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내지않기

화를 내는 것은 불가의 삼독(三毒) 중의 하나로 인생에 독이 되는 어리석은 습관이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사태 수습에 도움은커녕 사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밝게 대처하는 것이 행복의 길인 것이다. 화의 원인은 밖이 아닌 어리석은 마음에 있음을 밝게 알고, 화내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불가에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 즉 ‘죄라고 할 자성(自性)이 없고, 다만 마음을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화나 짜증 또한 그 자성이 없고, 마음을 따라 일어날 뿐인 것이다. 가령, 내가 누구에게 얻어 맞는 상황이 있다 하자. 이 상황은 화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마음 따라 화가 일어나기도 일어나지 않기도 하는 것일 뿐이다. 내가 맞을 만 했다고 생각했다면,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고, 맞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화는 어리석은 집착 때문에 일어나니, 그 집착을 비우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 어리석음은 내가 옳다고 고집하거나, 상황이나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타인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되었을 때, 불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옳다는 집착을 버리면 화가 나지 않는다. 또한 상대를 이해하게 되면 상대가 화를 내더라도 ‘그럴 만 했구나’하며 화가 나지 않는다. 타인 때문에 손해를 입어 화가 날 때에도, 고의가 아니었음을 이해하거나 내가 자초한 상황임을 인정한다면 화가 나지 않는다. 가령 사기를 당해 큰 손해를 입었어도 그 사기가 나의 탐욕이 자초했음을 안다면 화가 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가 나면 바로 화를 내거나 화를 참는다. 화를 참는 것은 좋으나 화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가 쌓이면 화병이 되거나 화산처럼 폭발하여 더 큰 재앙을 가져오기 쉽기 때문이다.

화가 나면 화가 났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내가 옳다고 어리석게 집착하는구나’하고 알아차리면 화가 사라지거나 다음의 어리석은 언행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나 가족이나 친구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직 익숙하지 못해서 그런 것임을 이해하고 화를 내기보다 잘 할 때까지 가르쳐주면 되는 것이다.

불의에 화가 났다면,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자비심으로 돌아가 불의에 대해 준엄하게 꾸짖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반성하여 차후에 그런 일을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화를 냈다면 화낸 어리석음을 자책하기보다는 반성하고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좋다. 지나간 과거를 거름 삼아, 오늘과 다가올 미래를 위해 밝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 화를 내고 자존감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이는 이상적인 나를 고집하는 헛된 자존심 때문에 생기며, 실수나 실패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나를 성장시키는 고마운 스승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화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나쁜 상황에 닥치면 무의식적으로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선악이나 시비의 분별 등이 오랫동안 무의식에 집착되었고,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집착은 비우기 어려우니, 깨어 있는 의식으로 무의식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제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깨어 있는 의식은 현재에 마음을 머무르는 것이다. 깨어 있는 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명상 수행이 필요하다. 나아가 마음을 포함한 현재의 모든 것을 알아차리는 수행이 필요한 것이다.

부처님은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살기 위해 평생을 수행했다. 모기 쫓을 때조차 무의식적으로 손을 휘저어 쫓았음을 알아차리고 반성했던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자신에게 화내는 상대를 보고도 빙긋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무의식에 지배당하지 않고,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살 때, 화낼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집착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현재에 몰입하지 못함으로부터 오는 실수와 사고는 사라지고, 현재의 진리를 깨닫고 따르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