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체험기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scv입니다.

예전에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나름대로 재미 있었던 경험이라 체험기를 올려봅니다.

배심원1.jpg

법원에서 온 우편물

어느날 법원에서 등기 한 통이 왔어요.
배심원 후보로 선정되었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여해야 한다..
만약 참여를 할 수 없다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미리 증명해야만 한다..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었죠.

'배심원을 하라고? '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필이면 그 때가 일년 중 가장 바쁜 때라 많이 고민이 됐었죠.
그렇다고 참석 못할 이유를 설명하자니 그게 더 힘들 것 같아 지정일에 일단 법원으로 갔습니다.
어차피 배심원 후보일 뿐이고 최종적으로는 법원에서 결정이 난다고 하니
꼭 제가 배심원이 된다는 보장은 없는 거라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배심원 선정 과정

아침 일찍 법원의 지정된 장소로 갔더니
저처럼 우편물을 받고 온 후보자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습니다.

후보자들에게 각자 번호표를 주고 로또처럼 번호를 뽑는데
번호가 뽑혔다고 해서 바로 배심원이 되는 건 아니구요.
번호가 뽑히면 담당변호사와 검사가 후보자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고
양쪽 모두 좋다고 해야만 최종적으로 배심원으로 결정이 됩니다.
변호사나 검사 한쪽이라도 싫다고 하면 선정절차가 끝난 후 바로 집으로 가면 되는 거구요.

근데 도중에 탈락되는 분들이 꽤 많아요.
무슨 기준으로 뽑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탈락이 됩니다.

특히 마지막 한 명을 남겨두고 계속 탈락자가 나오길래
그냥 재미있게 구경만 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제 번호가 뽑혀서 결국은 배심원이 됐습니다.
저한테는 질문도 없이 바로 오케이하시더라구요.
뭔지는 몰라도 제가 검사나 변호사분이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죠.ㅋ

재판 중에는 격리상태

일단 배심원 선정이 끝나면
그때부터 바로 외부와는 단절입니다.

제가 참여한 재판의 경우
오전부터 시작돼서 오후 9시 넘어까지 계속 됐는데
밖에 나가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 법원 안에서도 지정된 장소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식사시간에도 인솔자가 와서 법원 안 식당으로 데려가고
식당 안에는 분리된 예약석에 식사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또 중간중간 휴식 시간마다 도시락이나 간식도 가져다주고
나름대로 대우는 좋았습니다.

배심원2.jpg

배심원3.jpg
(법원에서 제공된 식사와 도시락)

근데 이게 처음에는 모든게 새롭다보니 흥미로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는 답답하기도 하고
일단 재판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배심원5.jpg
(휴게실)
배심원7.jpg
(간식, 한입 먹었어요.)

첫날 끝내 판결이 나지 않아 다음날까지 연장이 됐는데
재판 재개가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외부(변호사, 검사)와 접촉은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당연히 뭐 접촉할 일이 있나요.ㅎ

둘째날도 일정은 아침부터 전날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최종판결

최종판결을 내리기에 앞서서는
따로 회의실에서 판사님들과 함께 재판의 유무죄에 관한 의견조율을 거칩니다.
생각보다 판사님들이 권위적이지 않았고 굉장히 친절했어요.
배심원들과 서로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요.

배심원4.jpg
(회의실, 여기서 회의들을 합니다)
배심원6.jpg
(회의실 구석에 커피, 차 등 마실 수 있게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최종판결 의견을 모은 후
둘째날 오후 늦게서야 재판이 끝나 법원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재판을 마친 후

배심원으로 참가하면 경비도 주는데요.
하루에 12만원씩 이틀이니까 총 24만원을 은행계좌로 넣어주더군요.
따로 기념품도 주는데 전 법원글씨가 새겨진 액자를 받았습니다.

