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ization VI] 애증의(?) 문명 6 리뷰

in #kr7 years ago

1990년대 초, 국내에서 삼국지 시리즈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던 시절, 미국에 있던 저는 마이크로프로즈의 문명을 접하고 수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냈습니다. 그 후 오리온의 지배자가 더 적성에 맞아 문명을 등한시한 적도 있지만 매번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구매해서 얼마 전에 6로 왔네요.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제 경우 게임은 Steam에서 하며, 출시후 스팀 세일이나 다른 행사로 최소 50% 이상은 할인할 때 들어갑니다. 그때쯤 되어야 버그가 패치가 많이 되기도 하고, 문명의 경우는 DLC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DLC 묶음 패키지까지 같이 할인해주거든요. 북미의 경우는 얼마 전 Humble Bundle에서 문명6 + 2개 DLC를 $12에 판매해서 미루고 미루던 6로의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문명 5, 혹은 그 이전 문명 시리즈와의 차이


애증의 District

문명 시리즈에서 제일 컸던 변화는 4에서 5로 넘어오면서 Stack of Doom(여러개의 유닛을 1개 타일에 겹쳐놓는 것)이 없어진 것을 들 사람들이 많은데, 5에서 6으로 넘어오니 도시에조차 여러 건물을 무한대로 욱여넣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전에는 하나의 도시에 모든 원더(불가사의?)를 다 넣을 수 있었는데, 이제 각각의 원더는 지형타일 1개를 소모합니다. 또, 5에서는 도시 위치에 따른 제약이 있었다면, 6에서는 그 제약이 더 늘어나 특정 지형, 기후, 혹은 district 옆에만 건설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죠.

이 District는 일종의 전문구역인데, 군사시설을 만들려면 먼저 군사구역을 만들어야 하고, 신전을 만들고자 하면 신전구역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특정 타일에 구역을 만들면, 그 밑에 있던 자원이 사라져 버리죠. 물론 기술개발이 진행되면 자원을 '추수'하게 되니 큰 상관이 없지만 (벌목과 같은 효과라 보시면 됩니다), 문명 5에 익숙하신 분들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도시 주변이 점점 황폐해지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현실보정 +1

게다가 이 district들은 위치에 따라 생산량에 보너스를 받는데, 이것 때문에 도시계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또 어떤 district의 건물은 다른 도시에도 보너스를 줄 수도 있어서 도시계획은 물론 국가계획도 잘 하셔야 합니다. District에 관해서는 여기에 추가 설명이 되어 있으니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파이로 도시를 방어할 때, district마다 따로 보호를 해줘야 합니다. 우주승리가 눈 앞에 있으면 우주선 발사 구역을 따로 보호하는 식으로요.

정책도 이제는 기술처럼 개발


화면 좌상단에 파란색이 기술, 보라색이 정책

문명5에서의 정책은 RPG의 스킬트리와 비슷했는데, 6에서는 기술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문화가 쌓이면 다음 단계가 개방되었던 문명5보다 조금 더 복잡해진 것 같지만 기술개발에 익숙한 문명 플레이어들에게는 오히려 더 직관적일 것 같기도 합니다.

기술/정책개발에도 퀘스트가


유레카!

문명 5와의 제일 큰 차이는, 모든 기술과 정책에 미니-퀘스트가 붙어 있어서 해당 조건을 만족시키면 기술개발에 필요한 과학/문화 포인트가 급감합니다. 보통 50%로 줄어드는데 (중국은 60%), 이것 때문에 무식하게 기술개발에만 올인할 경우 경쟁에 뒤쳐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돌팔매 유닛으로 바바리안을 잡을 경우 궁술 개발시간이 절반이 되고, 궁수를 3명 보유할 경우 석궁기술 개발 시간이 절반이 되는데, 유닛을 좀 생산해 주면서 진행을 하는 플레이어가 나중에는 기술력도 큰 차이가 안나면서 군대는 훨씬 큰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정부는 버프를 줄 뿐


민주주의는 군사버프 1슬롯, 경상정책 3슬롯, 외교정책 2슬롯, 와일드카드 2슬롯 (3슬롯인 이유는 원더 때문)

쓰다 보니 정말 바뀐 것이 많군요. 중간쯤 온 것 같습니다. 이전 문명시리즈와는 달리, 문명 6에서 정부 형태는 그 자체로의 보너스보다는 버프 슬롯의 수와 종류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또 연구된 정책에 따라 맞춰가는 것이죠. 그림 우측에 보면 초록색과 빨간색 정책들이 보이는데, 그 중에서 쓰고 싶은 것을 해당 슬롯에 장착시키면 됩니다.

이 정책은 새로운 정책이 개발될 때 무료로 바꿀 수 있고, 그 외에는 골드를 지불해서 바꿔야 하는데, 한번에 다 바꾼다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정책 중 생산비용 감소라던가, 특정 시점에만 효과를 발휘하는 정책들이 보이는데... 그것 때문에 타이밍을 잘 맞춰 정책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유닛 업그레이드 비용 50%감소라는 정책도 있는데, 이 정책은 유닛을 업그레이드 하기 직전에 넣은 뒤, 업그레이드가 끝나면 다른 정책, 예를 들어 생산비용 감소라던가, 등으로 바꾸는 식으로 진행을 할 수가 있는 것이죠.

도시국가도 버프를 준다


외교관 1명이면 수도에, 3명과 6명이면 해당 구역에, 그리고 타 국가보다 3명 더 많으면 추가보너스

문명 6에서 도시국가들은 상당한 버프를 주기 때문에 잘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게다가 생산도 활발하게 해서 전쟁이 날 경우 전쟁을 건 상대문명이 아닌 도시국가에게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죠. 도시국가에 보내는 외교관은 턴당 영향력으로 생산이 되는데, 정부형태가 선진화되면 한번에 생산되는 외교관의 수도 늘어납니다.

