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시대, 남보다 앞서 '스스로를 파괴하라'
국경을 넘어 세계의 기업들이 경쟁하는 요즘 시장에서 영원한 절대강자는 없다. 미국 다트머스 경영 대학원의 리처드 다베니교스는 1994년 저서 무한경쟁에서 현대기업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무한경쟁'이라고 정의 했다. 짦은 제품 수명 주기, 새로운 기술과 예기치 못한 신생기업의 등장, 다양한 업종의 통합이 무한경쟁시대의 특징이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짦은 기간 유지되는 경쟁우위를 꾸준히 창출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아야 한다.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자신의 경쟁우위를 파괴하는 진부화의 원리를 이해하는 기업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무한경쟁 상황은 경영자들에게 어떤 전략적 시사점을 주는 것일까?
전통적인 경쟁에서는 선도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경쟁자들이 모방 제품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즉, 특정 기업이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었고, 그만큼 경쟁자의 반응속도도 늦었다. 그러나 무한경쟁에서는 특정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면 매우 짦은 시간 내에 경쟁자들이 대응 제품을 선보인다. 따라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경쟁우위 기간이 대단히 짧다. 이런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에 필요한 것은 원대하고 장지적인 전략이 아니라 짦은 기간 유지되는 경쟁우위를 꾸준히 창출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지지 않는 일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장시간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컴퓨터 운영체제인 도스(DOS)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MS는 윈도를 시작으로 다양한 윈도 시리즈를 계속 개발했다.
면도기 시장의 강자인 질레트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장기계획은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대비책이 되지 않는다. 경쟁우위가 빠르게 잠식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장기적인 성공은 기업 자신의 경쟁우위를 쓸모없게 만들면서 경쟁사의 경쟁우위를 잠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한 장기 전략이 아니라, 단기적인 경쟁우위를 계속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장기적인 성공의 핵심이다. 무한경쟁 상황에서는 특정 기업이 신제품을 통해 수익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이 대단히 짧다. 따라서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이들은 기존 제품을 유지하는데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신제품을 통해 기존 제품을 진부하게 만드는 일(진부화)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혁신적인 신제품을 통해 기존 시장을 뒤흔들고 혼란을 조성하는 식으로 일시적인 우위를 계속 창출함으로써 산업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사보다 탁월한 제품을 먼저 내놓아 기존제품을 스스로 '진부화'시키는 것이 무한경쟁 상황에서 산업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무한경쟁이 진행되면 경영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신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나타나는 '범용화'현상을 가장 유의해야 한다.
신제품들이 범람하면 경영자들의 기대와 달리 특정 제품 카테고리가 범용화되고, 이는 결국 제품이나 서비스 간의 차별화를 어렵게 만든다. 기업들은 저마다 고유특징을 강조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거의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들어 생수, 우유, pc, 항공산업등이 있다. 범용화가 한정된 시장에서 가격을 중심으로 기업간에 치열하게 싸우는 제로섬(zero sum)경쟁:어떤 시스템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하여 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 을 고착화하는 셈이다. 세계화와 기술혁신 때문에 경쟁우위를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 범용화는 글로벌 시대에 기업들이 당면한 숙명과도 같은 현상이다. 경영자들에게 남은 과제는 범용화를 초래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범용화 현상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산업에서 처음부터 범용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경쟁자들이 나름대로 차별화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유사 제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유통업에서 윌마트의 등장,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페이스샵, 미샤 등 저가 화장품의 성장, 최근 패션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자라,유니클로, 페스트패션의 돌풍을 예로 들어보자. 문제는 경여자들이 무한경쟁에서 가격 할인이 가장 쉽고, 신속한 전략이라고 착각하거나 무작정 신제품을 내는 게 해결책이라고 오판 하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가격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신제품 개발은 오히려 범용화를 가속화 할 수 있다. 관건은 경쟁자들이 제대로 모방하지 못하도록 얼마나 신속하게 시장을 장악하느냐댜. 닌텐도 게임기나 스와치 시계처럼 경쟁 규칙을 바꾸는 방법도 경쟁자를 혼란에 빠트리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경쟁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
한동안 경쟁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고자 했으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의 경쟁,
타인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
결과에 대한 보상 조차 없는 경쟁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또 어떠한 미시적인 경쟁에만 급급하고 숲을 바라보아야 할 때엔
눈을 감아버리진 않았는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의 계기를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