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치앙마이 1일차 - 공항에서 생긴 일(1월 17일)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난생 처음 아기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9번방입니다. 아기와 여행 가는 거 힘들다고 말은 많이 들었죠. 전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압니다. 남들이 다 그렇게 말할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 글은 여행기입니다. 하지만 육아일기일지도 모르죠. 여행기로 재미있게 읽어주셔도 좋고 아기와 함께 여행을 계획하시는 용감한 부모들께는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에 있습니다. 1월 17일부터 21일까지 있었는데 낮에는 28~29도, 밤에는 15~17도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습도가 엄청 높진 않아서 한여름의 한국처럼 덥지는 않았습니다. 아기옷을 어느 정도 챙겨야 할지 몰라 짐쌀 때 고민이 됐습니다. 호텔에 세탁기가 있다고 해서 긴옷 2벌, 짧은 옷 8벌 정도를 챙겼는데 적절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아기 옷과 음식, 약품은 남을 정도로 넉넉하게 챙겨는 쪽이 안심이 되겠네요.

장모님과 처제가 함께 하는 가족여행이고, 모든 계획은 처제가 세웠기에 제겐 패키지 여행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장모님과 처제는 이미 가 있었고 우리 가족만 무사히 가면 되는 상황이죠. 공항철도 타고 신나게 인천공항에 갔는데 큰 일이 생겼습니다. 비행기표 예약에 제 이름이 여권과 다르게 잘못 들어갔던 거죠. 잘못 되면 치앙마이 공항에서 그대로 귀국해야 해서 항공사 측에서도 탑승 수속들 못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해외여행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터공원에 전화했으나 거기서도 처리가 안 되고 탑승수속 하는 곳에서도 처리할 수 없다고 해서 예약을 했던 아내는 멘붕에 빠졌습니다. 예약을 취소하고 현장에서 비싼 표를 사는 수 밖에 없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약 100만원 가량의 손해를 감수하고 표를 사려고 데스크에 갔는데 거기 계신 직원이 어떻게 어떻게 해서 큰 돈 안 들이고 처리가 되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여권 번호는 맞게 들어가 있어서 데스크 직원이 보증하고 이름을 바꿔 재발권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의 이름 모를 그 직원께 감사드립니다. 뭔가 불이익을 감수하시고 해 주신 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난리가 났지만 아기는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다고 하고 즐겁다며 웃습니다. 아내가 상황을 처리하는 동안 전 아이를 보고 있어야 해서 마음이 두 배로 더 불안했네요. 해결된 후에 아내는 아이가 기분이 좋고 제가 당황하거나 크게 동요하지 않아서 안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매우 불안했는데. 아무튼 미안하다고 하는데 내 예약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제가 더 미안하더군요. 해결이 잘 되었으니 잠시 숨을 돌리고 출국심사를 하러 갔습니다. 아기 덕분에 보안심사대로 들어갈 땐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Fast track으로 안내 받아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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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배도 고파서 라운지를 찾아갔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밖에서 쉬다가 갔는데 이젠 아기가 있으니 좀 더 편히 쉬고 밥도 먹을 곳이 필요했습니다. 현대 다이너스클럽 카드를 가족카드까지 발급 받으면 연 회비 5만원으로 2명이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티나는 음식이 괜찮다고 소문 난 라운지입니다. 환승 호텔도 함께 하는데 워커힐에서 운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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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음식이 필요하신 분들은 마티나에 가세요. 일 해결하느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라떼에 바닐라 시럽을 첨가한 뒤 밀크폼을 얹어서 가져다 주었습니다. 탈진한 사람에게 수분과 당분은 필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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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먹을 음식도 조금 있어서 줬는데 엄청나게 먹어대더군요.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과하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들른 다른 라운지에서도 주면 먹네요. 이 땐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신의 한 수였습니다. 비행기가 1시간 정도 연착이 되어 식사 시간이 늦어졌거든요. 라운지에서 잘 먹어둔 덕분에 별다른 식사를 안 하고도 비행기에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아기가 영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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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빵빵하게 채우고 라운지 이곳저곳을 구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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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을 잡고 비행기에 오릅니다. 들어갈 때 유모차를 맡기면 기내에 실었다가 도착하면 입구에서 줍니다.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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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손님에겐 이런 선물도 주네요. 색연필로 뽀로로 색칠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꼬꼬는 아직 색칠을 정교하게는 못 합니다. 몇 번 끄적거리고 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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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40분 쯤 출발인데 1시간 정도 연착되었습니다. 좌석마다 다스플레이가 있어서 이것저것 해 봤습니다. 리모컨으로 승무원을 부를 수 있습니다. 꼬꼬가 자꾸 눌러서 괜히 오는데 미안했습니다. 버튼을 못 누르게 방어전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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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타어쩌구라는 분 체스 챔피언이죠? 컴퓨터 AI도 못 이기는 제겐 너무 벅찬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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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수양에 좋다는 오목을 둡니다. 하지만 결국 졌습니다.

