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없지만 마음이 가득찬, 각인 갤러리

in #kr6 years ago


제주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지만,

조천 골목을 걷다 보면 반가운 녀석들을 자주 만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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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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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온 녀석이네, 하는 표정으로 바라봐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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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드렁한 표정으로 낮잠 자는 녀석들까지..

너희는 이 동네 사는구나. 반가워, 하며 인사를 건네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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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 앞바다를 만나게 돼.

꽤 오래 서로 밀고 당긴듯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이 고르지 않아.
해안선은 복잡한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그 둘레를 따라 집들이 자리잡고 있어. 자연스러워 보여. 저 울퉁불퉁함이. 직선은 인간의 라인이니까.

 

다시 골목을 따라가다 보니
파란색 간판 하나가 보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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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 사진갤러리라고 적힌.

원래 동네 슈퍼였다고 하는데.
예전 슈퍼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쉽게 연상이 되는, 딱 그 정도 사이즈의 공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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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님이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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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들어가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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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 않은 공간인데, 구석구석 작가님의 손길이 가득찬 곳이야.
작은 테이블과 사진 엽서들과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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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만드셨을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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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했던 사람들이 남긴 낙서를 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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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의자 자리를 살피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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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있는 글에 피식 웃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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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는 이의 작업실을 방문해서 기웃거리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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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으로 운영하시다 보니
방문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우셨나봐.

작가님은 그럼에도 서로 인사를 나누길 원하는 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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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놓인 노트에는 그 마음에 응답하듯 말을 걸어.
그리고 작가님은 글 아래에 답을 적고.

인사와 인사가 이 노트에서 만나고 작별해.
아마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전에 자신이 적은 내용에 무슨 답이 있을지, 노트를 뒤적거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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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지난 노트들도 차곡차곡 정리해두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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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히 쉴곳으로 만든 공간이 아니라, 작가님의 마음으로 만든 공간을 내어준 듯.
애씀이 보여.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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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도 못할 누군가를 위해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 그리고 인사를 건낸다는 것.

마치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보내는 편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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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 마을 골목을 걷다보면,
작은 구멍가게 처럼 생긴 무인갤러리가 있어.

윤슬 작가님이 운영하는 '각인' 이라는 이름의.

각인, 머릿속에 새겨 넣듯 깊이 기억됨. 또는 그 기억

작가님은 기억되고 싶으신 것 같아. 기억하고 싶거나.
그렇다면, 성공하신 것 같아.

 


각인 갤러리
제주시 조천읍 조천7길 20
010-2992-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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