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소화 시리즈-06-한필교 수사록 권2 유상수필(遊賞隨筆)
연행소화 시리즈-06-한필교 수사록 권2 유상수필(遊賞隨筆)
○ 백일원에서의 말달리기 공연
○백일원(百一院) 【의주(義州)】
원(院)은 성 남문밖 반 리 못 미친 곳에 있다. 큰 들과 바로 임해 있으니, 앞에는 교장(敎場)이어서 현판에 크게 “만하세병(挽河洗兵)” 네 글자가 쓰여 있고, 또 작은 편액은 “청계헌(聽計軒)”이라고 하였으니, 정종(正宗) 정유년(1777, 정조1)에 방백 서명응이 지으신 바이고, 계해년(1803, 순조3) 그 아들인 서유구가 의주 부윤〔灣尹〕으로서 다시 고친 것이다.
부윤께서는 무사 중에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하는 자 다섯 사람을 뽑아서 치마회(馳馬會)를 열었는데, 누대 아래 좌우로 깃발〔旗幟〕을 죽 늘여 세우고 북을 울리고 피리를 불면 무사 등이 각기 군복을 갖추고 말을 빨리 달리고 혹 쌍검무(雙劍舞)를 하거나 월도(月刀)를 쓰고 장창(長槍)을 사용하기도 하며 전쟁터에 나서는 형세를 취하였다. 집사(執事) 한 사람이 난간머리에 서서 높은 소리로 찌〔栍〕를 부르면 조금 있다가 기생 넷이서 몸에는 비단〔錦緞〕으로 된 군복을 입고 머리엔 운월(雲月)전립(氈笠 옛 군대에서 갖추어 쓰던 갓)을 쓰고, 목에는 밀화패영(蜜花貝纓 밀화 구슬을 꿰어 단 갓끈)을 늘어뜨리고, 팔에는 눈처럼 흰 깁 한삼을 걸치고 말 달리며 앞다투어 나왔는데 손에는 재갈을 쥐지 않고 북과 뿔피리 소리에 따라서 내달리며 진퇴(進退)하는 것이 별도 같고 번개와도 같았다. 붉은 장식과 푸른 옷소매가 섞여서 한 덩어리가 되고 백여 보를 다해서야 그쳤는데, 한 기생이 홀연 말에서 떨어지자 들을 둘러싸고 보던 사람들이 다 일제히 소리 지르며 놀라고 애석해하였다. 기생이 갑자기 일어나서 다시 말에 타서 달리며 좌우를 두루 도는데 안색이 그대로였다. 사람들이 이에 감탄하며 뛰어나다 칭찬하였다. 대개 서쪽 지방은 변방 근처라, 활 쏘고 말 타기에 익숙하다. 그러므로 이자들도 또한 그러하다. 그 네 기생은 곧 채봉(綵鳳), 옥향(玉香), 벽선향(碧仙香)이고, 떨어진 자는 옥도(玉桃)라고 하는데, 모두 나이가 19세 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징을 치고〔鳴金〕 끝이 나자, 부윤께서 집사로 하여금 그 잘하고 못함을 정하게 하여 이름을 불러 상을 주셨다. 이에 징과 북소리가 함께 울리며 호드기〔笳角〕 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리고, 이윽고 많은 무사들을 정하(庭下)에 불러 세워서 명하기를, “너희들의 오늘 놀이는 즐겁다 할 만하다. 만약 남은 흥을 다하지 못했다면 각기 그 재주를 한번 보이고 물러가라.” 하였다. 무사 중에 강황(姜璜)이라는 자가 그 소리에 응해 대답하여 말하기를, “외람되이 기사(騎射)라는 작은 재주로 상을 받게 되어 이미 영광스럽고 또 감사드리오나 단 다른 재주로 웃겨드릴 수는 없으니 원컨대, 여러 기생 중에 뜻에 맞는 자를 택하여 등에 지고 물러났으면 합니다.” 하였다. 말이 마치지도 않았는데 여러 기생들이 모두 질려서 도망을 갔다. 부윤께서 다시 네 기생을 불러 강황에게 스스로 택하게 하셨으니 강이 흘깃흘깃 보기를 매우 오래 하다가 갑자기 기생 무리로 들어가서 옥도를 들쳐 업고 나가면서 펄쩍펄쩍 뛰며 길게 노래하기를, “오늘이 무슨 날인지, 미인 하나를 얻었구나.” 하였다. 보던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고, 옥도가 강황을 향하여 나리〔爺爺〕라 부르는 소리가 계속하여 끊어지지 않았다. 부윤이 이에 술을 내려 함께 마시게 하니, 옥도가 왼손으로는 잔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병을 기울여 술잔을 가득 채워 권하며 말하길, “나리께서 진탕 취하시길 바랍니다.” 하였더니 모든 사람이 포복절도하여 웃음소리가 들을 울렸다.
[주-D001] 교장(敎場) :
군사 훈련 또는 군사 교육을 위한 시설을 갖추어 놓은 곳이다.
[주-D002] 만하세병(挽河洗兵) :
은하수를 끌어와서 병장기를 씻는다는 말이다. 두보(杜甫)의 〈세병행(洗兵行)〉에 “어찌하면 장사로 하여금 은하수 끌어와서, 갑병을 깨끗이 씻어 영원히 쓰지 않게 할꼬.[安得壯士挽天河, 淨洗甲兵長不用.]”라고 하였다.
[주-D003] 찌〔栍〕 :
무엇을 표시하거나 적어서 붙이는 작은 종이쪽지, 혹은 제비를 지칭한다. 작은 쪽지나 제비를 뽑아 다음 순서의 공연자를 부른 것을 묘사한 듯하다.
[주-D004] 징을 치고〔鳴金〕 :
징을 치는 것은 고대 전쟁에서 진격이나 퇴각을 알리는 신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