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제품은 왜 비쌀까요?

in #kr7 years ago (edited)

2011년 여름, 네팔에서 환금성 작물을 기르면서 가능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기로 하곤 네팔 깡촌에 저 혼자 들어갔습니다. 가능한한 빨리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작물이 필요했죠. 그것도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주식인 쌀과 콩을 키우는 땅에서 자라면 안되는, 황무지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피마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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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웠던 애들입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아침 먹고 나가서 9시에 쓰러져 자고, 2주에서 한 달에 한 번은 카트만두와 룸비니에 가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해야 했죠. 탑 기어라고 영국의 자동차 쇼 있잖아요? 그 양반들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를 달려보겠다고 해놓고 별 호들갑을 다 떤 적이 있는데, 그게 제가 농사 짓다가 카트만두 갈때 타던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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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길'입니다.

많이 위험하긴 해요. 산사태로 길이 없어지는 구간이 항상 있는 도로니까. 비가 조금만 와도 무너져내리고, 팬스 없고, 굴러떨어지면 최소 200미터로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길이죠. 뭐 산불 난 길을 달리기도 했구요. 지프 타고 다니면 거꾸로 위험하고 돈도 절약해야 하니 항상 버스를 타고 다녔죠. 염소가 멀미하면서 토하고 닭이 돌아다니면서 발목을 쪼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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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길'입니다. 그래도 좀 좋은 편이죠.

이런 지역에서 일하다가 종종 카트만두 가서 외국인들을 보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한국인 관광객들은 볼 일이 없어지고 주로 구호단체 활동가들이랑 만나게 됩니다. 제가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는 곳에 대해선 아는 것도 없고, 그 분들의 이해관계에 대해 아는 것 없거든요. 거기다 전 그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머리 긁게 되거든요. 솔직히 포카라도 일 때문에 두 번 간게 다인데 제가 포카라에서 패러글라이딩 타려면 어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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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이고 있는 분, 뒤에 있는 아기의 엄마입니다.

제가 들어가던 지역은 국제 구호단체 활동가들이 아니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견적 내기도 어렵습니다. 공정무역은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10대 신부’로 결혼하지 않도록 하고, 아이들이 집안의 일을 돕지 않고 학교를 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제품들에 비해 비쌉니다. 이것에 불만 가지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빈곤국에선 꽤 많은 현지 NGO들이 하나의 사업체처럼 돌아갑니다.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NGO 말고 현지 NGO들 중에 특히 많습니다. 제1세계의 은퇴하신 분들이 자신의 연금을 아껴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 ‘연대’하기 위해 내놓는 돈을 갖고 벤츠 굴리는 인간들이 있죠. 이런 인간들이 있다보니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인건비 상승).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소작농입니다. 자신의 땅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공정무역 커피 같은 걸 재배할 땅은 자기 집의 텃밭 정도 밖엔 없습니다. 소작 부치는 곳에 새벽에 나가서 일한 다음에 집에 들어와서 몇 분이라도 돌보지 않으면 키울 방법이 없어요. 그 결과... 품질이 균질하지 않습니다. 누군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하는데, 누군 염소똥 섞어서 갖다주거든요. (역시 관리 인건비 상승)

무엇보다 대량으로 재배한 다음에 수확하는 모델이 아니라 산골짜기마다 돌아다니면서 몇 kg 씩 챙겨와야 하니 물류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있다보니 꽤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지요. 그냥 돈 갖다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돈을 쓸 줄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그냥 주면 그 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갑니다.

예를 들어... 제가 저 동네에서 일할때 현지 농부들을 처음 불러서 일당 줬었어요. 피마자는 쌀농사 끝난 다음에 불모지에서 키우는 것이라 지역 농민들에겐 상당한 과외수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주급 주니까 그 다음날 대부분 안나왔습니다.

돈 생겼다고 평소엔 언감생심 꿈에도 못 꾸던 비싼 술(위스키) 마시고 뻗은거에요. 대신 아이들을 내보내더군요...

반면 지역의 불가촉 천민들의 경우엔 네팔도 리저스 시스템이 있어서 애가 공부만 열심히하면 공무원이든 뭐든 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래서 악착같이 일하더라구요... 조금 비싸게 사게 되는 공정무역 커피는 바로 이런 분들과 함께 하는 수단이지요.

