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달러의 미래 : 실질적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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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질적 가치가 없는 모든 것은 붕괴한다 : 주식 시장의 예 >

암호 화폐의 가격 하락을 두고 새로운 화폐를 규제하려는 정부와 국가 권력을 욕하거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기존 기득권 체제를 욕하는 글을 가끔 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충분히 가시적인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모든 자산은 결국 거품이 꺼지게 되어 있습니다. 정부 규제는 우연히 일어난 하나의 기폭제였을 뿐이죠. 규제가 일어나기 전 암호 화폐를 이용한 거래가 기존 화폐의 거래보다 월등히 우수한 기능이 있다는 것이 충분히 입증 되었거나, 기존 결제 시스템을 실제로 암호 화폐 결제 시스템으로 바꾼 업체들이 그렇지 않은 다른 업체들보다 좀 더 높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누렸다면 규제가 들어와도 잠시 변동이 있을 뿐, 곧 다시 가격은 회복되었을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아직까지는 암호화폐가 '뭔가를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작은 규제 움직임에도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는 뜻이죠.

주식 시장의 예를 들어 볼께요. 주식 시장은 쉽게 출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금융 제도와 규제 역할도 있긴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왜 주식을 사고 팔까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시세 차익을 얻으려고 투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버블이 생겨납니다. 회사 가치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사기에 가깝습니다. 회사 가치는 누구도 정확히 계산할 수 없습니다. 기업 주식의 가격은 상당 부분 수요 공급에 의해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맞죠. 그러나 마구잡이식 수요 공급은 아닙니다. 실제로 기업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실적은 눈에 보이는 데이타로 주가를 근본부터 받치는 탄탄한 기둥이 되고 있고, 여기에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 자료, 최근 해당 기업과 관련된 주변 환경, 전세계적 금융 자금의 흐름 등에 대한 사람들의 대략적인 믿음은 주가의 가격 변동 범위를 한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죠.

금융 위기때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기업 가치가 변하지 않았는데 공포 심리 때문에 주가가 폭락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죠. 금융 위기는 실제로 경제를 위축시키니까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치의 범위보다 한참 아래로 하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 경우에 워렌 버핏같은 투자 전문 자본가들은 해당 기업들의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하죠. 그들은 언젠가 경기가 회복되면 가장 먼저 회복될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를 알고 있으니까요.

사실 기업의 가치를 보통 사람들보다 더 현실에 가깝게 잘 보고 있는 부류들은 소수 자본가들입니다. 소수 자본가들은 단순히 시세 차익 때문에 투자하지는 않죠. 주식의 원래 의미인, 기업의 소유권을 일부 가지려는 목적이 더 큽니다. 그 기반 위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수많은 개미들과 기관 투자자들, 세력들 덕분에 주가는 늘 어느 정도 버블 상태에 머물게 됩니다. 버블이지만 기본적으로 각 기업의 가치에 기반한 버블인 셈인데, 이를 쉽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완전 반대의 의미를 담은 용어가 한 가지 현상을 동시에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 암호 화폐의 미래 >

특정 기업의 주식이 실적이 좋거나 가치 있는 기술 확보를 통해 조명을 받으면 주가가 오릅니다. 그런데 그 뒤로 무언가 더 기대할만한 호재가 지속되지 않으면 주가가 다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해당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보는 소수 자본가들이 그 주식을 홀딩하고 있다 한들, 항상 통계적으로 훨씬 많은 숫자의 투자자들은 성급하기 때문이죠. 이것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현상으로, 마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가 착해지거나 모두가 차분해지거나 모두가 욕심 없어지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암호화폐의 미래는 어떨까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고 기존 화폐의 단점이 어떻고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빠른 시일 내에 '뭔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예측하는 것은 저는 감히 인간과 신 사이의 영역이라고 생각 하는 바입니다. 단순히 기술이 좋다고 그것이 기존 화폐 경제를 대체해야 한다는 그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기존 화폐 제도 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암호 화폐 사용을 통해 해결하고, 좀 더 효율적인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아주 작은 예라도 현실 세계에서 증명되어 그것이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면, 글쎄요. 암호 화폐 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블록체인 기술 관련 보안 업체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더 나은 투자일 수 있을 것입니다.

< 스팀 달러의 실험 : 공감이 과연 투자자와 컨텐츠 제작자, 심지어 독자에게 현실적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

제가 스팀 달러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단순히 암호 화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스팀도 그렇지만 현재의 암호 화폐 시장은 다단계와 같이 폭탄 돌리기 상황에 불과합니다. 위에 언급했듯 암호 화폐는 아직까지 그 암호화폐를 보유함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실질적 가치를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죠. 여전히 시세 차익에 머물러 있죠. 지금까지는 가치가 없다고 누군가 말해도 할 말이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스팀 달러는 컨텐츠 제작 시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바로 공감이 투자자와 컨텐츠 제작자, 심지어 독자 모두에게 현실적 가치 - 수익으로 이어지는 - 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실험이기 때문이죠.

