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의 일편단심 민들레

in #kr3 years ago

이산가족의 일편단심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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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로 사망한 말썽 많은 감독 김기덕 말고, 60년대 한국 영화계를 풍미한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죠. 신영균, 남궁원, 최무룡, 엄앵란 등 당대의 슈퍼스타들이 나선 이 영화는 한국 전쟁을 다룬 영화 가운데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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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전쟁의 포화가 불을 뿜던 어느 날 한 북한군 장교가 남쪽으로 귀순해 옵니다. 북한군 장교는 정보를 캐내려는 한국군 장교에게 한 장의 사진을 내밉니다. 남쪽으로 내려간 아내의 사진이었죠. 아내는 결코 재혼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녀를 앞에 데려다 놔야 정보를 내놓겠다고 버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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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북한군 장교가 그렇게 믿고 있던 아내는 이미 공교롭게도 귀순한 부대 중대장의 아내가 돼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연을 거쳐 북한군 장교는 아내를 만나지만 이미 남의 아내가 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마음에서 지울 것을 결심하게 되죠, 한편 아내의 남쪽 남편, 즉 한국군 중대장은 목숨을 걸고 사랑을 찾아온 북한군 장교에게 아내를 돌려 주겠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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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두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는 서럽게 울 뿐이었구요. 분단과 전쟁이 가져다 준 비극 속에서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남한 중대장은 전투에 자원, 전사하고 북한의 남자 또한 죽음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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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제곡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였습니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같이 이 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나하고 강가에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영화의 줄거리를 떠올리며 노래를 다시 흥얼거려 보면 그 느낌이 새삼 차오릅니다. 분단이 낳은 애달픈 사랑과 이별, 잔인한 운명의 장난질을 잘 그려낸 노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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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이 노래는 1983년 이산가족찾기생방송 당시 주제가로 쓰여져 그야말로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우리가 들었던 노래를 부른 이는 1964년 당시의 곽순옥이 아니라 패티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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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김 특유의 끈적끈적하고 호소력있는 목소리에 실린 이 노래는 수백만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죠. “어디서 살았어요?”에서 시작해 “맞아맞아”를 거쳐 “아이고 아무개야.”로 이어지던 그 드라마같은 현실 장면에서 이 노래가 깔리기 시작하면 울지 않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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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사람을....>이 너무 도배된다 싶었던지 또 다른 노래 하나가 이산가족찾기생방송 와중에 등장합니다. 설운도의 출세작 <잃어버린 30년>이었지요. 이 노래는 발표 후 최단 시간 히트한 노래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합니다 (설운도 본인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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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할 때도 요즘은 워낙 장비가 좋지만, 그때는 노래하다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 녹음실에서 6시간 동안 부르고 기진맥진해 있는데 사람들이 빨리 녹음해서 방송국에 가져다줘야 하지 않나. 시간이 없으니 대충하라고 하길래 욕심이 생겨서 한 번만 더 하게 해달라 해서 마지막으로 부른 게 '잃어버린 30년'이었다.” 갓 녹음한 따끈따끈한 테이프가 방송사로 급송됐고 이 노래는 역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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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산가족들과 관련된 노래 가운데 <일편단심 민들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6.25 때 남편이 납북된 후 아이들을 혼자 길러냈고 납북된 남편의 뜻을 기려 장학 기금까지 조성했던 한 할머니였습니다. 그 자서전을 보고 감동한 조용필이 먼저 연락을 해 노래를 만들어 보겠다는 뜻을 전했고 그에 응하여 쓴 가사가 <일편단심 민들레야>였던 겁니다. 노래 가사를 되짚어 보면 이 가사에 목이 걸리게 되죠. “그 여름 어인 광풍 그 여름 어인 광풍/ 낙엽 지듯 가시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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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저는 1985년 9월 이맘때가 떠오릅니다. 남한 내의 이산가족 상봉과는 또 다른 느낌과 사연들을 접할 수 있었던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때였죠. 그리고 <일편단심 민들레야>의 사연도 여기 섞여 있습니다..... 일감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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