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
20대들이 박근혜 대표를 일컬어 유신공주 운운하는 걸 들으면서 나도 유신을 잘 모르는데 쟤들은 유신을 어떻게 상상하고 저런 표현을 쓰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었다. 뭐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봐야 알겠냐마는, 사실 유신이란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내 또래나 그 이후 세대가 실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1973년 5월 13일 근엄하게 발표된 긴급조치의 결정판, 마치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처럼 유신 독재의 열정(?)과 혼(?)이 담긴 걸작품 긴급조치 9호를 읽으면 조금은 그 시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물론 그래봐야 접시물에 손가락 담그는 정도겠지만.
긴급조치 9호
①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유언비어는 고사하고 허위 사실도 아닌 사실의 '왜곡'도 금지)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 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다.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예외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 관여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②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중략
⑤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 위반자·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명령이나 조치를 할 수 있다.
가. 대표자나 장에 대한, 소속 임직원·교직원 또는 학생의 해임이나 제적의 명령
나.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다. 방송·보도·제작·판매 또는 배포의 금지 조치
라. 휴업·휴교·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마. 승인·등록·인가·허가 또는 면허의 취소 조치
⑥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은 이 조치에 저촉되더라도 처벌되지 아니한다. 다만 그 발언을 방송·보도·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한 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⑦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⑧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
(중략)
⑪ 이 조치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주무부장관이 정한다.
⑫ 국방부 장관은 서울특별시장, 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부터 치안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출동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이에 응하여 지원할 수 있다.
⑬ 이 조치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⑭ 이 조치는 1975년 5월 13일 15시부터 시행한다
그러니까 유신 헌법에 대한 ‘비방’조차 금지되며, 이 조치를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구속, 압수 수색될 수 있으며, 국회의원도 국회에서 뭐라 하는 것까진 봐 주겠는데 이걸 언론에 대고 떠들면 똑같이 취급되며, 계엄도 아닌데 시장과 도지사가 군 병력을 부르면 달려갈 수 있으며, 이 조치에 따른 장관의 명령은 사법적 심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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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요즘으로 따지면 카자흐스탄이나 이름도 들먹이기 어려운 아프리카쯤의 어느 나라 정도는 되어야 감히 견줄만한 독재의 걸작품이다. 새마을 운동이 전 세계 몇 개국에 수출되었는지는 모르나 이 긴급조치 9호 역시 그 이상의 수의 나라에 수출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절 퍼스트 레이디 노릇을 하던 영애께서는 대통령까지 해 드시다가 지금은 감옥 생활 중이시다. . 이 무렵의 에피소드로 이런 게 있다.
큰딸이 시집 갈 생각을 안하는 것에 마음이 아프셨던 각하는 누군가에게 큰딸에게 선 좀 봐 보라고 권유하도록 했는데 각하의 채근으로 영애에게 결혼 얘기를 꺼낸 이는 "왜 저를 청와대에서 쫓아내시려는 겁니까."라는 분노의 반문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는.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가 대한민국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