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저씨의 중국과 북한 관계에 대한 구라 한 사발
이 역시 동네 아저씨가 술자리에서 자기가 좀 안다고 떠드는 이야기입니다. 중국공산당사를 대딩 시절에 2학기 들었던 것과 아시아에서 장사한다고 떠돌면서 사람 만난 경험, 그리고 학적 체계 없이 닥치는대로 읽은 책에 기반한 사발이니 댓글로 무슨 말씀을 하셔도 환영합니다. 어차피 술자리 사발인데 뭔 권위 같은게 있을리 없으니까요.
한동안 도서 대여점을 먹여살렸던 책들 중 상당수는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민간인, 혹은 한국군 혹은 한국군을 태운 비행기, 심지어는 나라가 통으로 20세기 초반 정도로 되돌아간다는 설정의 소설들이 있었죠. 대략적인 정서는 이해됩니다. IMF 이후로 찌그러진 민족적 자긍심을 다시 세우자는... 뭐 그런 위로가 필요했겠죠.
무엇보다 재미로 한 번 읽어 볼 책이지 사서 볼만큼 애지중지할 책들은 아니니(하지만 제 책,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은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 http://news.joins.com/article/22447055#home 에선 질병관리본부의 경고보다 훨씬 영양가 있으니 꼭 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흑흑), 도서대여점에서 빌려봤던 거겠죠.
그런데 이 책들을 열심히 사 갔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좀 황당해 하시겠지만, 중국 공산당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권씩 사간 것도 아니고 꽤 많이 사갔습니다. 그렇게 사 가서 동북공정(東北工程) 연구자들이 열심히 읽었답니다. 동북공정은 우리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벌인 역사왜곡 작업이지요. 우린 이게 뭔 개뼉다귀 같은 소리냐고 반응하고 있지만, 이 작업의 성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 이야긴 뒤에 좀 하도록 하구요...
사실 한국에서 ‘환단고기’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길에서 ‘도를 아십니까?’라고 하시는 분들이나 한국의 주류 기독교에서 이단이라고 취급받는 교회 다니시는 분들이 말씀하시는 이야기 수준으로 평가 받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중국은 출판의 자유가 있는 나라가 아니잖아요? 한국에선 많이 신기한 이야기로 내 삶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이야기하는 분들 취급 받는 분들의 이야길 중국 공산당이 나서서 진지하게 다룬 이유... 일단 그들이 지은 죄가 있고, 우리 쪽의 바보들이 삽질한 것이 겹쳐지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업보
상당히 많은 독립지사들이 사회주의자였습니다. 그런데 페틀그라드와 모스크바에서 1920년 7월 19일부터 8월 7일 사이에 열렸던 코민테른 2차 세계대회에서 식민지 독립운동을 하던 사회주의자들에겐 많이 골때리는 결정이 떨어집니다. 1국 1당 원칙이죠. 어찌되었건 간에 전세계 프롤레타리아트는 하나고, 공산당은 그들의 정당이니 복잡하게 하지 말고 한 나라에 한 개의 공산당만 존재할 수 있다고 정리해버렸던 겁니다. 이런 결정이 나왔던 이유가 있긴 합니다만, 나라 잃고 해외에서 독립운동하던 분들은 날벼락이었죠. 하여 중국 영토에서 활동하던 분들은 중국 공산당으로, 일본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은 일본 공산당으로, 소련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은 소련 공산당으로 흡수됩니다.
특히 중국 공산당에 합류하셨던 분들이 꽤 많았어요.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鄭律成) 같은 분들이 한 둘이 아니었죠. 중국 국공내전 당시에 장군으로 진급하셨던 분들도 상당수 있었어요. 이들의 활약상은 이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atena02&logNo=220630542517
한국전쟁 당시 북에서 거침없이 밀고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선봉에 섰기 때문이었죠. 북한군의 훈련상태를 봤던 미군은 이들이 선봉에 설 것이라곤 전혀 생각 못했다가 제대로 털립니다. 사실 이 때문에 이 분들을 보는 제 심정도 좀 복잡합니다.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남의 나라 전쟁에서 공을 세워야 했던 분들에 대한 짠함과 동시에 저 양반들 덕택에 우리가 정은이 치하였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한 번씩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여튼 동북지역의 216만명의 조선 출신들이 살고 있었고, 이쪽 공산당 당원들의 대부분이 조선 출신이었다는 것을 중국공산당은 ‘문제’로 생각합니다. 코민테른 결정에 따라 ‘프롤레타리아에게 조국은 없다’며 입당한 조선 출신 공산당원들을 ‘문제’로 인식했으며 이 문제를 두 번에 걸쳐 ‘해결’하려고 하죠. 욕이 사발로 안 나올 수 가 없습니다.
