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0. 스팀잇에 관한 흥미가 예전보다 떨어진 이유

in #kr6 years ago (edited)





스팀잇에 가입하고 나서 불과 얼마 전까지
밥 먹듯이 스팀잇에 접속했다.

살면서 SNS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열심히 댓글 달고 보팅 팔로우를 하는 나.
스스로 봐도 어색할 지경이었다.

팔로워가 조금씩 늘고
내 글에 반응을 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스팀잇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극대화.
중독자처럼, 밤낮으로 스팀잇에 들락날락거렸다.
대댓글을 달고 지갑을 확인했다.
내 글에 몇 달러 아니, 영점 몇몇 달러라도 찍히는 게
어찌나 신기하고 신나던지.

게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가 만나는
보석 같은 글들이란!
사소한 일상부터 철학적 질문까지-
타인과 생각을 공유하는 게 이런 거로구나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있어서
스팀잇에 접속을 못했다.
바쁜 거 좀 끝나고 약 일주일만에
반가운 마음으로 돌아온 스팀잇.
그런데,

어쩐지 재미가 예전만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선 무수한 글들에 파묻힌
내 글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는 것.
이것까진 뭐 괜찮다.
사실 내가 봐도 내가 쓴 글이
특별한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요
번쩍 하는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냥 잡글에 불과하니까.
괜찮아. 암, 괜찮고 말고... (눙물이...)

그런데 그보다 더 문제는
피드를 눈 씻고 봐도
대세글을 봐도 최신글을 봐도
볼만한 콘텐츠가 없더라는 거.
체감상 90% 이상이 코인 아니면 블록체인 아니면
블록체인+코인에 대한 글이다.

사실 그전부터 여기엔 코인 관련 글이 넘쳐났다.
여기가 코인 커뮤니티인가 싶을 정도로.
그럴 수 밖에 없지. 코인이 존재 기반인데, 하고
전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간만에 보니 새삼 지리멸렬하게 느껴진 것.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코인에 관해서 딱히 할 말도 없고 지식도 없다.
시세에 관해서는 특히 더 그렇다.
세상만사 순리대로 오르락 내리락 하겠지 뭐, 하는 편

투자를 안 해서 그런 걸까.
언젠가 나도 '투자란 걸 좀 해봐? 가즈아!'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곧 마음을 접었다.
돈을 들여 스팀을 사는 순간
인생이 온통 거기에 얽매여버릴 거 같아서.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난 자신이 없었다. 금방 포기.

게다가 내심 이런 생각도 있다.

코인으로 돈 벌기라...
그렇게 돈 벌기 쉬운 세상이면 다 부자 됐게.



최근에 이런 소리를 들었다.
요즘 강남 부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베트남 부동산 얘기를 하고
흙수저들은 코인 얘기만 한다나.

욕망의 눈이
가장 강력하게 몰리는 곳은 돈과 부다.
부정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라고 별수 없다. 나도 가끔
미친 듯이 글 쓰고 스팀 벌어서
인생 역전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죄다 그런 생각과 말 뿐이면 문제다.
베트남 부동산 얘기가 더 낫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내가 뭔 글을 쓰든 어차피 코인 글은 못 이겨.'
이런 종류의 패배의식이 생기면서
글 쓰는 맛도 좀 떨어진 편.
코인 얘기에 파묻힌 보석글을 발굴하자니
그 시간에 가즈오 이시구로 책이나
더 보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노벨상을 준 건
아주 적절했다. 한림원 만세!)

그래도 아직은 이곳에 애정이 있기에
지금 스무번 째 신변잡기 글을 남긴다.
시간이 가면 더 볼만한 콘텐츠가 늘어날까.
코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스팀잇이 나아갈 수 있을까.

뭐 알 수 없지.
당장 내 앞 날도 모르는 걸.

시간이 지나 여기가 완벽한
코인 커뮤니티로 변하면,
나는 내가 갖고 있는
먼지 같은 스팀달러를 모두 처분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김밥천국에서 치즈 돈까스를 사먹으며
(사 먹을 수... 있겠지...?)
스팀잇 탈퇴를 축하하는
혼자만의 작은 파티를 열 것이다.

안녕. 스팀잇. 넌 참 좋은 코인 커뮤니티였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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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가지고, 꿋꿋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치즈돈가스는 아직 드시기엔 이를 것 같군요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렇다면 치즈돈가스 먹기는 접어두고 하얏트 호텔 스테이크 A코스를 먹는 그날까지 달려... 본다기 보단 그냥 뭐 별 생각없이 글 쓰고 노닐고 하려구요. 하하. 감사합니다.^^

힘내요 토닥토닥

전 괜찮습니다. 트랄랄라~ 감사해요.

잘 찾아보면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찾으실 수 있어요.
앞으로 가입자가 더 늘면 그 장르도 늘어나겠지요.ㅎㅎ
그리고 스팀잇의 퀄리티 높은 글을 재미있게 즐기시면서
스팀잇에 적립(?)투자 해나가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제가 너무 회의적으로 글을 썼나봐요. ㅋㅋ
저도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좋은 글들을 만나고
가끔 생각을 곱씹어보기도 했는데
문득 전에 그런 적 없다는 듯이
에이 몰라 별로야, 식의 글을 쓴 거 같아서
어쩐지 양심에 찔린다는...

