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데미안-새는 '나', 알은 '세계'

in #kr6 years ago

'데미안'



제가 제일 처음 소개드리고 싶은 책은 '데미안'이라는 책입니다! 현대에 와선 전쟁은 없지만 개개인의 고뇌는 더욱 깊어지기도 하죠.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말해놓고 보니 그 시절로부터 갖가지 향기들이 밀려오고, 비애와 유쾌한 전율이 내 안에 파문을 일으킨다. 어둡거나 밝은 골목들, 집들과 탑들, 시계 소리와 사람의 얼굴들, 안락함과 포근한 위안으로 가득 찬 방들, 비밀과 유령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찬 방들. 따스하고 좁은 구석, 집토끼와 하녀, 가정용 상비약과 마른 과일 향기도 난다. 그곳에서는 두 개의 세계가 착잡히 교차했으며, 양극에서 낮이 오고 또 밤이 왔다.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는 누가봐도 평범한 소년으로, 그저 생각하는 소년입니다. 싱클레어는 항상 자신의 세계가 둘로 나누어지면서, 완전히 나눌 수 없는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년 시절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그러던 중 어린 날의 치기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프란츠 크로머'라는 아이에게 많은 괴롭힘을 받죠. 지금 기준으론 학교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내 고민으로부터의 구원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쪽에서 왔다. 동시에 지금까지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바로 이 대목에서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만남이 나옵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구원이 되는 것과 동시에 이때까지의 싱클레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을 색다른 관점에서 보게 합니다. 새로운 관점이란건 참 생소한 말이죠. 우린 보통 같은 답을 내기 위해 공부를 하는 일상이 대부분이니까요.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년 시절이 산산이 부서져 내 주위에 떨어졌다. 부모님은 일종의 낭패감을 가지고 나를 바라보셨다. 누이들은 나에게 아주 낯설어졌다. 냉담함이 깃들어 감정과 기쁨을 왜곡시키고 퇴색케 했다. 정원은 향기를 잃고 숲은 마음을 끌지 못하고 세계는 마치 고물의 재고 정리처럼 무미하고 매력 없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데미안이 떠나 버린 후, 싱클레어도 쫓기듯이 홀로 지역으로 가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고민하고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몸은 어른이 되어서 여자에 대한 관심도 생기게 됩니다. 마치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사춘기처럼 싱클레어는 데미안에 대해 떠올립니다. 동경과 이상에 대한 상상은 한 소년이 생각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세계입니다. 싱클레어는 그가 그린 새그림을 답장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데미안에게 부칩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그리고 싱클레어가 받은 답장입니다. 여러분은 이 답장이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나요? 가장 유명한 문구이면서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를 꿰뚫고 있는 문구입니다. 전 이 문구를 읽으면서 우리는 전부 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날기 위해선 하나의 세계를 부숴야만 하죠. 이건 외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희망찬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프란츠 크로머를 아직 기억해?” 그는 물었다. 나는 그에게 눈을 깜박였다. 이제는 미소를 지을 수도 있었다.

나는 선선히 눈을 감았다.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조금씩 피가 흐르는 나의 입술 위에 그가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리고 나는 잠이 들었다.

붕대를 감는 것은 아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열쇠를 찾아 나 자신의 내부,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상이 졸고 있는 그곳으로 완전히 내려가기만 하면,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거기에서 볼 수 있었다.

결국 데미안은 싱클레어와는 별개의 인간이면서, 싱클레어가가 원했던 자아가 됩니다. 싱클레어는 그의 내면 속에서 데미안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평범했던 소년이 어른이 된거죠.

현재 우리는 획일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동경과 이상은 마치 신기루같은 이야기가 되죠. 어른이 되면 누군가의 이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건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모르지만, 데미안같은 사람이 된다면 성공한 삶이 아닐까요?

전쟁의 아픔을 겪으면서 청춘을 위로하는 이야기 '데미안'이었습니다.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요. 새도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 애쓰지요. 돌이켜 생각해보고 그리고 물어봐요. 대체 길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그저 어렵기만 했던가, 그것이 또한 아름답지는 않았던가 하고요. 당신은 보다 더 아름답고 보다 더 쉬운 길을 알고 있었던가요?”
-에바 부인(작중 데미안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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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빠가 헤르만헤세 소설을 좋아하셔서 책 마다 줄이 그어져 있었어요. 특히 데미안을 좋아하셨는데, 맨날 저한텐 아직 어려서 이 책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하셨고, 저는 왠지 반발심에 굳이 읽었었던..
어느덧 제가 그 때 아빠의 나이(연세라고 하고싶지 않군요 ㅠㅠ)만큼 자랐으니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상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realsunny님께는 추억이 담긴 책을 소개시켜 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네요! 데미안뿐만 아니라 헤르만 헤세 작가의 작품 중엔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으니 즐겁게 보시면 좋겠습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유리알 유희는 책이 너무 두꺼워서 포기했고 싯다르타나 수레바퀴 아래서도 그 당시에 읽었는데 말씀대로 지금 다시 다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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