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in #kr8 years ago

화제가 되었던 영화 도가니를 보았다. 난 언제나 화제가 된 영화를 뒤늦게 보는 것 같다. 도가니는 정말 화제였다. 영화를 안 보았던 나에게조차 주위 사람, 아니면 주위 매체들이 온갖 도가니 도가니를 말하니말이다. 결과론적으로 이 영화는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일명 도가니법이라고 불리는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영화를 보기 전 난 저런 것들이 단순한 호들갑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디서나 알게모르게 흔히 일어나는 범죄를 영화화시키는 것은 한두 편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생각은 어느 정도 변화하였다. 공유라는 배우 때문에 그런 변화가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난 김종욱찾기 때부터 공유를 지켜보게 된 경우인데, 공유라는 배우는 진정성이 뛰어난 배우이다. 김종욱찾기 때도 그랬고, 도가니 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시위대에게 물을 쏘는 장면에서 공유가 한 "이 아이는,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민수라고 합니다.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아이입니다."의 계속된 반복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마저도 구구절절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사회비판적인 메세지가 강하게 담겨있다. 어쩔 수 없는 하층민들의 애환에 대한 비판을, 장애우에 대한 합당치못한 대우에 대한 비판을, 중립을 지켜야 할 법이 와전된 것에 대한 비판 등 여러가지의 비판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에 더욱 더 비판이 가해지는 것이다. 논픽션의 효과는 여기서 나타난다. 픽션문학이나 영화 등은 끝나고 나면 그저 여운이 남을 뿐이다. 왜냐하면 감정을 표현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그 감정을 이끌어 낸 것이 픽션이기 때문에. 허나 논픽션은 다르다. 영화가 끄집어낸 감정을 표출할 대상이 있다. 도가니에서의 그 대상은 자애학원이였고, 법이였고, 사회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잘 만들었다고 표현하고싶다. 사람은 의외로 시각보다 다른 감각을 더 믿는 성향이 있다. 그 중 청각을 이 영화는 잘 살려냈다. 영문이름이 'Silenced'인 것과 같이 이 영화는 듣지못하고 말하지못하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같이 긴장의 끈을 잡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성폭행을 할 때 나온 강압적인 소리들(예를 들면 테잎을 감는 소리)은 감정이입을 효과적으로 하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며 다시금 소리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결론은 이거다. 저렇게 끔찍하고도 잔혹한, 그리고 더러운 실화를 가지고 더욱 더 끔찍하고 잔혹한, 더럽게 만들어낸 원작자와 감독, 그리고 많은 스텝들과 아우러 배우들까지(난 배우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정말 치가 떨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말 잘 한 영화인 것 같다. 하지만 저런 영화가 앞으로 몇 편이나 더 나와야 할까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결국 도가니는 도가 너무나 지나쳐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낸 영화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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