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동물원이 필요한 이유.

in #kr6 years ago

벌써 이틀이나 지나서 조금은 관심이 식었겠지만,

퓨마 탈출 - 사살에 부쳐 생각해 볼 거리가 아닌 가 싶어 글을 써본다.

나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어릴 적부터 호기심도 많았고, 책에서만 볼 수 있던 동물을 실제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동물원이라는 곳은 꿈과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사실은 좋아한다.

그런데 몇년 전 오사카 여행 후에 '나는 이제 동물원을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 텐노지 동물원은 동물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그 말인즉슨, 동물 우리가 좌우로는 길지만, 전후 폭이 굉장히 짧아 동물들이 사람들 시선에서 자신을 은폐할 수가 없게 만들어두었다는 말이다.

사실 여행 중에는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텐노지 동물원의 정형행동에 대한 여러 기사들은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고서야 알게 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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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찍은 텐노지 동물원의 호랑이 사진이다. 저 내용을 알기 전에 찍었던 건데, 그 당시 맥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호랑이를 씁쓸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나는 동물권 지상주의자가 아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인간이 우선이며, 인간의 생명이 달려있다면 슬프지만 동물의 희생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요즘은 위생상의 문제로 안먹지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개고기도 잘 먹었었고.

하지만 동물이라고 할지라도 불필요한 희생,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에는 절대반대한다. 어제 퓨마 사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원래 출생지도 아닌 곳으로 잡혀와서 맞지도 않는 기후에서 고생하며 살다가 사살당해야 하는가...


동물원의 순기능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멸종 위기종 보호 같은 순기능이 있다고 하기는 하는데, 결국 나로서는 동어반복을 할 수 밖에 없다. 왜 북극곰이 이 더운 나라에 와서 얼음 조각 하나를 부여잡고 여름을 나야 하고, 왜 사막여우가 이 추운 나라에 와서 히터 쬐며 겨울을 나야 하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어쩌면 나 역시도 아직 있지도 않은 아이가 좋아한다면 충분히 데려갈 마음은 있다. 그런데, 그건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인 생각으로 내 아이가 좋아하니까 가는 것이지, 거기서 숭고한 동물애를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사실은 결국 사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물론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호주나 미국처럼 거대한 공원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한국 사정에 그런 것이 될리도 만무하고, 자연 상태에서 아시아권 밖에서 온 동물들은 다 부적응으로 죽어버릴거다.

교육적인 효과까지 모두 무시하는 건 아니다. 그 안에서 어떤 친구는 수의사의 꿈을, 또 다른 친구는 학자의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니. 하지만 나는, 그것 역시 인간 기준인 것이지 동물원 자체가 동물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좀 솔직히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동물원은 그냥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 나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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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동물원은 점진적 폐쇄절차를 밟아나가야 합니다.

폐쇄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현실에 대한 인정 + 보다 친화적인 방법이 나와야겠지요.

퓨마 사건 보면서 꼭 사살 해야하나 하는 생각 했어요. 참 안타까웠어요. 이젠 동물들도 존중해주고
생명 으로 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공감합니다.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보다는 사살이 낫다고 보기는 합니다만... 어차피 사살할 거라면 마취약 양을 늘려서 몇 번 더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동물원은 엄연한 동물 학대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VR이 대체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인간은 참 이기적인 동물인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줄여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간의 호기심 충족에, 돈벌이 대상으로 본거죠.
한창 여행 다니던 시기에 지인의 집에서 우연히 Planet Earth라는 BBC의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초원을 동물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저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곳도 관광지가 되면 그 동물들은 또 갈곳을 잃게 되더라고요.
왜 주거지를 뺏은 것으로도 모자라 자유까지 빼앗는지 모르겠습니다.

양쪽 다 상생할 수 있는 개발이 되면 참 좋겠지만...
결국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몰리면 망가질 수 밖에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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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씨월드에 아주 큰 범고래가 있는데 한 번은 그 고래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조련사를 죽인 일이 있었어요. 슬픈 일이기도 하면서도 그 고래가 지금까지 받아온 강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죠...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나중에 애가 생기면 저걸 함께 보며 즐거워해야 할 지 고민이 됐었습니다...

저 역시도 아마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부모 마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데려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철 들 무렵에는 갇혀있는 동물들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꾸준히 교육을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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