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맞이하는 첫 명절

in #kr6 years ago

친척들의 잔소리, 명절 스트레스...

최근에는 명절에 이런 저런 이유로 친적들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건 나와는 먼 이야기었다.
사람만나기를 좋아하고 또 즐기는 나는 매년 설, 추석이면 할머니댁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곤 했다.

제사를 시작하기 전, 요즘은 대부분의 제사 요리를 사서 쓰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건 튀김요리뿐이다.
시간이 많이 남는 나는 심심하기도 하고 혼자 바다에 걸어 내려가곤 했다.
할머니집에서 바다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지만 혼자 슬 걸어갔다 오면 심심함이 덜 해서 자주 가곤 했다.
더 어릴 땐 사촌 동생이랑 친 동생이랑 동네를 탐험하며 놀았지만 이젠 나 혼자뿐이다.

큰집에 가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회 집어먹기
다들 섬사람, 바닷사람인 우리 가족들은 회도, 술도 정말 좋아해서 다른 집안에서 전을 부치고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을때 우리 가족은 명절 음식은 최소화 하고 주로 회를 먹으며 술을 마신다.

이 술판의 시작은 거의 오후 2~3시부터로 매우 이른시간 6시쯤 제사를 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거하게 취할 만큼 마시지 않지만 딱 기분좋게 시작한다.

회는 엄마들보단 아빠들이 더 잘썰어서 아빠들이 고기 앞에 있지

이제 나이가 어리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집안 가장 막내 라인인 나는 식사 후 상 위에 반찬을 치우는 일 말고는 딱히 일하지 않는다.

모두들 회를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사람에 속하는 나,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은 음식이 나오면 나를 불러서 챙겨준다

아빠가 막둥이셔서 내 또래 사촌이 별로 없는 나는 그냥 어른들 하는 이야기 속에 끼어 주섬주섬 먹기만 하지만
그 회 한점 한점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어 어색한 와중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곤 했다.

제사를 특이하게도 추석 전날 밤에 끝내는 우리 집안은 추석당일에는 시간나는 친척들과, 아니면 엄마 아빠와 집에서 영화를 본다
그리고 추석 다음날은 찜질방으로 연휴를 마무리
매년 그래온 명절의 래파토리

개인적으로 연락오는 사람은 없지만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들의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하는 카톡은 한국이 연휴구나... 실감하게 하고 회도, 찜질방도, 영화도 없는 첫 명절을 맞이한 나는 사실 지금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그래도 모처럼의 추석인데
영화 하나 다운받아서 삶은 계란을 팝콘삼아 보고, 한인타운 횟집을 한번 방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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