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잡식-003] 조조 - 단가행
안녕하세요, 얕은 배움과 잡스러운 지식의 @sintai 입니다.
원래는 자신의 생일의 별자리인 황도 12궁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이게 깊게 쓰려고 하니 한도 끝도 없고
쉽게 쓰려고 하니 내용이 너무 없어서
이건 구성을 좀 생각해보고 써야 할 것 같아
뒤로 좀 미뤄둡니다.-ㅅ-
오늘은 그래서 예정에 없던 한시漢詩 비정기 연재로 해볼까 합니다.
오늘의 한시는 @ohthisisit 마포하이디님께서 소재 응모를 해주신
조조의 단가행短歌行입니다!
지난번에 조조의 아들인 조식의 칠보시를 했는데 뜻하지 않게 부자 특집을 진행하게 됐네요-ㅅ-ㅋㅋㅋ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조조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 중의 한명이었습니다. 단가행은 그 조조의 시 중에서도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시이지요.
이 시가 지어진게 그 이름도 유명한 삼국지연의 최고의 네임드 전투인, 적벽대전 전투 전날이기 때문에.. 적벽대전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이 필요할 것 같네요.
- 위나라와 촉+오 연합군의 싸움. 촉+오 연합군의 제갈량과 주유 두 사람 모두 화공으로 조조를 공격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함
- 그런데 화공을 해봐야 배들이 다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다지 효과가 없음
- 거기다 남동풍이 불어야 화공이 가능한데 때는 겨울이라 북풍밖에 불지 않음
- 당시에 유명하던 책사 방통이 조조에게 투항하는 것처럼 사기침
- 방통이 조조에게 "위나라 군대는 땅개라서 배타면 멀미하고 힘들어하니 배들을 전부 묶으셈!!" 이라는 내용의 연환계를 제안
- 다른 이들이 "그러다 화공 당하면 방통 니가 책임짐?" 하고 따지지만
- 조조는 너무 머리가 좋아서 "지금은 겨울이라 남동풍 불 걱정 없음. 배 묶으셈"이라고 지시
- 묶어보니 흔들림도 없고 엄청 좋네? 이기겠다!!
- 제갈량이 술법으로 남동풍 불러옴
- 배들이 전부 묶여 있어 죄다 불탐
- 조조 폭망...
중간중간에 엄청난 머리 싸움이 왔다갔다하지만 개략적인 스토리는 이 정도가 될 것 같네요. 8번까지 진행된 이후 전투 바로 전날에 읊은 시가 바로 이 단가행입니다.
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
慨當以慷, 憂思難忘.
何以解憂? 唯有杜康.
靑靑子衿, 悠悠我心.
但爲君故, 沈吟至今.
呦呦鹿鳴, 食野之苹.
我有嘉賓, 鼓瑟吹笙.
明明如月, 何時可掇?
憂從中來, 不可斷絶.
越陌度阡, 枉用相存.
契闊談讌, 心念舊恩..
月明星稀, 鳥雀南飛.
繞樹三匝, 何枝可依?
山不厭高, 海不厭深.
周公吐哺, 天下歸心.
번역은 네이버 지식백과의 단가행 항목을 복붙했습니다. 제가 해볼까 하다가도... 한국외대 중문어과 교수님이 번역하신 게 있는데 굳이 비루한 제가 번역을 해봐야...
라고 쓰려고 했는데
함부로 썼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직접 번역했습니다ㅠㅠㅠㅠ
그대로 생 번역한건 아니고, 나무위키와 네이버 지식백과 병행 참고하면서 제 해석을 좀 붙인 정도에용.
그냥 하면 재미도 없고... 뭔가 그냥 짜집기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원문에서 2행 단위로 라임각운이 들어가는데 해석본에도 각운을 억지로 꾸역꾸역 넣어봤습니다.
더럽게 힘들군요-ㅅ-
술을 마주하고 노래하니, 인생 얼마나 되는가.
비유하자면 아침이슬 같으니, 지난 날 고난이 많기도 했다.
슬프고 분개해도, 근심걱정을 잊기가 어렵군.
무엇으로 이 근심 풀꼬, 풀 방법이 있다면 오직 술뿐
푸르고 푸른 선현들의 옷깃이, 한가로이 자리잡는 곳은 내 마음
다만 그대들이 있으니, 조용히 읊조리는 지금.
우우하며 우는 사슴들이, 들풀을 뜯는다.
내게도 좋은 손님이 오시니, 슬(瑟)을 타고 생황(笙篁)을 불어본다.
밝기가 마치 달 같은 그대들을, 언제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잇다라 일어나는 근심을, 끊을 수가 없구나.
동서남북의 밭둑길을 넘고 건너서, 서로 몸을 굽혀 안부를 물으니
인연이 닿아 담소를 나누면, 마음 속에 옛 은덕이 떠오르리
달이 밝아 별빛이 흐릿한데,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네들.
