각의 링크에 들어가신 후, 아래 그림과 같이 "ADD듣기" 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Adobe Flash를 써야 하므로 Chrome에서는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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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길 등을 활용해서 들으시면 상당히 좋을 겁니다.
문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하는 방법을 KBS에서 이렇게 잘 소개해주고 있었네요 :)


이걸로 부족한 소개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문학 관련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흘 한 것도 아니며, 독서량이 풍부해서 표현을 맛깔나게 또는 적확하게 하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읽을만한 글을 발견한 것이 기뻐, 이걸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다음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날 더운데 모두들 건강 관리 잘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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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재미 있겠네요^^

읽어주는 라디오, 저거 상당히 좋더군요. KBS <TV 문학관>과 더불어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오 포스팅에 나온 글 중에 한 4개 정도 읽었군요.. 이상문학상이 있는것은 알았는데 ㅠㅠ 고등학생 때 이후로 문학작품을 많이 못 읽었네요.. 반성하는 마음으로 김영하 선생님의 '옥수수와 나'를 한번 읽어볼까 생각중이네요 ㅎㅎ

저는 김영하는 '검은 꽃'을 고1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흡입력이 대단해서 3일인가만에 다 읽은 기억이....

휘님께서 소설 소개를 ㅋㅋㅋ 감사합니다.
윤고은에 대한 기억이 많은데
꾸준히 잘 쓰고있나보네요.

윤고은씨를 먼저 알고 있으셨군요! 이런 얼리어답터!

와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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