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노동4.0인가 일4.0인가?

in #kr6 years ago

책을 받아 보는 순간 놀랐다. 생각보다 책의 사이즈가 작았다. 전체 쪽수는 100쪽을 겨우 넘는 아주 아담한 책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여러 생각이 들었다.

노동4.0.jpg

우선 눈에 확 들어오는 용어가 있었다. 일자리 100퍼센트를 추구하는 독일의 인더스트리4.0.

일자리를 없애고 양극화를 촉진시킨다는 4차산업혁명이 대세라고 하는 이 마당에 독일은 어찌하여 100%의 노동을 추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불현듯 노동이란 말이 맘에 걸렸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노동이란 용어가 둘로 나누어지는 경험을 맛보았었다. 투쟁과 생존.

나치의 박해를 경험한 유태인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저서<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의 활동을 3가지로 구분한 바가 있다. 그녀에 따르면 노동(Labor)은 동물의 일종인 인간이 생명과 삶을 위해 필요에 따라 행하는 작업이라고 보았다. 그녀는 노동의 산물은 대부분 소비되고 영속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신 그녀는 일(Work)을 인간이 수행하는 영속적인 것을 추구하는 작업으로서 도구나 작품을 만드는 것을 그런 예로 보았다. 마지막 작업의 분류가 활동(Action)인데 이는 사회와 역사를 형성하는 정치적 작용이나 예술활동을 의미했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노동은 생명과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썼다.

"인간 존재의 가장 일반적인 조건인 생과 사, 곧 출생과 죽음에 이 세가지 활동과 그에 대응하는 조건이 연결되어 있다. 노동은 개인의 생존뿐만 아니라 종의 생명까지도 보장한다. 일과 그 산물인 인간의 인공물은 유한한 생명의 공허함과 인간의 시간의 덧없는 특성에 일정한 영속성과 내구성을 부여한다. 활동은 정치적 조직을 창설하고 유지할 수 있는 한 기억의 조건, 즉 역사의 조건을 만들어 낸다"

독일사람들이 이런 분류를 이해하면서 우리 일자리에 관한 논의를 노동4.0로 엮어 내었다면 달리할 말은 없지만 곰곰이 생각할수록 노동보다는 일4.0이란 이름이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오랫동안 맴돌았다. 그렇지 않아도 산업혁명이 사람의 일을 노동으로 전락시켰다는 시각이 일리가 있어 보이기에 오히려 반발적으로 4차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노동4.0이 아니라 일4.0을 논의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여겨졌다.

독일에서는 노동4.0이란 녹서가 등장한 이후로 지난 2년여간 노동4.0을 백서로 만드는 일이 국가적으로 지속되었던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2016년 11월에 발간된 독일 노동4.0 백서는 상당히 중요한 개념들을 제시하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좋은 노동’이란 정의이다.
다시 표현하면 ‘좋은 일’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근무시간이 주 36시간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좋은 노동이란 개념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당장 기업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변화란 시간문제라는 것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4차산업혁명이란 주제를 간간히 확인하면서도 그 근간은 일에 대한 것과 연결을 하는데비중을 많이 할애하였다. 대부분 독일의 노동4.0을 참고하였지만 이런 주제들은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에도 언젠가는 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크기에 비해 상당히 무거운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들었다. 고용주와 노동자 간의 협의와 합의, 직업재교육과 단체협약, 노동시장 참여, 투명하고 정당한 임금체계 구축, 자유로운 시간 선택하는 노동, 개인정보의 보호, 건강한 노동을 보장, 노동자의 경영 참여 시스템, 공동 결정권 도입 등이 그런 이야기들이다. 이외에도 우리사회의 취약점인 자영업자의 사회보장 제도 등이 독일 노동 4..0에서 거론되는 것을 보게 된다.

좋은 일자리로 누리는 일자리 100퍼센트의 시대.

그것이 4차산업혁명의 꿈이라면 얼마나 신이 날까?

지금은 그저 막연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마인드셋의 문제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인식의 변화를 분류해보면 42%는 말 그대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삶의 유지를 위해서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58%는 일을 즐기고, 놀이처럼 생각하고, 자아실현의 과정으로 보고 있으면 삶과 일이 균형을 맞추어야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독일의 이야기이지만 한국도 이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억측일까?

참고로 이 책의 저자 이명호 박사는 연세대학 공대 졸업했고, 카이스트에서 기술경영박사 학위 취득했다. 삼성 SDS에 근무한 적이 있으며 현재는 여시재에서 솔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모두가 좋은 일자리로 100%의 꿈을 얻는 시대를 품어본다.

Coin Marketplace

STEEM 0.23
TRX 0.12
JST 0.029
BTC 66505.48
ETH 3595.60
USDT 1.00
SBD 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