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in #kr6 years ago

한시 반이나 되어서야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지금 문을 연 가게는 편의점 뿐, 비싸지만 뭐 어쩔 수 없지 편의점으로 향한다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저 차는 지금 어디가는걸까 출근일까 아 오늘은 축일이니깐 놀러가는건 아닐까
반대로 저 자전거를 탄 사람도, 자동차를 탄 사람도 날 보며 저사람은 이시간에 뭘 하는거지 생각하겠지

오늘따라 단게 별로 안땡겨서 상큼한 맛이 나는 먹을거리로 손을 옮겨서 오랜지맛 환타, 포도맛 젤리를 하나씩 사서 돌아오는 길
사람이 많지도, 지나가는 자동차가 많은것도 않은 거리지만 도쿄라서 그런건지 큰길이 있는 거리라 그런건지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밝았다.
부산과 홋카이도에서의 밤과는 전혀 다른 느낌

그냥 걷고 싶어져서 맨발에 운동화를 신어서 찜찜한 기분에 손에는 음료수 하나 젤리 하나
휴대폰도 들고나오지 않았지만 왠지 더 걷고싶어서 집을 지나 계속 걸었다

집에서 뒤쪽으로 얼마 안걸으면 강변이 나오지만 왠지 그냥 큰길을 계속 걸어보고 싶어서 걷다가
넓은 주차장 비슷한 공터를 발견했다. 궁금해서 골목으로 들어가니 점점 어두워졌다
평소 어둠에 무서움을 별로 못느끼는 편인데 왠지 그냥 일본엔 귀신이 많다더라는 이야기가 생각나고 겁이났지만
골목 끝까지 들어갔다

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처다보고 있을 것 만 같은 분위기의 공터, 괜한 기대감에 주위를 돌아봐도 고양이 한마리 없고
사유지인 것 같아 급하게 나왔다

돌아와서 페이스북이나 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졸업하고 한번도 본 적 없는 중학교 동창의 타임라인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강연도 하고, 수업도 하고, 여행도 하고, 음악도 하고, 봉사도 하고, 꽤나 잘 나가는 것 같았다

나를 보고, 나를 다시 보고, 또 보고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냥 혼자 밤을 걷는 것 밖에 없는데
아 역시 단걸 사와야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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