배심원8.jpg
(선물 받은 액자에요)

배심원을 하면서 느낀 건데
참 법조인분들도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이게 보통 중노동이 아니더라구요.
게다가 그 분들은 그 많은 서류를 다 검토도 해야 하니 말이죠.

몸은 굉장히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왠지 모범시민이 된 거 같은 뿌듯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 했다 생각합니다.

이 글 읽어주시는 분들도
혹시 배심원에 관한 우편물을 받으시게 된다면
한번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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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영상으로 보는것이랑 직접 참여해서 보는거라는 큰차이가 있네요. 긴시간 집중하기도 힘들것같구요. 그래도 멋진경험하셨네요^^

네. 진짜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거 같았어요.
재판이 너무 오래 걸리다보니 괴로운 건 맞아요.ㅎㅎ
그래도 경험해본 게 좋은 것 같아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오셨군요.
전 이와중에 식사만 눈에 들어오네요. 아직 저녁을 못 먹었습니다. ㅠㅠ

저도 아직 저녁 전인데... 어서 저녁 드셔야겠네요.ㅎㅎㅎ
맛있게 저녁 드시고 좋은 밤 되세요.~~rokyupjung님!

Resteemed your article. This article was resteemed because you are part of the New Steemians project. You can learn more about it here: https://steemit.com/introduceyourself/@gaman/new-steemians-project-launch

특별한 경험이었을 거 같습니다^^
저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요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법원에 가야 한다는 것도 내키지 않고 이틀간 이나 통제를 받는다는 것도 그렇구요

이게 무조건 이틀씩 하는건 아니에요. 하루만에 끝날 수도 있는데 길어지면 그 다음날로 넘어가더라구요.
저도 이틀씩 걸릴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시간 내기 힘들죠...
근데 아주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ㅎㅎ
다들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말 신변의 이상이 없지 않는 한 우편물을 받으면 일단 가야 합니다.ㅋㅋ
paramil님에게는 우편물이 가지 않기를..ㅋㅋ

선물에 경비에 많이주네요 ㅎㅎ
저도 법학과를 졸업하였는데 저도 배심원 뽑혓으면 좋겠네요 ㅎㅎ 좋은 경험이 될것만같아요 ㅎㅎ

법대를 나오셨군요.
법에 대해 많이 아시니 배심원 하시면 더 흥미로우실 것 같네요.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었거든요.ㅎㅎ

@code999님 덕분에 좋은 글을 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기 힘든 정말 대단한 경험을 하셨네요.!!
간접적으로 저희에게 소개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주간어워드』 시상식 2차에 당첨 되신 @code999님이 풀보팅선물권을 @scv님 글에 사용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타일골드님!
아~ ㅎㅎ code999!!
잘 알겠습니다.
여러모로 바쁘시네요.^^

그분께서 주시는 큰 선물이니... 서로 감사를 잘 나누시길 바랍니다.^^
저는 쏙 빠져나갑니다.ㅋㅋ

네. 알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멋진 경험이셨을 것 같습니다.
현장 사진까지 있는 생생한 스토리 정말 잘 봤습니다.^^
다른 분들도 많이 보시면 좋을 듯 해서 리스팀 해봅니다.

판결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셨나요?
저도 꼭 한번은 해보고 싶네요^^

네. 좋은 경험을 했어요.
배심원들끼리 의견을 모으고 토론을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아무래도 유,무죄를 논하는 거다보니 신중하게 되더라구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스팀까지 해주시고 넘 감사드려요.^^

좋은 경험을 하셨네요ㅎㅎ
저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네. 좋은 경험을 했어요.
blackyo님도 기회가 되셔서 참여 하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도가 신설될 때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진 기회가 오지 않더라구요.
의미있는 참여 하고 오셨네요!! : )

네. 제가 생각해도 의미 있는 경험을 한 것 같아요.
트리님도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아...저도 해보고 싶네요!!!!

고추참치님도 기회가 닿으셔서 꼭 하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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