효과 있냐구요? 음... 필리핀의 신인민군이 가장 탄압하던 이들이 공정무역 NGO와 연계된 농민들이었습니다. 빈곤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들이었기 때문이거든요. 가난해야 혁명하겠다고 총 들죠...

이렇게 활동하는 수많은 단체 활동가들을 아는데... 옥스팜 스켄들이나 한국 유니세프 성추행 같은 사건들이 터질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은 성실하게 일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니 형편이 되신다면... 공정무역 제품들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저 꼬마 엄마 뒤의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거든요. 교육을 받아야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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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고생하시겠네요.. ㅠㅠ 그 핑계로 덮어버리면 안 되겠지만요. @홍보해

공정무역 제품이 비싼이유.. 비싸더라도 가성비가 좋은 이유군요 : )

계속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앗 ㅎㅎ 음.. 비교적 값이 나가더라도 아이들의 학비를 지원해주는 것을 생각하면 비싸지 않다는 의미의 말이었습니다 : )

ㅎㅎㅎ 그래도 좋은 품질과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되어야 하는 영역이지요;;;

공정무역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제품이 어떻게 탄생되는지도 알게 되었네요. 참 좋은 제품인데 이과정에서도 문제들은 항상....ㅠㅠ

쉽게 문제가 해결되면 그게 문제인가요.. ㅎㅎ 문제의 정의 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들이 숱합니다;;

관심있는 분야인데 좋은 글이네요:) 요즘 아이티 성매매 사건도 그렇고 문제들이 있어서 이런 ngo들이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난리도 아니지요... 저쪽 전문가들의 풀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다 임금이 쎈 편도 아닌데 감정적으론 무척 힘든 일들이거든요;;; 신뢰 구축을 위한 새로운 장치들을 계속 개발할 수 밖에 없죠;;

공정무역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고, 관심을 가져야겠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공정무역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제일 궁금했던 가격이 비싼 이유도요. 감사합니다. ^^

사실 별로 관심 없을 일인데;;; 그냥 주저리 주저리 해봤습니다;;

그래도 주변에서 간혹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구매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그렇습니다. 저도 적극적인 관심까지는 아니지만 약간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감사합니다. ^^

이 모자라는 글이 그런 판단하시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____^;;;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공정무역을 하면서 기존물류시스템과 경쟁할만한 가격으로 제공할만한 방법이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한국 홈플러스의 본사라고 할 수 있는 영국 테스코가 공정무역의 QC와 물류 체계를 새롭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런데 한국 공정무역 단체들은 이런 기업 지원을 받진 못하고 있는 단계라(사실 뭐 한국의 대형 할인점들이 단가 후려치기 외에 딱히 기술 개발하는데 돈 쓴 것도 없구요)... 갑갑하죠. 테그에 소셜 이노베이션을 쓴 것도 물류 전문가가 참여하면 뭔가 다른 방법도 있을 거 같아서요. ㅎㅎ

(쓸데없는 말이지만) 이제 홈플러스 주인(?)은 사모펀드 아닌지요. 태클 아닙니다. ㅎㅎ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ㅎㅎ

환금성 작물로 '아주까리' 를 심으셨군요.ㅎ
환경이 정말 열악한 것 같습니다...ㅠ

아주까리가 2년 정도부터 수확 가능하거든요. 저기가 한 10ha 정도 됐는데... 180ha까지 확장했다가 몽땅 뺏기고 쫓겨났죠;;; 제가 마오주의 공산당 아주 싫어하는 이유;;;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이쪽 분야에 도움이 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계속 뭔가 새로운 것들이 나오니까 젊은 분들이 저개발 국가 경험을 많이 하면 좀 더 혁신적인 것들이 나올 수 있을텐데;;; 그 분들은 학자금 대출 때문에 힘들어하니 참;;;; 그렇습니다.

직접 돈을 주면 이상한 데로 나가기에 물자로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역시나 그렇군요. 스팀으로 줘서 13주 동안 강제로 묶이게 해야...

당장 돈이 또 필요한 사람들이라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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