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사 뒷얘기]'불펌'과 '받음' 사이(욕1회 주의)
shiho입니다. 오늘은 지하철 얘기 하나만 쓰려고 했는데 인터뷰를 해 준 형에게서 방금 연락이 와 얘기하던 중, 언론사 밖의 사람들이 이쪽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은 이야기라서 써보려고 합니다.(그리고 오늘은 기사가 없어요!)
지난 17일자로 쓴 '문재인 대통령의 수트를 만든 테일러 인터뷰' 기사는 그날 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는 대형악재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꾸준히 읽혀 회사 수익에 보탬이 됐다. 또 굉장히 흥미 위주의 기사이니만큼 인터넷 상에서 이래저래 언급되고 링크가 걸려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우선 기사는 다음과 같다.
- 기사 페이지 바로가기
그런데 오늘 이 기사의 주인공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채널A의 프로그램 링크를 보내주며 "이런건 원래 이렇게 내얼굴 동의없이 막올려도 되는거야??"라면서 "이 XX들 뭐지? 여기 인터뷰도 거절했는데 이렇게 그냥 막 써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내 기사 내용 외에 다른 콘텐츠나 새로 만들어 낸 부분이 없음에도 원콘텐츠의 출처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았음. 어디에도 남의 기사를 가져왔단 걸 보여주는 흔적이 어디에도 없이, 마치 자신들이 인터뷰를 한 것처럼 편집했음.
기사 주인공인 김진성씨를 멋대로 '文 대통령 재단사'라고만 지칭했음.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 물론 뉴스는 그 내용이 만방에 공개되는 것이 본질이자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 저작권이 없다. 따라서 불법이 아니다. 또 해당 프로그램이 정식 뉴스 프로그램은 아니다. 한 이슈를 갖고 기자들이 나와서 떠드는 내용이다. 하지만 엄연히 보도 프로그램이고 출연진이 엄연히 기자들이다. 떠드는 걸 아무리 들어봐도 남의 기사에 나온 내용이라는 언급이, 의도적이라고 의심될정도로 전혀 없다. 이런 행태에 관해 내가 굳이 거친 표현을 참지 않고 설명한다면 '채널A 이 생양아치 새끼들의 똥매너'라고 말할 수 있겠다.
먼저 이 바닥엔 '받는다'는 개념이 있다. 한 언론사의 단독기사를 다른 언론사가 자신들의 독자에게도 보도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때 해당 기사를 자사의 표현양식에 맞게 손질하거나, 해당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조금의 취재나 부연을 덧붙여서 보도하는 것을 '받았다'고 한다. 내가 한 기사를 보도했는데 다른 여러 언론사가 받으면 그게 진정한 단독이고 경우에 따라서 특종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 기사를 다른 회사에서 받으면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불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원 소스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보통 언론사에서 다른 회사의 기사를 받는 경우엔 '서울신문에 따르면'이라고 언급해, 순수한 자사의 기사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특히 이렇게 다른 곳에 취재를 하지 않고 해당 기사 내용을 얄짤없이 받는 경우엔 더 그렇다. 그건 기사의 기본 원칙이다. 기사의 신뢰도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취재원을 보호하는 범위에서 소스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의 전통있는 언론에서 기사를 작성할 때 꼭 지키는 원칙이다.
만약에 타사의 단독 기사를 보고 내용이 팩트인지 여부를 다른 경로로 취재, 체크해서 쓰는 경우엔 자신이 취재한 소스를 밝혀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예로 들면 만약에 채널A가 김진성씨와 최소한 전화 통화라도 해서 내 기사에 담긴
내용들을 들었다면 출처 표기 없이 써도 크게 상관은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받은' 기사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런데 채널A는 서울신문의 기사 외에 다른 어떤 곳에서도 취재를 하지 않았다. 기존에 보도된 내용들과 갖고 있는 영상
자료를 버무렸을 뿐 구성이 전적으로 내 기사 내용에 의지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천하의 개매너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 '서울신문에 따르면' 한 줄만 걸쳐 줘도 원본 기사를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은 알아서 찾아 볼 수도 있다. 특히 프로그램 영상을 자세히 보면 중간에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캠프에서 가져온 영상엔 출처가 표기돼 있는 게 보인다. 손혜원 의원의 멘트를 갖다 쓸 때도 SNS의 한 페이지처럼 화면을 구성해 어디서 퍼왔는지 알 수 있게 해 놨다. 내 기사만 빼고 출처를 다 달아놨다.
김진성씨를 문 대통령 재단사라고만 설명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는 문 대통령의 재단사가 아니다. 물론 이건 내 기사에도 언급됐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 재단사' 모데라토 김진성 대표라고 구체적으로 제목을 썼다. 그리고 기사 후미에 ‘대통령의 재단사’로서 소감은. -대통령의 재단사라는 말은 맞기도 한데 틀리기도 하다. 대통령의 옷을 만들었으니 재단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 소속돼서 일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설명해, 그가 대통령의 재단사는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저렇게 문 대통령의 재단사라고 지칭하면 김진성씨가 청와대에 소속돼 대통령 수트만 만드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고, 취재원에 대한 매너도 아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뉴스라는 게 저작권이 없다 보니 특별히 주의하지 않고, 특별히 주의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배워 먹은 젊은 언론인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빠른 속도로 복제하고 퍼져 나가는 온라인뉴스 문화가 발전할수록 이런 출처 개념은 더 희미해질 것 같다. 무조건 많이 생산해서 계속 업데이트를 해서 클릭을 유도해야 돈이 되는 이 바닥 시장도 문제를 더 키울 거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맙게도 내 기사를 언급해줬다. 이렇게 친절허게 링크까지 걸어 주면 얼마나 좋은가. 평소 그를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채널 A 명불허전이네요. 정말 어이없고 황당하셨겠어요.
네 직접 제 일로 겪어보니 참 짜증이 나더라구요.ㅜ
잘봤습니다^^ 보팅과 팔로우 하고갑니다~
넵 고맙습니다! 맞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