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국문학.

in #kr5 years ago

사회의 제도와 구조에 대한 학문이 사회학이라면

국문학에는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구조를 이야기하며 '6.25 전쟁 이후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담론으로 자리잡았다,' 라고 사회학과에서 설명한다면. 국문학 쪽에서는 그 반공 이데올로기에 도전했다가 개죽음을 당한 주인공을 그려내는 작가가 있다. - 물론 그 작가 역시 고초를 겪었지. ('분지'의 작가 남정현)- 전쟁에서 다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형이 있다면(병신과 머저리, 이청준) 이데올로기 문제로 조카 가족을 고향에서 쫓아내는 삼촌도 있다.(장난감 도시, 이동하)

다시, '산업화에 이르러 반공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개발주의 이데올로기가 새로운 지배 담론으로 형성되었다,' 라고 사회학과에서 설명한다면 - 철거계고장을 두고 무력하게 밥수저를 드는 행복구 난쟁이 가족이 있고(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삶의 터전에서 뿌리뽑혀 도시로 향하지만 도시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외인촌민들이 있다. (장난감 도시, 이동하)

사회에 잘 적응한 98명의 논리를 이야기하는 사회학과 수업과는 달리 (2명의 입장은 환경사회학, 여성사회학 등에서 이야기되지만 그마저도 2명쪽으로 시선을 돌린 '98'명 중 일부의 입을 통한다.) 국문과에서는 2명의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98명 중 일부일지 몰라도 책 속 주인공은 바로 그 2명, 전쟁터에서 뒹굴고, 후송 요청을 하고, 구조선을 타겠다 아글타글 애를 태우고, 희번득한 눈을 치켜뜨고 누워있는 마누라의 옷섶을 움켜쥐고는 왜 먹지를 못하느냐며 오열하는 가난한 인력거꾼이다.

사회현상을 자연과학적으로 설명해내고자 한 것이 사회학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사회학의 보수성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학적 상상력이나 패러다임의 전환, 같은 것 다르게 보기- 등은 아주 일부분일 뿐.)

국문학에서 다루는 문학 작품들 속에는 갈등이 배어나온다. 그 누구도 대안을 묻지 않는다. 그냥 읽고- 이해하고- 감동받을 뿐이다. 나는 2명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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