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링미디어를 시작했나 5. - 불가역 기록과 책임의식

'잊힐 권리'에 대해 아는가.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자신의 일상과 사소한 실수들이 기록으로 남겨지고 그것이 개인이나 집단에게 흑역사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많아졌다. 따라서 개인이 원한다면 그 흑역사를 찾아서 지우고 자신이 온라인상에 기록으로 남겨져서 공유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동적인 의미로 '잊혀질 권리'(어법상으로도 틀린 표현이다)라고 쓰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의미로 '잊힐 권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44조의 2(정보의 삭제요청 등)이라는 법제도 안으로 들어와 있다. 여기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 잊혀질 권리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 이에 30일 동안 보여지지 않게 하거나(임시조치)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유럽연합에서 2010년 '잊힐 권리'에 대한 중요한 판례로부터 시작되었다. 스페인 변호사인 마리오 코스테하가 신문사의 기사에 등장한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에 대해 검색에서 제외시켜달라는 소송을 했고 4년 동안 이어진 법정에서 결국 법원은 구글에게 해당 웹페이지 링크를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잊힐 권리'와 대척점인 '알 권리'와 '기록'

그런데 우리가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고 자신의 흑역사가 남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지만 무분별한 기록 삭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많다.

즉, 공공의 알권리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가해자이거나 당사자들이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지울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앞에서 구글이 지운 것도 원본이 아니라 그 해당 페이지로 가는 링크를 지웠을 뿐이다.

사실, 온라인에 글을 남기는 행위는 상당히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남들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책임감을 갖고 그 글이 어떤 영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을 해야 한다.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 너무 높은 수위의 성적인 표현이나 가학적인 글, 또는 인류의 보편적 정서에 반하는 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근거없이 비방하는 글 모두 실정법에서 문제삼을 수 있는 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길게 '기록'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는 지금 링미디어가 조직화 하려는 콘텐츠들이 블록체인 위에서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정부 검열을 피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기록으로 남겨진 미투 내용 역시 이런 '불멸의 기록'과 '잊힐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중국정부 검열 피해 이더리움에 ‘전송’한 #미투
https://www.bloter.net/archives/308832

물론 스티밋 처럼 기록물 자체가 텍스트로 블록체인에 기록으로 남겨지는 방식도 있고 D튜브 처럼 특정 플랫폼에 기록물이 올라간 채로 그 자료의 위치만 기록하는 방식도 있다.

어찌 됐든 링미디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분들에게도 당부하지만 '책임감 있는 글쓰기'를 해야 하고 '기록하는 자가 가져야 할 사명감'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링미디어 회원으로 주의할 것들에 대해 심각하게 적어둔 것이다.

아래의 경우 링미디어 그룹의 링크와 배너를 달 수 없거나 큐레이션에 소개되지 않으며 그룹원에 의해 보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도한 위반사항이나 네트워크 유지에 해가 될 때는 그룹 회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습니다. 회원 리스트는 주간 단위로 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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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기 소개를 할 때 과도한 프로필 노출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적시된 사실에는 틀림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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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거나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지나치게 경도된 사상, 일반적이지 않은 종교, 개인적 신념을 강요하는 글은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6.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킨 글이나 정치적인 글, 인류보편적 사상과 철학에 벗어나진 않지만 특정 대상에 대한 강한 주장을 담은 글, 자기 전문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이지만 진위, 또는 사실 여부에 대해 논란이 될만한 글은 그룹 토론을 통해 그룹의 일원이 아닌 개인적인 주장의 표현으로 허용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대학원 수업에서 한 현직 기자가 "블록체인에 글을 쓰고나면 오보여도, 잘못된 글이어도 지울 수 없지 않느냐. 문제가 될 것 같다"라고 질문을 해왔다.

여기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지워지지 않는 게 더 미디어다운 것 아닌가요? 블록체인은 태워서 사라지지 않을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 종이 신문이 그래서 '역사'라고 하는 것이고 신문 기자들이 '기록하는 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누구나 지우고 수정할 수 있다면 기록을 조작하려는 권력자들은 훨씬 더 힘이 세질 것"이라고.

또 "정말 자신의 이름으로 평생을 가져갈 기록이라면 지금 처럼 어뷰징하고 베껴쓰고, 날림으로 광고글을 퍼나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거창한 이유를 떠나서 블록체인은 '기록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무게감을 더 느끼게 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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