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서울시장 지망자에게
우상호 서울시장 지망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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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화 안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영양가없는 불뚝밸 안세우기로 했구요. 그런데 모든 결심에는 시험이 따르는 법이죠. 40일 굶고 광야에서 나온 예수 앞에 마귀가 나타난 건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결심을 무너뜨리려는 약한 고리를 건드리는 거죠. 뱃가죽이 등에 늘러붙을 지경인데 돌을 내밀면서 빵으로 만들어 봐라는 식의. 뭐 저는 예수도 아니고 그 비슷한 처지도 아니지만 그래도 시험은 항상 비슷합니다. 사람들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는 거죠. 시점과 사황에 따라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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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상호 의원님께 험악한 욕설을 퍼부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지자체 선거 때였죠. 이때 경기도에서 당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와 민주당 (당명은 기억 안나는데 하여간 그 부류) 유시민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뒤, 우상호 의원이 이렇게 얘기했을 때였죠. “..... 단일화는 수도권 선거에 있어 대역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로써 사실상 서울도 범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민주당은 노회찬 후보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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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있던 노회찬 후보도 단일화에 합류하라는 요설이었습니다. 하지만 노회찬은 요즘 별안간 노회찬 예찬자가 돼 있는 현 여당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끝까지 완주해서 있는 욕 없는 욕을 모두 들어먹었습니다. 당시 한명숙 후보가 낙선했으니까요, 요즘 어린애 티를 다 내고 있는 오세훈한테 뒤져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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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절대로 노회찬 탓이 아니었지만 욕을 먹은 건 노회찬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났었죠. 노회찬더러 양보하라고 강요하던 당신에게 말입니다. 그래서 “이 시러베 자식아.” 하는 무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미안하진 않지만 욕설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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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직접 서울 시장 나오신다구요.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건승을 기원하면서 또 한 번 더럭 걸리는 게 있군요. 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입장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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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히 밝힐 이유는 없겠지만 저는 요즘 언성을 높이는 ‘페미니스트’들과는 그다지 친밀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가끔 부리는 억지에 넌더리를 내며 그들이 강조하는 ‘젠더 감수성’이란 80년대 풍미했던 단어 ‘계급 의식’처럼 자의적인 만병통치 개념이라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즉 그들의 입장에 필요 이상으로 동조하거나 그들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손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거죠. 그런데 우상호 시장 지망자님의 글을 보면서는 경악했습니다. 그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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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을 잃은 페미니스트들이 남자 혐오에 가까운 망동을 벌이고 2차가해다 뭐다 자신들의 논리를 강요하면서 들어야 할 말과 말할 권리를 차단하는 것과는 별도로,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극도로 폭력적이었다는 사실, 특히 연륜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스스럼없이, 그리고 자기들 딴에는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여성들에게 깊은 상처와 수치를 주어 왔던 것을 부인할 도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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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헌신해 온 성직자가 난데없이 성추행을 범한 사실이 엄존하고, 방송사 사장 물망에 올랐을 만큼 신망 있던 기자가 지하철에서 낯부끄러운 사진을 찍다가 적발된 기억도 생생하고, 대통령을 바라보던 이가 이 여자 저 여자 자신의 수컷 놀음을 발산하고 다녔던 것 우리는 모두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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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 박원순 시장의 삶을 존경합니다. 그만큼의 삶을 살아낸 사람은 우리 현대사에서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도 호소하지 못하고 누구도 대리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을 그는 들어 주었고, 자신이 짊어졌고,그 무게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구멍의 지름을 넓혔습니다. 그래서 그의 사망 후 조문조차 않겠다고 굳이 밝히고 나섰던 정의당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용서하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안 가면 되는 것인데 그걸 굳이 떠들어 이유는 없다고 봤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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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박원순도 사람이었습니다. 범죄할 수 있고, 말이 안되는 짓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죠. 그건 ‘한국 남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를 노래하는 건 어느 민족 어느 피부색 어느 성별에게도 상시적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박원순도 ‘그럴 수’ 있습니다. 세상에 ‘그럴 수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녀불문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하는 명제는 그만큼 허약하고 앙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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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얘기를 입밖에 내면 안됩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자그마치 서울시장에 나서는 사람의 입으로, 그리고 뜻밖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불러온 사건에 대해 단언하는 것은 ‘그럴 리가 없는’ 일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그의 발밑을 허무는, 그리고 쓰러진 얼굴 위에 흙을 덮는 삽질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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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고 박원순 시장이 평생 몸바쳐 온 노력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고인은 우상호 시장 지망자님같이 말하는 사람들과 싸워 왔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분처럼 훌륭하신 분이 무슨 그런 일을!” “이 정도가 무슨 문제가 될만한 행동이란 말인가.” 등등의 멘트와 격렬하고 치열하게 싸워 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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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그저 사람이기에...... 판단력이 흐려졌든 권력에 취했든 자제력을 잃었든 일탈적 행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법부와 인권위원회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박원순 시장을 우리가 역사적으로, 또 교훈적으로 파악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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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질풍노도같은 현대사 앞에서 강철같이 맞서고 새로운 세상을 열었던 사람이면서 동시에 연약하고 흔들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아픔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걸 부인하는 것은 결국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고 고인은 결코 그를 원치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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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수용하고 극복될 때 그 의미가 극대화됩니다. 비극의 원인과 결과를 부정하고 내용을 부인할 때 비극은 희극이 됩니다. 비장함은 놀림감이 되고 비애는 비아냥의 대상이 되며 비통함의 표현은 비웃음의 일그러짐으로 귀결되게 마련입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삶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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