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뜬금없이 써보는 카메라+망원렌즈로 달 찍기

in #kr7 years ago (edited)

IMG_20170321_104852_431.jpg

달 사진 좋아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그냥 뜬금포로 써봅니다.
폰 카메라는 제외하겠습니다.
저도 폰카로 달찍기 시도는 해봤습니다만, 도저히 내공이 딸려서 안되네요.

필수 준비물 : 줌 렌즈가 달려 있으며 수동 기능을
지원하는 카메라. 렌즈 교환이 안되는 카메라도 상관 없으나, 최대한 초점거리가 긴 렌즈가 유리. 풀프레임은 더 불리할 수 있음.

있으면 좋은 준비물 : 삼각대, 리모컨 또는 릴리즈,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 AF가 안되는 렌즈가 유리.

달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것은, 다른 천체사진과 마찬가지로 모두 수동으로 찍어야 그나마 봐줄만한 이미지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광각렌즈로 초저녁에 촬영할 경우,
R0016550.JPG
Ricoh GXR, A12 28mm, f2.8, 1/500sec, ISO200
이렇게 운좋게도, 자동 설정으로 달의 모양이 살아있는 경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만, 이건 적절한 시간에 적절하게도 카메라를 든 케이스고...

달 사진은 일반적으로 밤에 찍지요? 측광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카메라는 '음 겁나 어둡군. 밝게 찍히게 세팅해야 겠어!' 라고 생각하고서는
R0017749.JPG
이렇게 난감한 찹쌀떡 하나를 선물해줄 겁니다-ㅅ-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조리개, 셔터 스피드, ISO를 모두 수동으로 조작해야 합니다.
초점은 반드시 수동 초점으로 무한대에 둡니다.
보름달의 경우 AF로 잡히는 카메라도 있기는 한데,
수동렌즈로 정확히 핀을 한번 잡아두는게 더 편합니다-ㅅ-
자동렌즈로 포커스 링을 돌려서 잡아도 무방합니다만, 자동 렌즈는 포커스 링 유격이 있어서 쉽지는 않습니다.
가끔 찍는 건데 굳이 살 필요는 없구요...
R0018744.JPG
Ricoh GXR, P10, f7.7, 1/810, ISO400
지난 추석 즈음에 환산화각이 300mm 쯤 되는 컴팩트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달입니다. 아까보다는 좀 낫지요? ㅎㅎ 달하나만 걸려 있으니 심심해서 단풍잎을 앵글에 넣어봤습니다. 평소에 봉인해두는 내장 플래시도 터뜨렸구요. 초점은.... 제 장비로는 맞추기가 어렵더군요... 고감도에서도 노이즈가 적은 비싼 카메라 + 광량이 충분한 역시 비싼 외장 플래시 조합이었다면 심도 확보를 해서 좀 더 선명하게 만들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평소 인물사진을 거의 안찍는 제게 플래시는 사치입니다.

이런 삽질을 몇번 하다가 대충 맘에 드는 사진을 골라서
R0018765.JPG
반드시!! 원본 사진을 골라 크롭합니다.
뭐 크레이터가 잘 보이거나 그런 사진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달만 덩그러니 있는 심심한 사진 보다는 낫지 않나.... 라고 스스로 위로합니다-ㅅ-

주변 사물을 포기하면 좀 더 디테일한 달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파나소닉이나 올림푸스 사의 마이크로 포서드 바디에 풀프레임 렌즈를 쓰면 초점거리가 2배가 되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카메라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APS-C 카메라 1대와 풀프레임 카메라 1대를 가지고 찍습니다. 달만 찍겠다고 카메라 사기에는 통장이 힘들어해서...

IMG_20170412_022758_207.jpg
Pentax K-1, f80-320, EXIF 정보 없음
셋업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여러장 찍은 것 중에 한장을 잘라서 확대한 건데 원본이 어떤건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ㅅ-;;

IMGP0990.JPG
Pentax K-1, f80-320, f 9.0, 1/500sec ISO100
이런 사진을 자른 후 약간 흑백 느낌으로 채도를 낮추고 샤픈을 살짝 넣었습니다.
(사실은 포토샵을 할 줄 몰라서 사진 자르는 것만 그림판에서 하고 나머지는 구글 포토에서 작업했습니다...)

삼각대가 선택 준비물이라고 말씀은 드렸습니다. 특히 보름달의 경우 AF로 잡히기도 해서 손으로 들고 찍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다른 천체사진도 마찬가지지만,
매일 바뀌는 광량 때문에 달 사진은 정석이 없습니다. 그냥 같은 자리에서 수십장 찍어서 잘 나온 사진 한 장 건지는 거라서... 그 긴 시간 동안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지요... 꼭 달이나 별이 아니라도 사진 찍는 분들에게
삼각대 만큼은 필수 아이템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생각입니다만, 나는 죽어도 삼각대를 안사겠다!! 하시는 분들도 계실테니 선택 준비물로 빼두었습니다.

그래서 설정을 얼마로 둬야 하는데?
라고 물어보시면... 답이 없습니다. 렌즈 초점거리, 카메라의 노이즈 억제력, 렌즈 조리개 값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너무 많고 그나마도 매일매일 바뀌고, 시간에 따라 바뀌는 탓에...

다만 달사진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지금은 낮이다' 라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ㅅ-

밤이라고 생각하고 찍으면 노출이 맞을 수가 없어요.
우리는 낮사진을 찍는다는 마인드로 찍으시면 예쁜 사진 건지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사진 덕후분들이 아니면 200mm~300mm 수준의 장망원 렌즈를 갖고 계신 분이 적기는 합니다만, 요즘 하이엔드 카메라 중에서 고배율 줌을 장착한 모델이 꽤 나오니 갖고 계신 분들은 한번쯤 시도해보시면 재밌습니다!

여담으로 보름달 전체에 크레이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진을 원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허접하게 제가 찍는 달 사진과는 레벨이 다른 작업입니다.
초 고배율 망원경으로 달을 추적하게 셋업한 다음, 달을 부분부분 수백장을 찍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동영상을 찍은 다음 그걸 다시 사진으로 분해해서,
각 부분을 모자이크 툴로 합성하는 초 고난이도+초 노가다 작업입니다. 달 지형 이름까지 외우는 진정한 달덕후 들의 작업이죠.
착한 사람들은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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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네요 ~ 사진이야기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팔로우 해요!!

네, 재밌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맞팔했어용 ㅎㅎ

음... 전 쥐똥만한 밝은 찹쌀떡을 마구 빚어낸 다음부턴 눈으로 즐깁니다.. 집요하게 파고들면 영상까지 찍어야된다니 놀랍군요

아무래도 망원렌즈가 필요하다보니 하드웨어적인 진입 장벽이 좀 높은 편입니다ㅠ 다음에는 하드웨어 진입 장벽이 낮은 대신 휴먼 웨어 진입장벽이 높은 별사진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ㅎㅎ

크..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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