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W백일장]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는 것
주말에 하루를 더붙여 조금은 길어진 연휴가 되어버린 하루였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하루종일 뭐를 했는지를 모르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조금은 아쉬워 화창한 날을 붙잡아보고자 산책을 나섰다. 바람도 적당하게 불고 날도 좋아서 산책하기에는 더없이 좋은날, 배부르게 외식도 하고 오래간만에 만화방에 자리를 잡아본다.
어릴적에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만화를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의든 타의든 만화와는 멀어지게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만화방에 갈 기회가 생겨 태어나 처음으로 가본 순간 깜짝 놀랐던(여기서 깜놀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카페와 같은 시설 등 너무나 좋아서였다.) 기억이 되살아나 이렇게 편하게 쉬고 싶은날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막상 만화방에 들어오기는 했는데 고민은 무슨 책을 봐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평소 만화를 읽지 않다보니 어떤 책이 내가 읽어야 할 책인지 알 수도 없고 서가를 가득 채운 책들은 대부분 시리즈물이라 수십권씩 채운 책장 안에서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기도 어려웠다.
그중에서 다섯권짜리 책이 적당해 보여 일단 자리로 가지고 온다. 책은 다름아닌 강풀 작가의 '무빙'이라는 책이다. 초능력자 이야기를 소재로 그려진 책인데 책의 내용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서문이었다. 특히 서문에서 아래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는데…
"내년이면 사십 대 중반이 된다. 나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얼마든지 더 만화를 그릴 수 있는 나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지금같이 회당 분량이 엄청나게 긴 만화를 그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만화도 체력 싸움이어서 지금의 연재 페이스로 얼마나 더 오래 마감을 해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만화는 즐거운데 마감은 즐겁지 않았다."
이 문단을 읽고 또 읽었다. 공감 또 공감이다. 직장 생활이 길어지다보면 이제 어느정도 일을 해야 일을 마칠 수 있는지 잘 알게된다. 그리고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면 밀려오는 피곤함도 있지만 성취감이라는 열매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게된다. 하지만 열정하나만으로, 일의 재미만으로, 하루하루 밤을 지새우던 시절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피로감에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시점까지인 것을 몰랐다는 것. 그저 슬프다고 말하기에는 삶의 무게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골목에 마주하는 현실이라는 것. 그렇다. 현실이다.
때로는 대충하고 월급 받으면 되지 하는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걸 보면 편하게 살아갈 팔자는 아닌가보다. 시간에 쫓겨 약간의 품질을 포기해야 하거나 휴지통 옆에 구겨진듯한 결과물을 손으로 살살펴서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때의 그 고통은 '자본주의'의 벽 안에서 헤어날 수 없는 굴레일지도 모른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일들을 위해 다시 달려야만 한다. 해야할 일의 내용을 보면 지난주에 '살인적'이라는 표현을 써야할만큼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일의 무게를 떠나 한 명은 얼마라는 셈법으로 무게를 달아 처리할 일이라는 것이 진하게 밀려오는 현실의 장벽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운 현실이 가장 힘들다고 아우성치는게 대부분이겠지만 좀 쉬어보겠다고 들어간 만화방에서 그림은 보기도 전에 서문을 읽다가 느낀 감정이 다시 일터였다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다.
이렇게 끄적이고 있으면서도 내일이면 머리를 쥐어짜내며 일과함께 정신없이 씨름을 하고 있겠지. 요즘말로 다시금 '가즈아~'를 외치며 자본주의 안으로 뛰어들겠지…
realpr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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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역시.멋지심니다,^^
-.-;; 뭐 그렇게까지요. ㅋㅋ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
끄적이고 나면 후련해질 때가 있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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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to steem-engine.com.무빙 웹툰으로 완결까지 다 챙겨본 만화네요. 단행본으로도 나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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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름 재미있더라구요. ^^
사진 한장없는데 끝까지 글 읽게 만드는 내용이네요.^^
감사합니다. ^^
jcar토큰 보팅합니다.
강풀작가가 연재할 때, 그 당시의 시대상을 많이 담았죠. 웹툰 가운데 그것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내일이면 또 주말을 바라보는데, 한주 화이팅입니다.
네.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