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ria 의 영화리뷰 #스턱 인 러브(Stuck In Love, 2012)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

in #kr7 years ago (edited)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삶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꿈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가장 소중한 것이죠. 이렇게 삶의 우선순위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여기 이 가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조금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 영화 <스턱 인 러브>입니다.

[가족물의 핵심은 캐릭터!]

영화 속 인물들의 첫 등장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애인이 있는 또래 여자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누나는 처음 만난 남자에게 다짜고짜 원나잇을 제안하고, 이혼한 아내와 다른 남자가 서로 관계를 갖는 것을 훔쳐보고 있죠. 이들은 모두 한 가정의 가족입니다. 이 영화가 이렇게 다짜고짜 인물들을 제시하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네마의 세계에는 가족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영화들 사이에서 관객을 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캐릭터’에서 차별을 두어야 합니다. 가족이 등장하는 수많은 주말드라마가 지금까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그 안에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재기발랄한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족을 소재로 한 창작물에서는 특징 있는 인물들이 등장해야 합니다. 이 때 인물의 인상은 주로 그의 첫 등장 씬에서 결정됩니다.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한 느낌을 정할 때 주로 첫인상을 통해 결정짓곤 하죠.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첫인상을 주는 인물의 첫 등장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확실히 어필해두어야 러닝타임 동안 관객이 영화의 흐름에 더욱 집중하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상처에 대응하는 방법]

가족들에게는 모두 사랑에, 또는 사람에 관한 상처가 있습니다. 그들이 상처에 대응하는 방법들은 각자 다르죠. 먼저 아빠의 대응 방법은 ‘체념과 포기’입니다. 아빠에게 더 이상 사랑에 대한 열정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오직 성욕을 풀 용도로 특정 파트너를 만나는 것 외에 다른 사랑은 시도조차 하지 않죠. 그렇다면 러스티의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의 상처는 아직 아빠와 누나만큼 깊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방법을 택하죠.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누나 샘의 대응 방법입니다. 샘은 이미 과거에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죠. 그녀는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아무에게도 기대를 걸지 않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첫 등장에서 그녀는 자신을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자에게 그냥 바로 자러 가자고 말했습니다. 샘의 삶에 더 이상 진실 된 사랑이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아예 포기하고 살기에는 그 외로움의 무게를 견딜 자신이 없었죠. 그래서 샘은 결국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진실한 마음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스스로와 타협을 본 것입니다.
상처를 받는 게 두려운 사람은 마음을 열지 않고 언제나 강한 척을 하죠. 그들에게 진심을 내보이는 것만큼 겁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다가오는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마침내 마음의 벽은 허물어집니다.

[이별을 결심하게 하는 말]

이혼한 아내, 즉 엄마를 우연히 만났을 때 아빠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엔 잘될 줄 알았어.” 사랑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말로 인해 이별을 결심합니다. 준비하는 사업이 늘 망하는 남편은 새로운 사업을 벌이려 하며 아내에게 ‘이번엔 잘될 것 같아’라고 말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 싸우던 권태기 커플, 결국 한 쪽에서 이별을 말하고 이별을 당한 이는 그를 잡으며 말합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이번에는 잘할 수 있다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 결국 지치게 마련이죠. 견디다 못한 그들은 결국 이별을 얘기하고 맙니다.
무언가에 간절한 사람들의 눈에는 현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지금 내가 원하는 이것을 해내는 일에만 쏠려 있죠. 그래서 당장의 이별을 막기 위해, 지금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상대에게 기회를 부탁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마침내 관계가 깨지고 말죠. 이렇게 ‘이번에는 자신 있다’는 말은 사랑하는 상대가 그를 떠나기로 다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책’을 선물한다는 것의 의미]

성탄절에 러스티는 여자 친구 케이트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티븐 킹의 < It >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샘은 그녀를 진심으로 대해준 남자 루에게 자신이 직접 쓴 책을 선물하죠. 일반적으로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러스티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그 사람이 읽는 책은 그 사람을 표현해주죠. 한 사람에 대해 알려면 그 사람의 서재를 보면 된다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그 사람이 보는 책이 곧 그 사람의 가치관을 드러내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특히 샘과 러스티처럼 글을 쓰는 사람 같은 경우 이렇게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책을 남에게 보이기를 꺼려합니다. 그러나 러스티는 기꺼이 케이트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을 선물합니다. 이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보았으면 해서가 아닙니다.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는 즉 ‘나에 대해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샘의 책은 어떤 의미일까요? 샘의 선물은 러스티보다 좀 더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준 것은 자신이 ‘직접 쓴’ 책이기 때문이죠. 앞에서 말했듯이 샘은 남에게 쉽게 자신을 내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에게는 무려 자신의 책을 선물했습니다. ‘읽는 책’이 그 사람의 가치관을 뜻한다면 ‘직접 쓴 책’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뜻합니다. 그렇습니다. 샘은 루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고 그에게 자신의 내면과 가치관을 보여줄 완벽한 준비가 된 것입니다.