나무를 빙빙 돌기만 세 번인데, 의지할 수 있을까. 어느 가지엔들.
산은 높은 것을 마다하지 않고, 바다는 깊은 것을 사양하지 않기에,
주공은 먹은 것을 뱉어내고, 천하의 마음을 얻었네.
라임 따다 보니 의역이 강한 곳도 있고, 불필요한 도치문장이 좀 나오는데 그냥 이 따위로 해석하는 놈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 주시면 감사합니다-ㅅ-
조조가 그때까지 걸어온 길이 전부 이 시 한 수에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지난 날. 승리를 눈앞에 두고 함께 고생했던 부하장수들과 함께하는 이 자리. 그리고 주나라 주공처럼 천하의 마음을 얻겠다는 포부.
학생 때 이문열 삼국지에서 번역본으로 대충 보던 단가행은 정말 눈꼽만큼의 감흥도 없었는데 막상 원문 보면서 번역을 해보니 이 시가 얼마나 쩌는지 새삼 느낍니다. 역시 뭐든지 직접 해봐야 뇌리에 박히는 것 같습니다-ㅅ-
오늘 소재 제보 주신 @ohthisisit 님은
對酒當歌, 人生幾何(대주당가, 인생기하)
譬如朝露, 去日苦多(비여조로, 거일고다)
慨當以慷, 憂思難忘(개당이강, 우사난망)
何以解憂? 唯有杜康(하이우해, 유유두강)
술을 마주하고 노래하니, 인생 얼마나 되는가.
비유하자면 아침이슬 같으니, 지난 날 고난이 많기도 했다.
슬프고 분개해도, 근심걱정을 잊기가 어렵군.
무엇으로 이 근심 풀꼬, 풀 방법이 있다면 오직 술뿐
이 네 구절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왠지 첫 한 구절과 마지막 한 구절만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요.
늘 그렇듯이 본문에서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여담들
그런데 위에도 언급했지만 다 이긴 기분으로 이렇게 전투 전날 술먹고 노는 조조군은 어찌보면 당연스럽게 적벽대전에서 집니다. 져도 그냥 지는게 아니라 폭망합니다. 역시 기분을 너무 빨리내면 안되나 봅니다.
정사 삼국지 말고, 소설 삼국지연의 상에서 유복이라는 똑똑이가
月明星稀, 鳥雀南飛.
달이 밝아 별빛이 흐릿한데, 까막까치는 남쪽 향해 날아가누나.
라는 구절이 불길하다고 조조에게 간합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조조가 화가 나서 들고 있던 창으로 유복을 죽입니다. 진지충의 최후 저도 여태까지 이게 정사인줄 알았는데, 나관중의 창작물이었더군요. 나관중이 촉한정통론에 입각해 삼국지연의를 기술해서 조조가 나쁜 놈 이미지를 갖고 있기는 한데, 정말 어지간히도 싫어했나봅니다.
산문에서는 의미만 잘 통하면 어지간히 되는데 역시 시문의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한 것 같네요. 단가행의 각 행 마지막 부분은 각행마다
라임각운이 칼같이 들어가는데 확실히 SVO 어순의 언어들이 시문에서는 좀 더 쉽게 유려한 표현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잘 못하는 실력으로 고생 많이 했다는 생색입니다.@ohthisisit 님은 돈 생기면 술 사드신다고 합니다.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짧은 노래 [短歌行]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중국문학, 2013. 11., 인문과교양)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180360&cid=41773&categoryId=50388
단가행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8B%A8%EA%B0%80%ED%96%89
유복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9C%A0%EB%B3%B5_(%ED%9B%84%ED%95%9C)
유복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9C%A0%EB%B3%B5


신타이님의 예감은 적중률 99.99999 인생은 첫구절과 마지막구절처럼!ㅋㅋㅋㅋㅋ
스팀잇에 재밌고 유익한 포스팅 +1된건 좋지만, 이렇게까지 공들여주실줄은... ㅜㅜ 앞으로 손가락 함부로 놀리고 다니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신타이님도 이번 포스팅 페이아웃은 술사드심이 어떤지...?쿄쿄쿄
제 그팀파워는 미비하지만 감사한 마음만큼은 전할길이 없네요..제 이벤트에 꼭 당첨되시길!!
저도 명작을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번에 많이 알게 돼서 좋았습니다!! ㅋㅋㅋ
손가락 조심 안하셔도 돼요!
다만 제 포스팅에 쌓이는 페이아웃으로는 술집은 좀 어렵구요.
많이 쌓이면 소주에 과자부스러기 정도...
그냥 보통 수준으로는 소독용 알콜 정도 사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ㅅ-
아주 수준높은 포스팅을 보았네요. 미미하지만 보팅합니다. 그리고 영광스런 팔로!
수준이 높다니요...-ㅅ-;
얕은 지식과 구글링이 만들어낸
혼종일 뿐입니다-ㅅ-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보해
어이쿠... 이런 미천한 글에 홍보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