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게 서서히 미쳐 간다는 것을 이젠 알겠네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은 계약한 회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다. 계약의 끝이 짤림이 아님을, 그저 내년에 재계약 하지 않을 뿐임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쫓겨난 느낌이다.

매년 이별을 가장한 쫓겨남을 겪는다.
2015년 12월에도 일하던 곳에서 나왔다. 어차피 다음해 아이가 태어나기에 주5일 출근할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고 계약처는 사업 규모를 축소한다고 했다. 겉보기에 매끄럽게 흘러갔지만 사업 축소한다면서 나 빼고 다른 이는 모두 재계약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했을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올 때 문득 일전의 다소 부당한 요구에 거세게 항의했던 일이 기억났다.
그래서 구한 직장. 2016년에 일주일 일하고 나왔다. 아무리 참아보려 해도 12시에서 2시 사이를 오가는 들쭉날쭉한 점심시간과 시간 개념이 없는 사장을 참아줄 수는 없었다. 시간을 고객에게까지 지키지 않아서 더 참기 힘들었다. 결국 항의했지. 이 곳은 어딘가 가도 피해자를 꼭 만나기 때문에 내 선택에 일말의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또 쫓겨났구나 싶다.
2017년에도 쫓겨날뻔 했는데 어찌어찌 붙어있다. 하지만 이제 또 쫓겨난다. 야금 야금 업무가 늘어나다가 어느 날 아무 이야기조차 되지 않은 일을 갑자기 하라고 던졌을 때 항의한 그 날이 생각난다, 나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있는 이유는 역시 내 존재가 불편해서 그럴 것이다.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도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다. 항의와 반목을 거듭하며 쫓겨남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내게도 이젠 슬슬 나름의 스트레스가 하나 생기고 있다. 예전에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 있다고 제기하고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싫어한다.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틀려먹은 거라면 그렇다고 주장이라도 들어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반응은 내게 힘이 있을 때나 돌아온다.

트라우마라가 별 건가. 어떤 경험으로 인해 세상이 괜찮고 안전하다는 신뢰 자체가 완전히 박살나는 거다. 이것이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본인은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지만 몸은 위험에 과하게 반응한다. 심리상담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일 뿐 이 ‘기본적 신뢰’라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들을 만나는 나의 기본적 신뢰는 삶을 살아갈수록 서서히 갉아 먹히는 것 같다. 책이나 자료를 보면 주변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고, 업무 환경과 관련되면 조직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겐 조직이 도움을 줄 거란 신뢰 따위 없다. 이런 인식이 특별히 병적이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 매우 가깝다고 자평한다.

슬프지만 각자도생이다. 그리고 더 슬프게도 나는 기본적 신뢰가 무너진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첫번째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산다는게 서서히 미쳐간다는 것을 알아버린 지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2018년의 마무리 즈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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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느끼지만 또라이들은 정신병원이 아니라 조직 상부에 있어요. 각자도생 응원합니다. 탈조직해야 하는데 하.. 언제쯤이면 가능할지..

하하하. 틀렸습니다. 정신병원에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읍읍 각자도생이 필요하지만 세상이 좀 도와주면 좋겠어요.

아 그렇네요 병원에 있죠 ㅎㅎㅎ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내가 미쳤어~정말 미쳤어 ~
미쳐야 사나봐요 ;;;;

추억의 노래를... ㅎㅎ
이상한 노인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세부가는 비행기 이륙전입니다
풀봇 응원합니다!

여행인가보군요. 따뜻한 곳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감사합니다.

눈 먼 장님의 세상에서는
멀쩡한 사람이 비정상 취급을 받죠;;

점점 비정상이 정상취급받는 세상에
이르고 있지 않나 싶네요;;;

아마 원래 세상은 이랬을 거에요. 그래도 연말 즐겁게 보냅시다.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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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힘 내야죠.

웰컴투 kr-crazy 꺄르르륵

아... 이래서 형이 이 모양이...

힘내세요 저도 항의했다가 사측으로부터 부정함을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더러움도 세상이 가진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년에는 좋은 일만 있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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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것 또한 세상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가 고민이지요. 연말 행복하게 보내시고 2019년에 좋은 일 많으시길 빕니다.

부당함에 항의하는 사람이 나쁜사람이고 그냥 수근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버린 우리 사회의 모습이네요 씁쓸하네요

남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젤 나쁜 사회입니다 ㅎㅎ

곰돌이가 @room9님의 소중한 댓글에 시세변동을 감안하여 $0.002을 보팅해서 $0.021을 지켜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2304번 $28.981을 보팅해서 $28.694을 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gomdory 곰도뤼~

그들은 그저 그들의 뜻에만 순종하며 복종하는 멍멍이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댓글... 어색해요. ㅎㅎ
어디나 사람 모이고 조직이 되고 위계가 있는 곳은 그렇갰지요.

나는 주인을 무는 멍멍이라 뒷통수 치고 튈거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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