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풍경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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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카페 밖은 어둠의 세계이다.
어둠은 소리없이 스며들어와 도시전체를 감싸 안고 있다.
아무리 태양이 강력해도 결국은 어둠에 굴복하고 만다.
밝은 태양보다 어둠에 익숙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무슨이유일까.
어릴 때부터 어두움이 찾아들면 가슴속에서 알수없는 힘이 솟구치곤했다.
어두운 밤거리는 동경의 세상이었다. 세상의 모든 신화는 어두운 밤거리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밤의 여신은 달콤한 유혹의 숨소리로 아이들을 꽤어냈다. 어머니는 밤의 여신이 뿜어내는 유혹을 잘 알고 계셨다. 아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붙들었다. 세상의 어머니들은 태양과 동맹이었다. 그러나 밝음보다는 음습함이 세상을 지배하는 법이다. 갖은 핑게와 이유를 대고 아이들은 밤거리로 나섰다. 어둠의 유혹 그 에테르를 찾아서.

내가 밤의 카페를 찾은 것은 밤의 여신이 남겼던 목소리 때문이다. 밤이면 그녀는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내목을 감싸안았다. 난 저항할 수 없었다. 그럴라치면 아예 그녀의 욕망에 나를 맡겨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저항하면 할수록 나를 옭매는 힘도 강해진다.

그러던 차에 낡고 삭은 그림쟁이가 주인인 카페를 보았던 것이다. 비쩍마른 중늙은이는 똑 같이 비쩍말라 눈빛만 형형한 아내와 같이 살고 있다. 카페의 불편한 의자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눈을 마주하지 않겠다는 주인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시에서 조금 떨어져있기에 어둠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 어둠을 뚫고 카페에 오는 사람들이 간혹있기는 하다. 밤에 찿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말이 없다. 건물 창밖에서 들여다보는 어둠의 여신이 두려운 탓이다. 오늘처럼 노래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없었다. 여인네들은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마치 학창시절 모닥불 피워 놓고 노래를 부르듯이. 아마도 태양의 친구인 이들은 밤의 여신에게 항거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밤의 여신으로부터 지배를 받다가 나이가 들면 태양의 동맹이 되는 법이다. 반항에도 끝이 있다. 어둠의 여신 앞에서는 시간도 힘을 잃어 버린다. 중년여인들의 발버둥도 점차 잦아지고 말았다.

여인들이 어둠에 순응하였다. 그녀들은 하나씩 밤에 항복을 하고 어둠의 품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부터 그들의 운명은 밤에게 달려있다. 밤이 그들을 어디로 데리고 갈지 아무도 모른다. 사랑을 나누며 환희의 절정에서 토해내는 뜨거운 숨내음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밤의 여신은 변덕스럽다. 여신은 영혼을 흔드는 쾌락을 미끼로 사람들을 굴복시킨다. 그녀들이 어둠의 여신에게 즐겨 항복한 것은 다시는 느낄수 없는 쾌락의 미끼를 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카페는 주인여자가 틀어놓은 노랫소리로 가득차있다. 이맘때면 그런 노래들이 공간을 채운다. 빈공간을 가르는 지나간 가수의 목소리
아무도 듣는이 없지만 그는 생전의 모습으로 어두운 카페 구석구석을 지나간다.
그는 살아서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 떠돌아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애수에 찬 목소리 옆으로 콧소리로 교태부리는 여인의 모습이 포개어 진다. 그는 서글픈 추억과 잡을 수 없는 시간을 노래한다. 여인을 품에 안은 사내는 시간을 잡고 있고 그녀의 마음에 둘러싸여 있다.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는 목소리는 허공을 가르고 그 사이에는 어떤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자들이 가득차 있다.

카페는 밤새 죽은자의 목소리로 붐비고 있었다. 어둠의 여신은 죽은자의 노래를 즐기고 있다. 편안한 밤은 어둠의 여신이 주는 선물이다. 어떤것도 영원하지 않다. 신마저도. 보라. 얼마나 많은 신들이 나고 죽었는지를. 태양의 동맹은 다시금 일어서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어둠의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이제 나는 태양과 어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둠의 여신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카페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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