놀랍게도 아기는 연착된 1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서 얌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륙 후 울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잠을 잔 거 같기도 하고 안 잤나 싶기도 하고... 모르겠습니다. 비행기 화장실에서 기저귀도 갈았구요. 상공 2만 피트에서 기저귀 갈아본 사람이 됐네요. 비행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래도 아기는 한두어 시간 잔 것도 같네요. ‘킬러의 보디가드’를 1시간 20분 정도 봤거든요. 재밌었습니다.

아기 덕분에 치앙마이 공항에서도 빠르게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짐이 늦게 나와 결국 가방을 기다렸지만 가진 못했지만 심사줄에 서서 기다리는 것보단 나았습니다. 두터운 옷을 벗기려 하니 꼬꼬는 왜 옷을 벗냐는 듯 저항했습니다. 태국 시간으로 12시가 조금 지난 한밤 중이라 서늘하기에 그냥 뒀습니다.
수하물이 진짜 많았습니다. 골프 관광 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호텔까지 택시를 타야 합니다. 처음 물어본 택시는 400바트를 부릅니다. 처제는 300바트에 탔다고 하는데... 다른 곳에 가서 물어보니 250바트입니다. 저렴하군! 냉큼 탑니다. 한화로 8500-9000원 정도입니다. 거리기 있겠거니 했는데 금방입니다. 기본 요금 거리에 호텔이 있네요. 비싸다 싶지만 관광지 프리미엄, 공항 프리미엄, 심야 할증이라 생각하고 마음 속에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거스름돈을 정확하게 줘서 좋았습니다. 동남아에선 잔돈 없다고 안 주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어서요. 여행기간 동안 거스름돈 못 받은 일은 없었습니다.

공항에서 큰 일이 있었지만 무사히 칸타리 힐스 호텔(Kantary Hills Hotel)에 도착했습니다. 관광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참으로 긴 하루였습니다.

비행기표에 기재된 이름과 여권번호가 여건과 동일한지 확인하세요. 두 번
확인하세요. 아기랑 여행 시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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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생동감 넘치는 후기 잘 봤습니다. 아이도 재밌어 보이네요~~ 배가 빵방해서!!

그나저나 그 직원분 굉장하군요~~ 침착하게 상황을 해결해주신다니

물론 그 상황에서 평점심 유지하시는 roo9님도 굉장하지만요 ㅎㅎ

한쪽이 흔들릴 때 한쪽은 버텨야 한다는게 저희 부부의 인생살이 신조랄까요. 해결을 잘 해 주셔서 다행이었죠. 비록 땅콩 사건 같은 일이 있었지만 그건 임원들 문제고 직원들은 정말 너무 훌륭했어요. 대한항공 짱입니다.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길어서 지루할 거 같네요.

치앙마이 다녀 가셨군요. 좀 시원할때 다녀가셔서 날씨는 그리 함들지 않았을것 같은데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덥다는 느낌 그렇게 못 받았습니다. 날씨 좋을 때로 알고 있습니다. 태국에 오래 거주하신 분에게 태국 여행기를 보여드릴라니 조금 민망하네요. ㅎㅎ

아닙니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데다 한국 계시는 분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어제가 제일 추운줄 알았는데!
오늘이 더 춥습니다. ㅜㅜ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내일도 추울 거라고 하네요. 채비 단단히 하셔서 잘 지내세요.

ㅋㅋㅋㅋㅋㅋ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항공사에서 처리를 잘 해줘서 정말 다행이네요.. 첫날에 사소한 것 때문에 그렇게 여행기분을 망치면 여행이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ㅠㅠ 비행기 탈 때 아기가 울었던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하고... ㅋㅋㅋㅋ 아기의 행동하나하나를 재밌게 표현해주셔서 참 재밌게 봤습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

사소한 건데 귀책사유가 우리에게 있는 거라 할 말은 없지요. 대한항공 직원이 처리를 해 줄 수 있었던 건 딱 봐도 가족이고 아기까지 있으니 무슨 문제가 생길리는 없다고 판단한 점도 있는 거 같아요. 가족 여행인데 기분 좋게 출발하셔야 하지 않냐고도 했구요. 항공권 새로 끊어 갔으면 가기야 했겠지만 내내 우울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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