첫 번째는 민생단 사건입니다. 1932년 일본이 동북지역에 친일조직인 민생단을 만들어 중국 공산당 뒤통수를 쎄리 갈기죠. 이 단체는 결성된지 불과 8개월만에 해산되었지만, 그 여파는 큽니다. 일제토벌 보다 더 많은 조선인들이 죽었다고 하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이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615.html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김일성과 이들은 공동운명체가 됩니다. 민생단 사건으로 약 2천여명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죽었을때, 살아남은 아이들을 거둬서 말 그대로 ‘어버이’가 되었으니까요. 김일성의 회고록에서 한 권은 아예 이 사건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북한 공산당 역시 중국 공산당 만큼 서사를 사랑하는지라 어마어마한 과장이 들어가 있었지만, 민생단 사건과 ‘어버이 수령’이 되는 과정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1/09/0200000000AKR20170109144900014.HTML
북한은 중국과 상호방위조약까지 맺었지만, a.k.a. 백두혈통은 이 기억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치를 북한이 친미정권으로 돌아서는 것으로 예상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이런 집단적 기억 때문이죠.
이런 일을 벌였으면 중국 공산당 지들도 좀 미안해야 하잖아요? 연변조선족 자치주가 만들어지고 초대 주장으로 주덕해(朱德海, 1911년 3월 ~ 1972년 7월 3일 본명은 오기섭(吳基涉)가 자리에 오를때 까지만 하더라도 뭔가 존중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당시 이 분은 ‘지방 민족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어 홍위병의 공격을 받습니다. 그 바람에 1972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죠.
나중에 문화대혁명의 원흉으로 찍힌 4인방이 숙청되고 나서야 복권조치가 내려집니다. 이런 역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수교 후에 이 땅에 가장 먼저 달려갔던 분들은 ‘한단고기’가 진짜 역사라고 믿는 분들이었죠. @sanha88 은 고토회복을, 한자로 등짝에 박은 티셔츠 입고 구보하는 단체도 봤다고 하더군요. 붉은 중국의 탄생 이전부터 ‘지역의 한족화’에 대해 고민을 했던 중국 공산당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 안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통일이라는 것이 중국 공산당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민족주의적 성향이 아주 강한 세계 수위권의 경제 선진국 & 군사능력이 있는 국가가 자신들의 나라를 구성하는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지역에 국경을 맞대게 된다면 말이죠...
마지막으로 동북공정은 우리에겐 자다가 봉창인 소리지만 중국내 조선족들을 타겟으로 벌였던 작업이었고, 성과 있었습니다.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들이 이런 인식을 갖게 되는데엔 한국사회가 이들에게 가한 각종 차별도 한 몫했죠... 북한과의 통일보다 두 나라로 완전한 분리를 해서 백두혈통네 체제보장을 먼저 해야 하는 것도 이런 배경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처럼 다양한 생각을 중국이 인정하는 나라도 아니구요.
다음 포스팅도 기대할께요~
윽;;; 부담 만배;;;
역사의 뒷 이야기 재미있네요. 보팅&팔로우 하고 가요~ ^^
고맙습니다.
음;;; 그렇다고 구글신이 뽑아준 이미지를 다시 편집할;;; ㅠㅠ
제가 지금 중국에 있는데 참 재미있는 글이였습니다. 많은 공감이 가네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용
헐;;; 술자리 잡담을 과찬하시다니;;;
잡담의 수준이 이정도 라면 ㅎㄷㄷ 대단하십니다.
아저씨들이 제육볶음 한 접시 놓고 소주 마셔가면서 유명 정치인 이름을 자기 친구 부르듯 하면서 허세 부리는 뭐 그런 거죠. ㅎㅎ
네 사실 술자리 안주 중에 또 정치얘기가 정말 맛나는데 ㅎㅎ요즘 Ci진핑 씨가 대찬행보를 보이고 있으니 경제는 대국으로 가는데 정치는 뒤로 가고 있고 워낙 땅덩이크고 인구빨로 밀어부치는 나라라서 어떻게 될지 신경이 쓰이네요 ^^ 어느새 우리나라가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 다시 조공하던 시절로 빽하고 있는건 아닌지...쩝 암튼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넵 즐거운 주말 되세요.
잘 보았습니다. 통일은 어느 누구도, 최소한 힘을 가지고 있는 어느 집단도 원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네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시려고 하다 보니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누락되어 사소한 오해가 생길 소지들이 있어 보입니다. 환단고기를 믿는 사람들만이 고토회복을 원하는 것 같은 뉘앙스,,, 같은거요..ㅎㅎㅎ
술 자리 대화에 지나친 디테일을 하시면 안됩니다. ㅎㅎㅎ 고토회복 이야긴 일단 다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맨 앞이시니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