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선택의 시작 2-1화

in #kr6 years ago (edited)


>[문을 연다]-선택

>문을 굳게 잠근다.


  • 활짝 열린 문


 나는 숨을 깊숙이 들이마셨다. 제아무리 칼을 든 미치광이라도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때는 있었다. 이런 지옥 속에서 어떻게 변했는지는 몰라도 문을 두드리며 발작하는 사람은 굉장히 정상적인 범주에 속했다. 문을 여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버튼 하나로 열리는 문이란 이렇게도 긴장감이 떨어졌다.



 



"...젠장"


 입에서 급하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살려달라는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괴물이 예쁘장하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문을 다시 닫으려는 순간 괴물의 팔이 문 틈 사이로 끼어들었다. 닫혀라, 닫혀라, 제발 좀...!


 한 손에 들고있던 칼이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괴물의 팔을 찌르기도 가르기도 하며 온갖 발악을 했지만 괴물의 신체의 밑바탕은 역시나 그렇듯이 인간이었다. 민간인의 힘으로 자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지않은 건 아니지만 버거웠다.


 손에서 힘이 빠지자 괴물은 무표정에서 천천히 웃음을 그려냈다.


 잘- 못- 골... 랐-어-__아_


 결국 나는 문을 활짝 열었다. 괴물은 예상관 달리 곧장 내게로 오진 않았다. 열린 문이 신기한지 문의 버튼을 이리저리 눌렀다. 신호음이 몇번씩 소리를 반복해서 냈다. 문이 열립니다, 닫힙니다. 삐리릭-하는 소리가 음악을 연상시켰다.


 나는 손에서 칼을 내려놓았다. 붕괴된 도시의 높은 고층 건물 아파트. 마침 대출금을 갚을 이유도 없이 전세계가 멸망해버렸다. 허탈하게 웃으며 침실의 침대를 밟고 올라갔다. 굳게 잠궈뒀던 창문을 열자, 진흙으로 뒤덮여있던 창문을 뚫고 빛이 쏟아졌다. 태양빛이 아니라 달빛이었다.


 고개를 몇번이고 저은 나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끊임없는 소음이 들려왔다. 괴물이 몰려들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창문턱에 기댔다. 그리곤 발을 거세게 찼다.


 달은 춤추고 별은 노래하니, 세상은 고요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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