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안폴(@sha135)입니다.

오늘은 스팀에서 처음으로 영화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영화는 ‘그것만이 내 세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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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시절 아버지의 학대
  • 집나간 엄마에 대한 원망
  •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삐뚤어진 주인공
  • 서번트 증후군
  • 형제애와 가족애의 해피엔딩

한국, 아니 전세계 영화에서 수 천번, 수 만번 우려 먹었을 뻔한 이야깃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뻔한 이야기들을 결코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마법을 부렸습니다.

아버지의 학대로 집을 나간 엄마의 빈자리를 만화방의 라면과 복싱으로 채우며 자란 주인공은 십 수만원의 스파링 댓가와 치킨집 전단지를 돌리는 일로 생계를 해결하다 우연히 엄마와 중증 장애를 가진 동생을 만납니다.

캐나다로 가기 위한 500만원을 만들 동안 먹여주고 재워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해 시작된 가족들의 동거, 그리고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엄마와 피아노에만 천재적 재능을 가진 서번트 증후군 동생과의 정이 싹트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영화가 제작되기 전부터 엄청난 화재와 기대를 받았지만 장작 개봉 후에는 그에 못미치는 평가를 받는 영화가 있기도 하고(최근엔 군함도) 조용히 개봉했지만 입소문으로 대박을 친 영화(아이캔스피크)도 있지요.

‘그것만이 내 세상’은 후자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이.병.헌.
‘연기로는 깔 게 없다.’는 평가처럼 개인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남자 배우 중에 연기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악마를 보았다.’ ‘광해’로 절정에 다다른 연기는 ‘내부자들’ ‘마스터’에 이르기까지 장기집권 중이고, 심지어 특별출현으로 역할이 크지 않았던 ‘밀정’에서도 결국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이 ‘술을 들이키던 정채산’이었을 정도로 무게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지.아이.조’ 나 ‘터미네이터’ 등 헐리웃에서 촬영한 영화들에서도 이런 이병헌의 카리스마는 빛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변헌의 연기는 액션보다 인간적인 감정의 표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사랑을 찾아 떠난 ‘그 해, 여름’의 ‘윤석영 교수’가 그랬고,
귀신이 되어 미국을 맴돌던 ‘싱글라이더’의 ‘강재훈’이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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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힘을 뺀 이병헌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영화에서 복싱선수의 설정은 생계 유지와 불우한 소년이 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선택, 마지막 자존심일 뿐 액션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주먹 뒤로 억울하고 답답해도 씹어 삼켜야만 했던 가진 것 없는 ‘김조하’의 눈빛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비로소 교도소로 아버지를 찾아가 처음으로 울분을 쏟아내는 모습이 그가 ‘미국나이 서른 여덟’이 되어서야 드디어 하고 싶은 첫 마디를 세상에 내뱉는 감격으로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가족의 빈자리를 늘 그리워한 남자.
외식지리에서의 사진 한 장, 밤 늦은 시간 엄마와 단 둘이 와인잔을 기울이며 말도 안되는 음악에 브래이크댄스를 추고, 늘어난 동생의 티셔츠가 마음에 걸리는 그 남자의 모습을,
웃음과 그리움의 동전 양면같은 전혀 반대의 감정을 하나로 엮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변헌이라는 배우가 왜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는지를 확연하게 증명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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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인물은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동생 ‘진태’를 연기한 박정민 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에서 이렇게 피아노를 극적으로 표현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피아노 선율을 보여준 박정민이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도레미파 수준이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형님인 정윤철 감독님의 ‘말아톤’에서 조승우가 보여준 연기에 필적할만한 연기를 보여준 박정민은 ‘동주’에서의 기대주가 한국영화의 대표배우로 자랐음을 확인하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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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을 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한 국민 엄마 ‘윤여정’ 선생님의 연기에서부터 그 특유의 인형미를 선보인 한지민과 감초를 자처한 김성령의 특별출연까지
영화는 연기에 있어서는 전혀 빈틈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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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닌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김조하가 신앙처럼 생각하는 무하마드 알리의 말처럼 이 영화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애 아들을 포기하지 않은 엄마..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은 아들..
그리고,
그런 가족을 포기하지 않은 남자의 이야기..

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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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하면 지아이조나 터미네이터의 무뚝뚝한 얼굴밖에 생각 안나는데, 인간미 넘치는 연기도 한번 보고 싶네요. ~~

액션에 한정할 수 없을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죠^^

진태를 연기한 박정민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진짜로 다 피아노를 친건가요??

6개월동안 매일 5시간씩 연습해서 손위치나 연주모습은 실연이구요, 소리는 전문가의 믹싱이라네요^^
그런데 실제로도 쇼팽 교향곡 연주 수준까지 되어 버렸다고 하더군요.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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