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을 보다.

in #kr8 years ago

부러진 화살, 보기도 전에 이슈인 영화였다. 난 그러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항간의 소문으론 벌써부터 제 2의 도가니가 될 영화라 했고, 난 그런 영화를 보게 되었다.
부러진 화살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법정영화라 볼 수 있다. 도가니와 비슷한 영화라 거론되지만 그저 사회비판과 실화로 이루어진 법정영화라는 것 이외엔 다른 점이 많은 영화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다른 점은 도가니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감정에 의한 분노를 일으키게 되는 영화라면 부러진화살은 어른이 주인공으로 한 시니컬한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는 것이다.

우선 난 안성기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데 찬사를 보낸다.
물론 안성기라는 배우는 이미 영화계의 거대한 거목이지만 이번 영화는 영화 자체에서도 강조했듯이 안성기 자신의 틀을 벗어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리고 안성기 뿐만 아닌 또 한명의 배우 박원상을 주목해 볼만하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은근히 꾸준꾸준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주연급인 박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러진화살 전까지 박원상은 그저 '어? 어디서 본 거 같은데...?'라는 배우였다면, 이번 부러진화살을 통해 그의 얼굴과 이름을 정확히 각인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부러진화살의 석궁테러사건은 김경호교수의 교수직 해직에 의해 일어진 사건이다.
대쪽같은 성격의 김경호 교수는 수학능력시험의 채점위원을 하던 도중 95년 수학능력시험에서의 문제오류를 찾게 되고 그에 따라 이 것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계의 고위계층들은 잘못된 문제를 자신들의 권위를 위해 그저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린다.
계속하여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던 김경호 교수는 결국 권위를 깎아내린다는 이유로(물론 명분으론 교수로써의 자질이 불충분하다였다.) 그를 해임시킨다. 이 것을 승복할 수 없었던 김경호 교수는 법적으로 이를 거부하지만, 결국에 그는 복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때부터 김경호교수는 재판부를 믿는 게 아닌, 법을 믿는 법치국가의 국민이 되었다. 재판부에게 진실된 법치를 촉구하며 자신에게 패소를 내린 판사의 집에 석궁을 가지고 갔고, 쐈다는 것에서 새로운 재판이 열린다.


원체 독불장군에 외골수, 보수꼴통이란 말까지 듣는 김경호교수는 오직 법전만을 무기로 자신을 변호해주는 변호사마저 그저 자신의 어시던트로밖에 생각하지 않으며 재판을 진행하고, 이런 그에게 변호사들은 질려서 떠나간다. 그러던 중 만난 변호사가 변호사계의 왕따 박준이다. 불협화음도 많고 사연도 많던 그들이지만 차츰 법에 대한 진실성을 토대로 둘은 각자의(김경호는 법전에 따른 이론적인 면, 박준은 실전에 의한 능동적인 면) 힘으로 같은 재판을 잘 풀어나간다.

이에 따라 언론들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며 여론 역시 그들 쪽으로 몰린다. 하지만 호사다마했다고 했던가. 소위 말하는 윗층의 방해로 인해 김경호는 물론이거니와 언론까지도 그들을 방해하기에 이른다.

화살은 부러졌으나 신념은 부러지지 아니하다.
이 영화는 통쾌하다.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재판이 시작된 것부터 문제가 있지만, 아니 결과를 정해놓은 재판자체가 문제가 있었지만 그 문제에 의해 발생된 재판부가 만든 궤변을 재판부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법률로 깨부수는 것 자체가 통쾌하다.
허나 이 영화는 100% 실화가 아닌 일종의 팩션(팩트+픽션)이다. 예를 들어 중간의 김경호 교수가 구치소에서 당하게 된 다른 남성수감자에 의한 성폭행같은 사건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나, 그저 구치소의 방을 옮긴 것은 그다지 크지않은 방해에 비해 성폭행은 매우 큰 것임으로 영화에 의한 픽션일거라 예상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그 장면 후 그 대쪽같던 김경호교수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분노에 주먹을 움켜쥐었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힘은 법보다 빠르다(혹은 가까이있다)라는 말이 와닿게된 탓일까.
이 영화는 다시금 이슈를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벌써부터 현 정치의 이슈인 정봉주의원의 구치와도 연관이 되버렸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아직도 저런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서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썩었구나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허나 이 영화는 팩션이란 걸 명심 또 명심해야 될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다. 가까이론 나의 미래가 어찌될지 생각나게 되고, 멀리론 대한민국이 어찌될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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