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등록문화재 관련 개인적 정리

in #kr5 years ago

목포 등록문화재 관련 개인적 정리

존경하는 전우용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하다가 덜커덕 발이 걸려 넘어졌다. 다음의 말씀은 매우 맥락이 맞지 않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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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로 지정되는 건 그린벨트로 지정되는 것보다 재산권 행사에 더 제약 조건이 많다. 자기 건물이 있는 동네를 그린벨트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부동산 투기꾼이 세상에 어디 있나? 이미 지정된 곳에 건물을 산 뒤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를 본 적이 있나? 나도 문화재 위원 등으로 문화재 행정에 오래 관여한 사람이지만, ‘부동산 문화재 투기’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그런 투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도시의 역사가 무참하게 사라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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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짓기 위해 땅 파는데 백제 궁성터가 발견된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냥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에 따르면 각종 공사를 하다 유적이나 유물이 발견되면 해당 시공사가 발굴 비용을 지불하도록 돼 있다. 당연히 공사가 중단되고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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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개발업자나 주민들이 학자들을 감금하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국가가 문화재에 대한 보상과 책임발굴을 하지 않고 민간에 미뤄 버린 탓이다. 사정이 이러니 백제 5백년 도읍지의 유적 거개는 풍납동이나 몽촌토성 근처 지하 주차장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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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보다 더한 재산권 행사 제약"은 이런 분야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이런 건들은 '등록문화재'가 아니다. 이번에 손혜원 의원 관련하여 뜨거운 현안이 된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한 것"들이다. 의무사항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때려부수는 것 외에 리모델링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국고로부터 지원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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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히 보존하기 싫으면 등록문화재 취소를 신청해 버리면 된다. 실제로 등록문화재 는 심심찮게 없어져 버리기도 한다. 철거나 개발을 금하는 법령도 없다. 단지 '신고'만 요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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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려는 자는 변경하려는 날의 30일 전까지 관할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14. 1. 28.>

  1. 해당 문화재(동산에 속하는 문화재는 제외한다)의 외관을 변경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2. 해당 문화재(동산에 속하는 문화재는 제외한다)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철거하는 행위
  3.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를 수리하거나 보존처리하는 행위
    (문화재관리법 5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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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문화재 투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지만 기실 서울 북촌에서나 전주 한옥 마을에서나 문화재 투기(?) 비슷한 일이 꽤 벌어졌다. 멀쩡한 집 때려부수고 한옥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계획이 공표되기 전 그 동네 집 쌀 때 사 두라는 귀띔이 난무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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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손혜원 의원 건을 보면서 별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 동네를 몇 번 가 보았기 때문이다. 타임머신 타고 온 듯한 고색창연, 그러나 인적은 사라진 영화 세트장같이 퇴락했던 그 동네가 등록문화재가 되면 오히려 그 동네에 유익한 일일 것이고, 문화재에 관심 많다는 손혜원 의원이고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집이 몇 채가 됐건 그 집들 사서 재미를 본다는 건 상당히 무망한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싶기도 했다. 그 동네가 어떻게든 '뜰 수 있다'고는 지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 부동산 안목은 빵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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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손혜원 의원이 문화재 정책을 전담하는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이기에 문제를 지적하는 것 자체가 악의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등록문화재를 신청한다고 해서 다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고, 손혜원 의원은 등록문화재 선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즉 자신이 소유하고 친척과 지인들이 자신의 영향력 하에서 구입한 건물들을 등록문화재로 만들 수 있을만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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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어느 오래된 골목을 눈여겨본 어느 자한당 의원이 그 골목에 자기 자식들과 조카들과 보좌관을 동원해서 집들을 사들였는데 이것이 얼마 뒤 등록문화재가 됐다면 당연히 그 선정 과정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도 스러져 가는 옛 풍경에 관심이 많고 피난민들로 급성장한 부산의 역사를 기념하여 '피난민의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선의를 지녔을 것이고 사재를 털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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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보도에서 집이 몇 채고, 차명이고 하는 말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핵심은 투기냐 투기가 아니냐가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이 관여한 공적 업무와 사적 이해를 어떻게 조화(?)시켰는지, 충돌은 없었는지, 자신의 사적 이해를 위해 공적 업무를 동원한 사실은 없는지 그것이 궁금했을 뿐이다. 그 대목에서의 보도는 좀 미진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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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으로서 사적 이해를 공적 업무에 활용했다는 것이 '추론'일 뿐이고, '의심'에 그치는 이상 나는 손혜원 의원을 투기꾼으로 비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의혹을 표현하고 사실을 밝혀 보자고 주장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SBS에 쏟아지는 비난들 중 상당수가 부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보도 내용이 부족하거나 헛다리를 짚을 수 있을망정 악의적인 보도라는 낙인은 곤란하다. 그리고 비난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어긋나 있다. 위 전우용 선생님의 오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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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식구라고 뭐 옹호하냐 하는 말씀하지 마시기 바란다. 옹호할 일도 없고, 그럴 가치도 없다.단지 사실은 이렇고,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이러할 뿐이다. 핵심을 가지고 싸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밤새 싸우고 보니 빗자루더라는 도깨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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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사실관계가 충분하게 밝혀지지 않았기에 '투기'로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투기로 보이고 '선의'로 보는 사람에게는 선의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럴 때 언론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더 치밀하게 조사를 해줬으면 하는데 너무 이익쪽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자극적인 기사를 내서 아쉽네요.

언론은 의혹 제기의 권리가 있으니..... 첫 보도를 뭐라 할 것은 없는데... 좀 프레임을 잘못 잡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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