페이스북은 공감을 수익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 했습니다. 다만 그 수익은 거의 대부분 페이스북 회사의 소유죠. 물론 유투브처럼 컨텐츠 제작자에게 광고 수익을 가져다 주는 방식도 있습니다만 매우 미미합니다. 컨텐츠를 보는 독자에게는 즐거움 외에 금전적 이익은 제로죠.

그런데 스팀잇은 그런 관점에서 매우 독특한 방식이라는 것을 모두 눈치 챘을 것입니다.

암호 화폐를 아예 생각하지 말기로 해봅시다. 그냥 스팀잇이라는 SNS 플랫폼이 있고, 스팀 달러 이런거 말고 예전에 싸이 월드처럼 '도토리' 를 주는 것으로 생각해 보기로 하죠. 즉 사람들이 좋은 글에 보팅을 하면 없던 도토리가 새로 생기면서 그 도토리를 서로 나눠 가지는 것으로 말입니다. 여기서 도토리는 사이버 상에서만 존재하는, 화폐도 아니고 그냥 상징물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더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질좋은 컨텐츠가 늘어날수록 전체적으로 새로운 도토리가 계속 생깁니다. 처음엔 아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질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도토리를 확보하게 되겠죠.

그런데 여기서 '더 질 좋은 컨텐츠'의 의미는 결국 '더 많은 공감을 받는' 컨텐츠와 같은 의미 입니다.

쉽게 말해 스팀잇이 사이버상에 존재하는 도토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받는 컨텐츠가 많이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스팀잇 플랫폼에 참여해야 합니다.

아까 말했듯, 스팀 달러를 생각해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지는 사이버상의 도토리가 현실에서 가치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토리가 많이 만들어질수록, 사람들은 도토리의 의미에 주목하게 됩니다.

도토리가 많아진다는 것 = 스팀잇 플랫폼이 가입자를 확대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컨텐츠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컨텐츠를 본 독자들도 도토리를 만들어서 가지게 된다는 것.

갑자기 누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당신이라면 저 도토리를 돈 주고 사시겠습니까?

여기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왜 스팀잇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도토리를 돈 주고 사야 하지..?

그런데 이것이 심지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도토리는 현재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도토리에 돈이 공급되는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그냥 도토리를 돈주고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 시장은 사실 스팀잇이나 도토리와 별 상관도 없습니다.

스팀 달러에 돈이 공급되는 이유는 단지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끊임없이 돈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여전히 그저 '가능성' , '시세 차익' 을 노린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인 거죠.

이렇게 생각하면 현재의 스팀잇은 정말 웃기는 판인 것입니다. 도토리가 실제로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이 막 돈을 주고 사고 있습니다!

< 스팀잇과 스팀 달러는 다른 암호 화폐와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야 >

암호 화폐 시장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즉, 암호 화폐가 그 자체로 실질적인 가치를 충분히 인정 받아 기존의 화폐 경제를 일정 부분 대체할 가능성도 보이며 실제로 거래가 암호 화폐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시대를 말입니다.

그럼에도 스팀잇이 생산하는 스팀 달러의 가치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다시, 스팀 달러가 아닌, 사이버 도토리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실 공감을 현실 가치로 바꾸는 곳들이 많습니다. 광고 시장이죠. 웹툰은 사람들이 웹툰을 보면 볼수록 작가들에게 수익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유투브 동영상도 마찬 가지죠. 결국 공감은 광고 시장, 혹은 마케팅 시장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컨텐츠 시장은 기승전 광고 혹은 마케팅 시장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스팀잇은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포탈 사이트와 조금 다릅니다. 공감을 하는 쪽도 스팀 달러를 갖게 되니 말입니다. 네이버 웹툰으로 치면 네이버 웹툰을 보고 평점을 매긴 즉시 매긴 사람에게도 수익이 들어오는 것과 마찬 가지 입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다시 스팀 달러 말고 도토리로 생각해 봅시다. 스팀잇에서 컨텐츠를 만든 사람, 남의 컨텐츠에 보팅을 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얻은 도토리를 돈이든 다른 암호 화폐로든 바꾸려면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그 가치는 주식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도토리를 돈이나 다른 암호 화폐로 산 사람에게 충분히 이익을 주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본이 공급되지 않으면 스팀잇이 만들어내는 도토리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으니 말이죠.

저는 이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결국 스팀잇은 그 규모가 커지면 광고 혹은 마케팅 시장과 연결되어 수익을 내야 합니다. 그래야 결국 도토리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가 있지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수익이 스팀잇 내에서 만들어진 도토리 (스팀 달러) 를 사는데 쓰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도토리, 아니 스팀 달러의 실질적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스팀잇 운영진이 어떤 비젼과 꿈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선순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결국 스팀 달러는 거품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운영진이 정말로 암호 화폐의 미래를 믿고, 스팀 달러를 확장 시키는 꿈을 갖고 있다면, 스팀잇 플랫폼을 이용해 벌어들일 수익을 만들어진 스팀 달러를 사들이는데 투자하면서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과연 스팀잇 경영진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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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 공감하는 내용이네요. 좋은 글, 정성이 많이 들어간 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그냥 제 의견일 뿐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장문의 정성들이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팀잇이 계속 발전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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