[변화를 결심하기 시작한 이들]

아빠는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과 정보를 올리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상대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샘은 처음에는 좋아하는 책을 묻는 루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으나. 점차 그에게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해 묻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변화를 결심합니다. 아빠는 엄마가 자신을 떠난 이유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매력적이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결코 그를 무시한 것이 아니고, 그녀에게 그는 아직도 멋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더 이상 무기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다시 활기찬 삶을 살기를 결심한 것입니다.
샘 역시 비슷했습니다. 루를 만나면서 그녀는 모든 남자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 마음을 열고 완전히 빠져들게 되죠. 그렇게 그녀의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음악은 곧 감정의 또 다른 표현]

이 영화에는 중간 중간 다양한 음악이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음악이 사용되는 용도는 다양하지만 이 영화 속 음악은 그 중에서도 인물의 감정을 다르게 표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루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라며 샘에게 들려준 노래의 가사는 샘의 상처를 위로해줍니다. 직접적인 말로 ‘넌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감동이 덜하죠. 이렇게 음악으로 간접적인 마음을 전하는 순간, 상대의 마음은 완전히 녹아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샘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 것이죠.
25년만에 데이트를 하는 아빠, 그 순간 이런 가사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전쟁 영화를 함께 보자, 내 끈을 묶어주겠니” 이제야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할 마음이 생긴 그의 심정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렇듯 영화에 나오는 음악은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감정을 움직이는 그 순간이 있다]

영화에는 인물들의 상황이 변화했음을 한 번에 나타내는 그 ‘순간’이 있습니다. 이것이 적절하게 쓰였을 때,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는 샘과 아빠 윌리엄의 서사에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샘이 루가 추천해준 음악을 들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그간의 모든 감정이 터져 나옵니다.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가사를 듣고 엉엉 울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간 그녀가 애써 감추던 상처, 그리고 그것을 위해 꾹꾹 눌러 담았던 진심들, 자신을 알아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까지. 그저 가사 하나에 이토록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그녀의 마음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입니다.
반면 아빠의 장면은 잠시 한 눈을 팔면 못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바로 아빠가 창문을 통해 과거 그의 저서를 읽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장면입니다. 꼭 마음의 앙금을 풀고 재혼을 하지 않아도, 지금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대사로 전달하지 않아도 이렇게 한 장면을 통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죠. 이렇듯 영화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이 ‘순간’은 전체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미움보다 큰 건 그리움]

샘은 엄마와 함께 지내지만 늘 그녀에게 차갑게 대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책이 출판된다는 소식조차 알리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아빠에게 샘이,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 말해주었던 책을 서재에서 훔쳐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말하죠. 그것에서 당신의 흔적을 찾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자식들에게 가족은 ‘사랑’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면 그 사랑이 깨지고 말죠. 그리고 사랑을 깬 사람은 결국 ‘미움’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이 미움의 바탕에는 다른 감정이 깔려있습니다. 바로 과거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샘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항상 엄마와 아빠가 다정하게 지내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미움으로 덮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리워하는 마음은 자꾸만 커졌고, 그와 동시에 미움도 함께 커져 갔습니다. 샘은 자라나는 그리움을 무시하고 계속 엄마에 대한 미움만을 생각했지만 결국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흔적을 통해 사랑의 대상인 ‘그 시절의 엄마’를 이해해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현실에 대하여]

영화 속에서 러스티, 윌리엄, 샘은 모두 각자 현실에 대해 다른 입장에 서 있습니다. 윌리엄은 현실을 이미 경험했고, 샘은 현실에 굴복했고, 러스티는 아직 현실을 겪지 않았죠. 여기서 이들의 현실을 결정하는 요소는 ‘글’입니다. 가족은 모두 글과 관련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윌리엄은 이미 작품을 낸 적이 있는 작가이고, 샘은 당장 출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스티는 아직 미숙하지만 작가지망생이죠. 샘이 현실에 맞닥뜨리기 전에 러스티 가족은 물심양면으로 그녀를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샘이 출판한 책은 가족들과 머리를 맞대고 쓴 글이 아닌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이었죠. 그녀가 쓰면서 즐거움을 느꼈던 지난 글은 출판사, 즉 현실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상 속에 있을 때는 마냥 즐겁습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에 차서 꿈을 이룰 날을 기다리며 부푼 마음을 안고 살아가죠. 그러나 현실을 알고 난 후에는 세상은 생각 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윌리엄처럼 외면하거나, 샘처럼 굴복하거나. 그러나 단어를 좀 바꿔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윌리엄이 현실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잠시 현실을 피해 ‘휴식’을 취한 것이라면, 샘이 현실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관점에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낸 거라면? 현실은 이상과 다릅니다. 그러나 높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죠. 가끔은 내 눈높이에 맞는, 나무와 건물들을 바라보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너무 큰 꿈을 품고 살면 그 꿈에 짓눌려 나 자신을 잃게 되는 법입니다. 비가 내린다고 해서, 무작정 비를 피해 숨거나 집안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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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릴리 콜린스가 나오는군요! 오늘 옥자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안나오더군요 ㅠ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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