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기다리기.

세상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듯 합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제가 일하는 치과에 찾아 오시는 어르신들은 그냥 동네를 거닐다 눈에 띄어서 오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대부분 페이스 북, 포털 사이트 검색 등으로 오십니다. 얼마 전 80대 되시는 어떤 할아버님이 페이스 북 보고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있다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가 변화의 속도가 빠르긴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분께서는 아마도 나라가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모두 기억에 담아두고 계시겠지요. 20세기 최대의 전쟁시기에 태어나 전세계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거리낌 없이 대화하게 된 현재를 살아가시는 그 분의 눈에 비친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러나 자꾸만 멈춰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겁이 많아서일지, 변화를 싫어하는 성향이어서일지 모르지만, 자꾸만 뭔가 흘려 놓고 잰걸음만 재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을 흘린 건지 돌아보려면 잠시 멈추기라도 해야 하는데, 생각처럼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기도 하고.. 심적으로 여유를 잃어버려서인 거 같기도 하고..

페이스북으로 찾아오신 그 할아버님께선 임플란트 틀니 상담을 하셨습니다. 임플란트 심고 최종 틀니까지 올라가는데 6개월 이상 걸리는데 괜찮겠느냐고 무심코 말씀 드렸더니, 그 분께선 " 6개월이든 1년이든.. 천천히 잘만 해주쇼" 라고 하시더군요. 아차! 저는 제 실수를 알아차렸습니다만, 다행히 할아버님은 호탕하게 웃으시며 오히려 제 실수를 덮어 주시더군요.

정말로, 멈춰서 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빠른 세상 먼저 보내고 그냥 난 내 길 간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