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박사 부자 이야기

in #kr3 years ago

갈라진 하늘을 이은 쇠찌르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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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역사든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 현대사는 어디에 내놔도 초라하지 않은 사연의 보고(寶庫)라 할만합니다. 망국과 독립투쟁, 식민지의 암흑을 거쳐 20세기에서 손꼽히는 파괴적인 전쟁, 그것도 국제전의 무대가 됐고 이후 사상 유례없이 중무장한 분단과 대립으로 솟은 산맥 사이로 민주화투쟁의 장강까지 흐르니 얼마나 영화 같은 사연들이 지천으로 굴러다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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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소설책이 몇 권이다."는 분들 대부분에게 그 얘기는 결코 농담이 아님을 압니다. 앞집의 깐깐한 할아버지도, 노인정에서 소일하는 평범한 할머니도 그 인생을 훑어 보면 그야말로 세계사적인 경험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그 무게 속에 짓눌려 버린 개인들의 삶이 새어나오는 풍경을 간단히 목격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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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늙은 보안과 형사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들었던 이야기. 즉 한 여자와 세 남편의 이야기는 아마도 한국에서만 생겨날 수 있는 독보적인 사연이었습니다. 남편과 자식을 두고 탈북한 여성. 중국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가던 중 북한의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고 조선족 남자와 결혼을 하고 새출발을 합니다. 그런데 이 조선족 남자가 무슨 일로 공안에 잡혀가면서 혼자 남게 되자 한국으로 갈 결심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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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정착해서 살아가던 중 하나원 동기와 눈이 맞아 살림을 차렸고 알콩달콩 살아가는데 하루는 난리가 났습니다. 이 탈북녀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형사에게 다급한 연락이 왔죠. "큰일났슴다. 이 자칫하문 사람 하나 죽는 거 일도 아이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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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가 놀라 달려가보니 여자는 울고 있고 남자 셋이 악을 쓰며 뒤엉켜 있었습니다. 세 명 모두 여자의 남편임을 자임하는 사람들이었죠. 북한에 남았던 남편이 탈북을 했고 조선족 남편도 한국에 일하러 들어와 옛 아내의 발자취를 추적해 한 자리에서 만났던 겁니다. 누구의 탓이라고 하기는 뭐한, 그저 역사가 죄고 시대가 책임져야 기구한 사연일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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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갈라진 가족 가운데 조류학자 부자(父子)가 있었습니다. 원홍구 원병오 부자였죠. 둘 다 조류학계의 태두로서 남 아버지는 북에 남았고 아들은 남에 내려왔지만 남과 북 모두에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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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둘은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았습니다. 만남은 커녕 연락조차도 금단의 영역이었던 분단 시대, 그들이 이어질 길은 전혀 없었죠. 그런데 기적처럼 그들이 평생 연구한 새가 그들의 만남을 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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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를 연구하던 아들이 쇠찌르레기라는 새에 고리를 달아 날렸는데 그 고리를 단 새가 북한에서 발견됐습니다. 그 고리에는 일본 농림성 마크가 붙어 있었고 쇠찌르레기가 일본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알고 있던 북한의 조류학자는 일본에 이 사정을 문의합니다. 일본에서는 해당 고리는 서울의 원병오 교수가 단 것이라고 답을 주었죠. 이 사실을 안 북한의 조류학자는 한없이 울었을 겁니다. 그는 원병오의 아버지 원홍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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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사연을 짤막하게 영상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끝까지 보아 주시고 나오는 노래도 한 번 흥얼거려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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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원홍구 박사의 가족사진입니다. 막내 원병오 교수는 가운데 꼬마라고 합니다. 이 사진 역시 사연이 있습니다. 아들들은 허겁지겁 남하하느라 사진 같은 걸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아이를 안고 있는 찬모를 만났는데 그녀가 이 사진을 갖고 있어 돌려받았다고 합니다...... 남북을 잇는 유일한 가족사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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