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이 완치가 안되는 병이라는 설명듣고 충격받다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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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4일 (금) 마약 중독자의 일기

변호사가 병원 치료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마약 재활 전문치료 병원을 찾았다. 난 내가 마약 중독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떤 약을 내가 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설사 마약을 했다 치자. 헛것이나 환청같은 것을 보거나 들어본 적도 없는 내가 중독자인가?

그러나 경찰이 내게 마약을 권하는 SNS메시지를 보냈을 때 나는 분명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좀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당황스러웠다. 그래. 나를 정확하게 진단부터 해보자. 이게 도대체 왜 이러는건지 병원을 가서 확인해보자.

선글라스를 꼈다. 도저히 얼굴을 공개하고 들어갈 용기가 안났다. 환자인데, 마약 환자이다. 환자인데, 수치스럽다. 상담실 앞 대기실에 역시 나처럼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앉아 있는게 보인다.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보였다. ‘저들도 나랑 비슷한 사람들인가. 그런데 다들 멀쩡하네. 손을 부들부들 떨거나 허공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리는게 마약 중독자의 모습 아닌가? 겉으로보면 마약한 사람들 같지가 않아.’

일상의 공간에서 마약 중독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처음 만나보는 경험이었다. 내 스스로가 중독 치료를 받으러 왔음에도 중독자를 태어나서 처음 맞닥뜨리고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하듯 살펴보고 있자니, 내가 생각해도 우스웠다. 경찰은 내게 ‘마약을 판매하는 상선(공급자)을 데라’고 추궁했었지만 난 대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은 내 주변에 없다. 오늘 병원에서 처음 목격 한 듯 하다. 이런 사람들을 경찰이 찾는건가.

“선생님. 가슴이 막 쿵쾅거려요. 제가 잘 통제가 안되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마약을 한 겁니까.”
“보통 마약을 경험한 분들과 유사한 증상이에요.”
“단 한번만에 그렇게 중독 증세가 시작될 수 있나요?”
“의학적으로는 단 한번을 경험해도 중독자로 분류해요. 이렇게 비유하면 어떨까요. 천국에서 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진흙탕을 밟게 됐어요. 이미 천국이 뭔지 봤기 때문에 진흙탕에서 사는 것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결코 천국을 잊지 못합니다.”
“그럼 저는 완치가 안되는 건가요? 전 꼭 완치되고 싶어요. 다시는 그런 약에 손대고 싶지 않아요. 평상시엔 괜찮은데 누가 약을 권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제가 통제가 안됨을 느껴요.”
“완치되지 않아요. 완치될 수 있는 약도 없어요.”
“그럼 제가 병원에 뭐하러 다녀야 하죠?”
“저희 병원에서는 최대한 절제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게 최선이에요.”

충격이었다. 마약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다니. 그럼 중독자들은 평생 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인내하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건가? 병원을 꾸준히 다니면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나로서는 크게 실망스런 의사의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경찰이 계속 신분을 속이고 내게 SNS로 마약을 권해오면 또 하러 나가게 된다는 말인가. 나는 언제든 마약이라는 도구 앞에 조종당하는 로봇 같은 존재가 되는 건가. 그러나 의사의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단언했다. 아마 똑같은 질문을 많은 환자들로부터 들어왔고 수없이 반복해온 설명이리라.

한데 내게는 중독보다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선생님. 저는 실은 한겨레신문의 기자예요. 그런데 제 사건을 어떻게 알았는지 곳곳으로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조만간 보도가 나올 것 같아요.”
“설마요. 그래도 개인의 사생활인데.”
“기자들은 그렇게 생각안하는 것 같아요. 저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후에 의사에게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말을 할 때 내 표정이 돌처럼 딱딱했다고 한다. 의사는내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보험처리를 하면 마약 관련 치료를 받았다는 신상정보가 의료보험공단 기록에 남는다고 한다. 경찰도 내 정보를 여의도 증권가에 찌라시로 뿌렸다. 공단 직원도 나와 관련한 정보를 증권가에 가십거리로 뿌려버릴지 모른다. 내가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는 사실이 곳곳으로 퍼져나가는게 두렵다. 설사 마약이 검출 안되고 해프닝처럼 끝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될 거다. 어쩔 수 없이 비보험 형태로 검사를 받기로 했다. 병원에서 20만원을 결제하고 나왔다. 너무나 큰 돈이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병원비를 지출할 수는 없는데 어찌해야 하나.

※당부의 글.
안녕하세요. 허재현 기자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간 마약 문제에서만큼은 단 한번도 마약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연재글은 마약 사용자들이 어떤 일상을 살며, 어떤 고민들에 부닥치는지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자 시작한 것입니다. 마약 사용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닌,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마약 정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마약 사용자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한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이점 널리 혜량해주시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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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생각도 못했던. 완치가 안된다니.. 이런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것 같네요. 물론 모든 약물이 그렇겠지만... 그나저나 이글의 취지가 제대로 공감되어 정책 수립에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우려스러운건 뭐 마약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그럴 것이다라는 어떤 관념에 사로잡혀서 정책을 풀어나갈때가 많은데, 이것들이 개선 될 려면 많은 정책 수립자나 또 입법자에게도 노력이 필요한. 문득 생각이 드는게 행안부에 디자인씽킹이라는 정책 수립 방법론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 그런 형태로 풀어가면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놀랍죠? 마약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설명드리겠습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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