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제주 숙소를 찾는다면

in #kr6 years ago


여행지에서 숙소란, 타인의 공간에 머무는 일이다.

 

특히나 제주의 숙소는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내 집을 떠나 여행 왔음을 실감할 때는 숙소에서 눈을 뜨는 아침부터 시작된다. 침구의 감촉, 아침 해가 드는 방향, 내가 고르지 않은 샴푸와 바디워시의 향의 낯설음이 여행의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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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깔끔하게 정제된 정수기 물 같은 느낌이라면, ‘명상가의 집’은 라벤더 차와 같은 느낌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을 때처럼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지는 공간. 이대로 전부 우리 집으로 옮겨가고 싶은 탐나는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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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가의 집’에는 3개의 방이 있다. 모든 방에 거위털침구와 침대, 작은 테이블, 스탠드가 있다.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방안에서 무언가에 집중하게 된다. 그동안 미뤄뒀던 생각의 확장, 나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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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람들은 길을 기억할 때 앞이 아닌 지나온 바닷길을 본다고 한다. 여행이나 휴식은, 내일의 일정과 미래 계획을 잠시 멈춰두고 내가 지나쳐온 하루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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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머리만 대면 잠들 수 있는 예민하지 않은 성격이지만 잦은 출장은 신체 리듬의 균열을 가져온다. 한동안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머릿속에 쌓아두고 잠들기 직전까지 내일의 일정을 고민하며 숙면을 못 했다. 이름을 따라가는 건지 명상가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아 모르겠다. 오늘은 쉬어야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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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 갖춰진 물품에서도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건, 치약, 샴푸, 바디워시만 덩그러니 놓여있지만, 왠지 잠시 멈춰 향을 한 번 더 맡아보게 된다. 욕조가 있는 첫 번째방을 예약한 스스로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이 좋은 바디워시로 씻고 나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물이 채워지는 소리를 들으며 작은 욕실에서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곤 바스락거리는 포근한 침대에서 아주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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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은 숙박객의 공용공간이지만 번잡하지 않다.

집의 취향과 결이 비슷한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라 서로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잔잔하게 머문다. 넓은 거실에는 초록만 가득 보이는 통 창을 바라보며 놓인 두 개의 의자와 작은 탁자가 전부다. 한쪽 벽면에 책꽂이와 스피커가 있다. 그러니 그 공간에서 할만한 일은 차 한 잔을 들고 멍하니 초록을 바라보거나, 어둠이 내려 거울처럼 변한 창에 비친 나를 바라보거나, 테이블에 놓인 제주도 안내서를 보는 일 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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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이 그리워 또 찾게 되는 숙소

달그락 소리도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식탁엔 조식이 차려지고 있다. 직접 만든 요거트, 국적이 모두 다른 쨈과 버터, 아침에 갓 나온 빵, 계절 과일, 향 좋은 커피가 준비된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가볍게 인사하고 아침을 먹으며 숙소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나눈다. 촉촉함을 유지하며 바싹하게 구워지는 토스터에 빵을 살짝 굽고, 버터와 잼을 골라서 바르는 일이 무척 경건한 의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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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명상가의 집에선 나의 하루를 가만히 집중하게 된다.

 

이곳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엔 바다도 없고, 카페나 슈퍼도 없다. 바로 옆 집 말고는 인적 조차도 없는 한적한 곳이다. 숙소에서 나와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쭉 들어가면 ‘선린지리조트’가 오래전 영업을 끝낸 그 시간에 그대로 멈춰 방치돼 있다. 리조트가 운영될 때 조성한듯한 긴 동백 수풀은 이제 명상가의 집 전용 산책로가 됐다. 늦은밤 들어올땐 너무 우거져서 살짝 무섭던 길이 이른 아침에 마주하니 너무 멋진 숲길로 변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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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자는 숙소가 아니라 하루를 온전히, 알차게 보낸 명상가의 집에서의 시간은 아주 충만한 여행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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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보고 갑니다~

잘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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