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라라랜드는 시작부터 관객의 눈과 귀를 빼앗는다. 그저 흥행하기에, 그저 입소문이 나기에 보러온 관객마저 도입부를 보고나면 아, 내가 뮤지컬 영화를 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스크린을 앞에 두고 박수를 쳐야될 것 같은 도입부가 끝나고 나면, 다시 경적이 울린다. 라라랜드 속 경적소리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지 있는 LA의 배경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우리는 LA-LA land를 보러 온 것이구나. 러시아워로 가득한, 그리고 꿈들이 가득한 LA로 온 것이구나.
라라랜드는 꿈, 사랑, 그리고 현실이 치밀하게 맞물려있다. 주인공 미아(엠마 스톤 역) 역시 그렇다. 그녀는 배우를 지망하지만 매번 오디션 1차에서 낙방하는 카페알바에 불과하다. 세바스티안(라이언 고슬링 역) 역시 마찬가지. 누구보다 재즈에 대한 열망이 강렬하지만 정작 꿈 앞에서 사기를 당한(현실에 뒷통수를 맞은) 꿈쟁이에 불과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꿈 가득한 두 남녀의 첫만남은 단연 낭만적으로 흐른다. 여전한 현실 속에서 실증을 느끼고, 되는 일 하나 없어 터덜터덜 걷던 그녀의 귀갓길. 우연히 들려오는 어느 레스토랑의 아름다운 피아노곡. 그렇게 그 둘은 마주한다. 물론 첫만남은 누구나 그렇듯 순조롭지 않았지만.
계속된 우연은 인연을 가장한다고 하던가. 둘의 우연은 계속해 겹치고 결국 사랑은 이루어진다. 허나, 라라랜드는 마냥 사랑할 수 없는 영화였고, 그들에게 사랑과 함께 현실이 다가온다. 꿈과 현실은 언제나 저울질을 해야할 문제였고 결국 세바스티안은 사랑 앞에 현실을 택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누구보다 낭만을 추구하던 그는 현실로 풍덩 빠진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라고 다짐하며.
라라랜드는 이런 영화다. 어느덧 세번째 호흡을 맞춰보는 두 주연배우 때문에(덕분에) 까딱 잘못하면 전형적인 로맨스로 여겨질 수 있는 둘의 사이로 계속해 꿈과 현실을 끼워넣는다. 사랑과 꿈은 분명 낭만적이라 흡사 같아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계속해 말해준다. 너무나 아름다운 색채가 가득한 스크린과, 너무나 감미로운 선율을 계속해 선사하지만 주인공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꿈 속으로 들어온 관객들을 꿈 밖으로 내동댕이친다. 보는 내내 마음이 절절했다. 영화는 끝이 나고 엔딩크리딧이 올라가자 나는 큰 병을 앓게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생채기가 나는데, 그걸 치료하겠다고 찾아갔다가 되려 더 큰 병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과연 현실과 사랑, 그리고 꿈 그 모두를 잡을 수 있을까? 열정만 있다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모를 일이었다. 아픈 일이다.
이야기 외적인 부분들도 단연 훌륭한 영화다. 이미 OST는 여러 상을 받는 등 검증되었고, 영상미마저 대단했다. 개연성이 중간중간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았으나 예전 뮤지컬영화 시대를 동경하며 만든 영화라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개연성이 좋은 영화였다. 허나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독립영화관에 앉아있는 기분을 느꼈다. 라라랜드는 대중영화를 표방한 예술영화라 생각된다. 중간중간 어느정도 지루할 수 있는 편집구성이 많았고 빠르고, 강렬한 것에 익숙해져있는 관객들은 이런 부분들에 여지 없이 지루해하였다. 허나 그런 부분들 역시 색채의 풍성함을 통해 충분히 극복되는 영화였다. 위플래쉬의 제작진이 만든 영화기에 음향적인 부분은 이미 기대를 하고 간 상태였으나 오히려 내가 놀란 건 시각적인 부분들이었다. 화려하지만 안정되었고, 풍성하지만 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