또, 문명 5에서처럼 퀘스트도 주는데, 그 퀘스트를 완료하면 외교관이 해당 도시국가에 하나 더 생성이 되기 때문에 야금야금 영향력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도시국가가 처음 만난 문명에게도 외교관이 한 명 주어지고요. 게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예루살렘처럼 동맹이 되었을 경우 (타 국가보다 외교관의 숫자가 3명 이상 많음) 제 2의 holy city의 역할을 해서 종교의 영향력을 늘릴 수도 있는만큼 의외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시계가 생기고, 랜덤 시드 옵션이 사라졌다


화면 우측 상단에 시계가

문명을 하게 되면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데 문명6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측 상단에 시간이 표시됩니다. 다행이죠.

또, 5에서 있던 랜덤 시드 옵션이 사라졌습니다. 즉, 세이브/로드 노가다를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스파이가 임무에 실패하면, 백번 세이브/로드를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얘기죠. 성공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임무 결과가 나오기 직전이 아니라, 임무 실행 전에 세이브를 하고, 실패했다면 임무 실행 전으로 돌아간 후에 스파이에게 다른 행동을 시켜 다른 시드를 얻어야 합니다. 말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실패하면 해당 임무가 아닌 다른 임무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스파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시스틴 성당의 천장을 훔치다!

문명 6에서의 스파이는 이전 문명의 스파이에 비해서 상당한 능력자입니다. 기술을 훔치고, 돈을 훔치고, 반란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상대 문명의 유물도 훔칠 수 있죠. 물론 방어도 가능하고, 발각되었을 경우 성공적으로 도주하거나, 잡히거나, 살해당합니다. 5에서 유물은 그냥 고정된 보너스의 느낌이었다면, 6에서는 일종의 자원으로, 알맞은 건물에 보관/전시해야 하고, 테마에 맞춰 2-4개 유물/작품을 전시할 경우 문화/관광 효과가 배가 되는 등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종교 전쟁. 말 그대로 종교전쟁.


문명 6에서 종교 유닛들은 자기들끼리 싸운다

Civilization Beyond Earth를 해보신 분들은 위성 발사 후 성층권에서의 싸움을 해보셨을 수도 있는데, 문명6에서는 종교 유닛들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싸웁니다. 이전 버전에서처럼 도시에 종교를 전파를 할 수도 있지만, 같은 종교 유닛을 만났을 경우 육탄전 (논쟁이라고 표현합니다만)을 벌여 상대 유닛을 사라지게 만들 수가 있죠.

육탄전이 가능한 유닛은 사도(apostle)와 종교재판관인데, 종교재판관은 한개의 사도를 소모해서 종교전쟁을 선포해야만 생산이 가능하며, 자국의 영토 밖에서는 전투력이 급감합니다(다른 종교 유닛과는 다르게 다른 나라의 영토에 무단침입도 불가능하고요). 이 전투력이 중요한 이유는, 육탄전에서 질 경우 해당 유닛이 사망한 지점 주변의 모든 도시에서 그 유닛의 종교 영향력이 감소하고, 상대 종교 영향력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즉, 예전처럼 전도사(방어는 가능하지만 육탄전을 걸 수는 없음)만 주구장창 생산해서 뿌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도로 혹시 있을지 모를 상대 종교유닛의 공격을 견제하고, 다친 종교유닛을 구루로 치료하면서 데리고 간 다음에 상대 종교유닛과 전투를 벌인 후 전도를 해야 한다는 얘기죠. 말 그대로 또 다른 전쟁을 진행해야 된다는 얘깁니다.

사도들은 경우에 따라 레벨업도 가능한데, 이 때 얻는 특전 중에는 재밌는 것도 많습니다. 불가사의 주변을 지나면 종교 전파 횟수가 3회 증가한다거나, 바바리안을 아군 유닛으로 변환시킨다던지, 그런 것들이요.

어마무시한 바바리안들


정찰대를 놓치면 게임 오버

문명 6에서의 바바리안들은 정찰대를 운영하며, 정찰대가 다른 문명을 발견할 경우 유닛 위에 붉은 느낌표가 뜬 후에, 캠프로 복귀를 하려고 합니다. 만약에 캠프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면 순식간에 대량의 유닛을 생산에서 공격을 해오기 때문에 정찰대를 발견하면 무조건 척살해야 합니다.

물론 아군 군사 유닛의 수가 충분하면 오히려 방관하면서 경험치를 쌓는 방법도 있고, 위에 언급한 사도의 능력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유닛을 끌어들여 개종시킬 수도 있지만, 어지간한 국가와 전쟁을 할 때의 규모로 쳐들어오기 때문에 경시하면 안됩니다.

그 외에도 많은 자잘한 변화들

위에 언급한 큰 변화 외에도 특정 문명은 지도자가 여러 명이라 종특을 살짝 바꿔서 진행할 수 있다거나, 같은 종류의 유닛을 3개까지 묶어서 군대를 만들거나, 군사유닛과 보조유닛을 링크시켜서 항상 같이 다니게 하거나, 임무에 실패해서 상대문명에 잡힌 스파이를 돈을 주고 구해온다거나 하는 여러 변화가 있어서 5를 지겹게 하셨던 분들도 새로운 맛으로 진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4에서 5로 갈 때도 많은 골수팬들이 옛 버전이 더 좋다고 했고, 이번에도 그렇기 때문에 얼마 전 발표된 Rise and Fall을 기다렸다가 넘어가시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제가 보기에 지금도 $12-25 정도에 들어가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문명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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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글은 처음보네요 보팅

감사합니다. 이전에도 게임 글 하나 쓰긴 했는데 장르가 더 마이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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