앞으로 다양한 창작자 & 예술가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스팀잇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해합니다.
지금에서 다종다양한 컨텐츠가 있다고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세글이나 인기글들이
코인이야기로 도배되다 시피한 상황은
아무래도
그 외를 보고 싶으신 분께서는
재미를 느끼기 힘들죠...

저야 스팀잇에 이런저런 포스트를
접하면서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애정이 있는것도
사실인 만큼
오늘도 이렇게 붙잡고 있네요 ㅋ

당장은 아니더라도
저도 님처럼

안녕. 스팀잇. 넌 참 좋은 코인 커뮤니티였어.

라고 말하면서 떠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보고 가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코인 이야기가 인기 있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층들이 많고
그 글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정보나 지식의 공유 등의 측면에서
기능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고요.

그런데 말하자면 이런 거죠.
어느 날 음악 방송을 틀었는데
전부 아이돌 댄스 음악이라
아 나는 제대로 빡센 락앤롤을 듣고 싶은데
역시 락은 인기가 없구나 에휴.
하며 한숨짓는 심정이랄까요.

아이돌 음악도 좋지만
락 힙합 재즈 R&B 기타 등등
다양한 음악이 나오는 방송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참 쉽지 않긴 하더라구요.

힘내셔요~ 좋은 기운 뿜뿜~!!
팔로우 보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뿜뿜. 전 괜찮아요. 암요. 괜찮구 말구요. ㅎㅎ

감사합니다!

@shgddd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songa0906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 저에게도 이런 일이.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모쪼록 세상 일은 넓고 길게 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글이 짧아도 눈이 가게 만드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블로그를 둘러보니 소설도 쓰시는군요... 와~ 부러워요~^^;

@shgddd님과 같이 저도 아직 뉴비이고 스팀잇 들어온지 얼마 안되지만 애초 당시에 글 쓰기 시작할 때부터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차근차근 연습하는 심정으로 쓰자.. 라고 마음은 먹었지만 저도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
또 얼마 전에는 밴드위스 제한에 걸려서인지 댓글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는 멘붕...ㅎㅎ.. 그래도 조금 기다리니까 좋은 분들이 성원해 주시고.. 그 다음에는 '그래, 글을 누가 봐 주는 것만으로도 공부다... ' 라는 심정으로 쓰자고 마음 먹었더랩니다...

쓰신 글 중에서 내가 글을 쓰는 자체가 힐링이 된다라는 내용도 있던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막상 글을 쓰고 보니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기 보다 저 자신에게 도움이 더 된다는 걸 저도 느꼈습니다..

예전에 서브 잡으로 보안 분야 강사로 강의를 잠시 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느꼈던 것이 남을 가르쳐 주려면 나는 그것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100% 이해하고 배경 지식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을 쓰려면 저 자신 조차도 쓰는 글을 또 다시 곱 씹어보고, 다듬고 고쳐 보아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예전에 한 번 감동 받고 잊었던 것을 온전히 내 마음 속에 박아 넣을 정도로 되 새기게 된다는 것도 느껴졌습니다...

정말 힐링도 되고, 도움도 많이 되는 것 같아 앞으로 그냥.. 평가가 어떻든 두고두고 스팀잇을 가까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주옥 같고 도움이 되는 글이 아니더라도 소소한 일상에 대한 글들도 다른 곳보다 오히려 더 솔직히들 적으시는 것 같습니다...

큰 기대 없이 다시 다가 가시면 스팀잇에도 꽤 볼 글들이 많지 않을까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긴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재능이 일천하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시덥잖게 이런 저런 글을 쓰고 있는데요.
(정말 스스로 힐링 받고 있기도 하구요. 글쓰기의 마력이란)
쓰는 걸 좋아하는 만큼 읽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는데
뭐랄까... 글 자체의 완성도가 높은 글이나
오로지 글로서 기능하는 글들이
생각보단 적은 거 같아요.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저 스스로도 무척 찔리지만서도.

어쨌든 보석 같은 글들은 아무리 덮어지고 가려져도
여전히 제 빛을 잃지 않는 법이니까.
역시나, 애정을 갖고 산책하듯이,
말씀처럼 큰 기대없이,
다시금 이런 저런 생각들을 염탐해보려구요.

넵~ 화이팅입니다..~^^..ㅎㅎ

충분히 공감합니다 .. 맞아요 좀더 다얀한 컨텐츠가 필요한것 같아요

공감 감사합니다. 다양한 콘텐츠가 있으려면 다양한 유인책이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콘텐츠의 질적인 면을 좀더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장치랄지. 개선된 보상 체계랄지. 하다못해 네이버 같은 뽀대나는 에디터나 인터페이스라도... 뭐 아직 과도기일테니까요.

공감도 되고...
어쩌면 그냥 글쓰기를 즐기는 수밖에요 ㅎㅎㅎ
내게 한 명의 독자라도 있다면..?
혹은 한 명의 독자가 생길 때까지 :D

얼마 전에 김중혁 작가 에세이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보면 작가가 그래요. 그냥 아무거나 막 쓰라고 ㅋㅋㅋ 반쯤은 찬성하는 말. 아무거나 막 쓰다보면 재미있고 재미있다보면 내 글도 자라고 훌쩍 큰 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그런 선순환이 생기는 날이... 오겠죠? (통일 전엔 와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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