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있었던 몇 가지 일들

in #kr3 years ago

3월 29일 오늘의 역사 어리석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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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오늘 영하 4~50도의 남극 대륙, 무인지경의 설원에 세워진 허술한 천막 안에서 한 영국인 남자가 꽁꽁 언 손을 움직여 힘겹게 뭔가를 적고 있었습니다. 그가 3월 29일 날짜로 마지막 쓴 글은 이것이었습니다. “For God’s sake look after our people.” 신께서 우리 가족들을 돌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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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이름은 로버트 팰콘 스코트. 비운의 남극 탐험가였습니다. 아문센과의 남극점 경쟁에서 패했으되 영국 신사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죽어간 사람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BBC 선정 20세기 위대한 영국인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죠. 하지만 조금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남극의 추위에 앞서 지나친 오만이었습니다. 설상차가 고장나고 조랑말이 얼어죽는 상황에서 사람의 힘으로 장비를 끌면서 남극점으로 진군하는 어리석은 용기를 발휘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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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남극점에 도달한 아문센이 스코트를 염려해 장비와 식량을 남겼으나 그조차 알랑한 자존심 때문에 챙기지 않고 다시 걸어서 돌아오다가 모두 동사하고 말았습니다. 영국인들은 처음에는 이름도 꺼내지 않다가 그의 일기가 발견되고 나름 비장한 마지막이 공개되자 “개를 잡아먹으며” 남극점을 정복한 아문젠을 깎아내리고 스코트를 추켜세웠고 ‘비운의 신사’ 탐험가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실 남극의 영국 기지 근처를 방문한 아문젠을 영국 영토 침입 혐의로 잡아가두는 꼼수까지 고민했던 스코트인데 말이죠.
스코트는 분명 위대한 탐험가이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사람이기는 합니다 동시에 위대하게 어리석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아문센의 충고대로 만주 조랑말 대신 개만 썼어도 충분히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최신 방한복보다 이누이트 옷이 더 극한 추위에 적합하다는 것을 뒤늦에 깨달았습니다만 그래도 아문제이 남기고 간 방한복에 손대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인간의 위대함 뿐 아니라 어리석음도 여과없이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죠. 3월 29일 오늘의 화두는 어리석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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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있었던 어리석은 일들, 어리석음과 싸운 사람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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