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우와 살생, 그리고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어제는 친구들과 술을 한 잔 했다.
안주로 산새우를 먹었다.
산새우는 산에 사는 새우가 아니라 살아있는 새우를 말한다.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순간까지 새우가 살아서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나는 산새우를 처음 먹어본다.
처음 그걸 보고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저걸 어떻게 먹을까?'였다.
다행히 한 친구가 앞장 서서 모범을 보였기에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 있었다.
양손으로 새우를 잡고 모가지를 꺾어버리면 된다.
어떤 친구는 자기는 새우가 불쌍해서 못 죽이겠다며 산새우를 먹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새우가 먹기 싫은 거야 아니면 먹고는 싶은데 새우를 죽이기 싫은 거야?"
내가 묻자 그 친구는 먹고는 싶은데 새우를 죽이지 못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그 새우의 모가지를 꺾어서 그 친구에게 건네줬다.
그 친구가 내게 산새우를 많이 먹어봤냐고 물어보기에 나는 이번이 처음으로 산새우를 먹는 거라고 답했다.
"아니, 그럼 형님은 왜 그렇게 살생을 잘 하신대요?"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농담으로 건넨 말이기에 나도 농담으로 받았다.
그런데 잠시 후, 최초로 산새우 먹는 법을 시범보였던 친구가 한 마디 툭 던졌다.
"야, 너는 너 먹으라고 궂은 일 대신 해주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냐?"
물론 이 또한 술자리 농담으로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듣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건 사람의 본질을 날카롭게 지적한 뼈 있는 말이 아닌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저작 중 하나로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이라는 작품이 있다.
제목의 유래는 하나의 일화이다.
어느 한 공장에 쥐떼들이 출몰하여 사람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사람들은 꾀를 짜낸 끝에 묘안을 하나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쥐의 똥구멍을 꿰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똥구멍이 꿰매어진 쥐는 배설을 할 수가 없을 테고, 그로 인한 통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공격성이 강해져서 주변에 있는 다른 쥐들을 물어뜯기 시작하여 자멸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게 실제 효과가 있을지 아닐지는 접어두고, 어쨌든 계획이 마련되었고 이제 누가 이 계획을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런 불쾌한 일에 자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여공이 자원하여 결국 쥐의 똥구멍을 꿰매는 데 성공했다.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솔선수범한 여공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듣기는 커녕 오히려 점차 따돌려지기 시작했다.
그 여공을 볼 때마다 비위 상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니 친하게 지낼 수 있을 리가 있나?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일화가 실화인지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그럴싸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경향은 똑같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시는 환경미화원 분들은 우리 사회에 꼭 있어야만 하는 소중한 분들이다.
그러나 길을 가다가 그런 분들을 마주치면 냄새가 밸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자리를 벗어나려 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이 분들 뿐만 아니라 정화조, 장의사 등등 사회에 필요하지만 이미지가 좋지 않은 분들이 많다.
옛날 조선시대에 백정이란 직업은 어떠했는가?
고기를 먹기 위해 누군가는 소돼지를 잡아야 하지만, 정작 그 소돼지를 잡는 사람은 천대 받는다.
현대에서도 이는 똑같이 재현된다.
얼마 전 우리 누나에게 맞선 자리가 들어왔다.
상대방이 정육점 주인이란다.
누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해가 된다.
당장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솔직하게 답해보라.
더 극적인 사례를 들자면 도축업자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그 손을 볼 때마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동물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물론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그렇다고 누나가 선 상대의 직업에 거부감이 들어 거절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결혼이라도 해줄 의무가 있는 건 아니잖나?
이런 현상이 누군가 잘못을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누구도 잘못하지 않아도 누군간 잘못되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일들을 가리켜 유감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이중성이 있다.
이걸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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